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에듀인뉴스] 며칠 전 민주시민교육 관련 포럼에서 한 대학교수의 강연을 듣는데 ‘메리토크라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력주의로 번역되기도 하는 '메리토크라시'는 말 그대로 메리트(merit), 즉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차별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체제를 일컫는다.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학교가 입시학원화 되고, 학생들은 대학서열화에 따른 차별과 무시를 정당화하며, 더 나아가 극심한 불평등을 당연시 여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능력과 노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나 역시 그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했다.

능력에 따른 보상만큼 중요한 것은 노력에 따른 보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개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하는 데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교수가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는 '학력위계주의에 물든 20대'들이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고,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무임승차를 혐오’함으로써 ‘조야(粗野)한 정의감을 표현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심화된 경쟁교육에 있다고 보았다.

순간 나는 불행한 과거를 떠올렸다. 불과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전교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청년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면 “전교조에게 잘못 교육받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권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개혁의 의지는 비치지 않았다.

본인들의 허물에 눈감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겼던 정권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오늘날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에는 '무임승차'에 대한 혐오 이전에 '이중성'에 대한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메리토크라시로 최정상에 선 이들이 메리토크라시를 비판하며, 청년들에게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는 현실 말이다. 본인의 자녀는 미국 유학을 보내면서 교육개혁을 이야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노조가 정작 자신들의 조직 내에서는 비정규직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며, 그 어느 청년이 공감할 수 있을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20대와 30대 청년들의 지지율은 0%였다. 그런데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들은 현 정부의 가장 큰 비판세력 중 하나가 되었다.

2030이 정부에 비판적인 것은 전교조에게 잘못 교육받았기 때문도 아니고,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의 잘못된 교육시스템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정의를 주창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을 뿐이다.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이건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일이다. 남 탓하는 어른들은 너무도 지질하지 않은가. 그 끝은 이미 지난 정부가 보여주었다. 지질한 어른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