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크레센도' 통해 개인 별 두 달 연구과제 발표
아이는 스스로 연구하며 성장, 학부모는 성장에 감동

지난 19일, 거꾸로캠퍼스는 '배움의 크레센도-10번째 배움장터'를 열고 학생들이 지난 2달여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 학부모, 예비학생, 예비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해 발표 장소가 사람으로 가득찼다. 사진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생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는 청중의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19일, 거꾸로캠퍼스는 '배움의 크레센도-10번째 배움장터'를 열고 학생들이 두 달여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 학부모, 예비학생, 예비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생을 유심히 지켜보는 청중의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예술고에 떨어지면서 디자인 자체가 미웠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하고 싶었던 기획과 디자인을 하게 되니, 다시 디자인이 나의 강점이 됐다.” “책을 만들어 대형서점에 유통했다. e-북도 만들고 있다. 나는 벌써 지적재산권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왜 시험을 보고 있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으면 거꾸로캠퍼스를 적극 추천한다.”

거꾸로캠퍼스가 지난 19일 두 달여의 모듈 수업을 마무리하는 ‘배움의 크레센도-10번째 배움장터’ 연구 발표회를 서울 혜화역 공공일호에서 열고, 학생들의 생각을 탐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거꾸로캠퍼스는 국내에 처음 거꾸로교실 수업 기법을 소개한 (사)미래교실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두 달여 과정의 프로젝트 수업(모듈)을 실시, 학생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총 40명의 학생이 발표에 나선 개인연구발표에 학부모와 예비학생, 예비학부모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높은 관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아티스트와 브랜드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가자 ▲우울에 대하여 ▲성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 ▲1인 미디어 콘텐츠 이대로 괜찮을까 ▲동물실험을 개선되어야 한다 ▲게임중독이 질병화된다 ▲잡지 에디터로 살아보기 ▲데이터의 시선으로 보는 자동차 기업 등 평소 관심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눈물, 웃음, 뿌듯'...개인 주제 발표한 아이들의 속사정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콘텐츠를 디자인한 강채현(다다-19세) 학생은 ‘저는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애였어요’를 발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예술고를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많은 방황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메달린 미술이었지만, 막상 백색 도화지에 무엇인가를 그리려고 하면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다. 따라 그린 게 전부였더라. 디자인이 밉다보니 안 좋은 기억만 남았었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원하는 분야에 사용하면서 나의 색을 찾다 보니, 디자인이 나의 강점임을 알게 됐다"는 채현 학생은 이날 행사 안내 책자를 디자인했다. 

그는 안내 책자를 디자인하며 “거꾸로캠퍼스(거캠)의 성장과 함께 우리들도 많이 성장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 현재의 거캠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19일 거꾸로캠퍼스가 개최한 '배움의 크레센도-10번째 배움장터'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상)강채현 학생과 (좌)김수현 학생 그리고 (우)정혜인 학생.(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19일 거꾸로캠퍼스가 개최한 '배움의 크레센도-10번째 배움장터'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상)강채현 학생과 (좌)김수현 학생 그리고 (우)정혜인 학생.(사진=지성배 기자)

‘성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을 주제로 발표한 김수현(포도-18세) 학생은 “학부모와 예비학부모, 예비학생 앞에서 발표한 것에 대해 많이 부담되고 떨렸다”며 “나의 발표만을 보고 나를 평가하고 대화를 이어가야 하다 보니 잘 해야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 앞에서 발표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여기에 안 계시다는 생각으로 발표했다”며 “발표하는 중간, 눈빛을 마주치면 엄마라는 생각보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오늘 발표한 내용을 담은 책을 만들어 대형 서점에서 판매중일뿐만 아니라 e-북도 제작 중”이라며 “나는 지적재산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하며 함박 웃음을 보였다.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가자!’를 주제로 발표한 정혜인(양평-17세) 학생은 “사람은 개인의 의지보다 주변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파주 V랩에서 느꼈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기획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간 소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건축학을 공부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론과 실제 사람들이 직접 공간을 찾아가는 행위를 연결하는 게 어려웠지만 잘 녹여내려고 했다”고 설명을 이었다.

이어 “모르는 사람 앞에서 발표하려니 엄청 떨렸는데 준비를 잘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한 것 같다”면서 “주제 발표를 경청해주고 여러 조언을 해준 학부모 등 처중들이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내 자녀의 첫 작품 '감동적'..."학교 밖 아이들 진로 고민 함께 해주길"

자녀의 발표를 본 한 학부모는 “오늘 발표물을 고스란히 혼자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대견하다”며 “거캠에 온지 1년 반정도 됐는데 본인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서 그런지 학습 뿐만 아니라 생활 면에서 상당히 성장했음을 느낀다”고 자녀의 변화한 모습에 감동을 보였다.

이어 “거캠의 생활이 대체로 만족스럽긴 하지만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은 (부모로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국가가 나서 정규 교육과정 밖에 있는 학생들의 다음 발걸음을 위한 방향이나 정책 등을 다양하게 준비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행사를 개최한 (사)미래교실네트워크 정찬필 사무총장은 “두 달에 한번씩 개최하는 이 행사를 볼때마다 아이들 결과물의 질이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며 “입학 시기와 관계없이 동료 사이에 노하우가 공유되어 수준이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오늘 발표에서 본 것처럼 깊은 생각을 토대로 말을 논리있게 하는 모습이 대한민국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약간의 훈련과 교육만 있으면 가능한 수준의 변화를 국가적으로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배움의 크레센도 행사는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뽐내는 문화행사를 시작으로 지난 모듈에서 고민해 만든 개인 연구발표, 팀별 프로젝트 수업 발표인 사최수프 발표, 경기도 파주의 V랩에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출판물과 예술품 전시 및 판매 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