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은 좋은 사람 길러내는 것..."기독교 신앙 가치 바탕 가능"
교육의 북극성 "생각하는 힘, 학습하는 힘, 살아갈 힘 키워주는 것"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좋은교사운동. 1995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계에 좋은 교사의 역할을 제안하며 교육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학생 중심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기독교 교사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처음에는 단순히 교육계에 희망을 던져보고자 출발한 이 곳이 어느덧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정책을 제안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촌지근절운동, NEIS로 인한 혼란 해결, 교장승진제 변화 목소리 등 학교의 성장과 신뢰를 쌓기 위해 움직여 온 교사단체로 대한민국 교육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육에 북극성이 없다 보니 좌충우돌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사회적으로 우리 나라 교육의 방향을 합의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제도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식 공동대표는 갈수록 이분화하는 교육계를 보며 '북극성'의 존재를 떠올리고 있다고 한다. 교육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가고자 하는 큰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공동대표는 “교육이 갈지자 행보를 하는 중에 학생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교육회의, IB, 학교폭력예방법, 자사고 재지정 평가, 교원양성체제 개편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울림을 퍼뜨리고 싶다는 김 공동대표를 만나 각 사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아래는 김영식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사진=지성배 기자)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사진=지성배 기자)

촌지근절 운동, NEIS 사태 해결, 교장승진제 개편 목소리..."학교가 신뢰 받는 데 앞장"

▲좋은교사운동을 소개한다면

좋은교사운동은 기독 신앙을 가진 교사들의 연합 단체다.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바탕으로 교육을 회복시키고 좋은 교육을 통해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 믿는 교사들의 모임으로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들뿐만 아니라 대안학교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사가 함께 활동한다.

▲기독교 신앙의 가치와 교육은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

기독교 신앙의 핵심가치는 사랑과 정의다. 그 안에 인권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존중, 섬김 등이 함께 존재한다. 이러한 가치는 비단 기독교인들에게만 적용된다기 보다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안에 이러한 가치들을 녹여내 교육하는 것이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방법이라고 본다. 즉 좋은 사람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기독교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할 때 가장 잘 할 수 있다.

▲1995년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4개 교사 모임이 모여 어느덧 25년 교육 운동에 매달렸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업적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운동은 무언가 제도와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볼 때 우리는 그것을 지향한 모임은 아니었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교육을 새롭게 해보자는 의지로만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돕고 사랑하는 것을 잘한다. 이러한 것을 통해 교육을 섬기자는 게 처음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을 먼저 찾아가고 좀 더 깊이 사랑하자는 차원에서 가정방문 캠페인, 일대일 결연 캠페인 등을 진행했었다.

1990년대 말에는 촌지 문제로 학교와 교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신뢰를 되찾는 것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학기 초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통해 촌지를 받지 않음을 알리고 부담 없이 학교에 와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자는 분위기를 만들게 됐다.

이러한 캠페인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책 운동까지 하게 되었다. 학교가 왜 제 기능을 못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교장 승진제가 학교의 성장과 발전, 교육에 저해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교장승진제 개혁 운동 등 교원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NEIS 사태를 중재하기도 했다. 개인의 인권과 효율성이 충돌하면서 굉장히 심각한 대립으로 인해 다른 교육과제가 뒤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 우리 회원 선생님 중 한 분이 아이디어를 내서 서버를 분리하자는 중재안을 냈는데, 그게 수용돼서 NEIS 사태가 풀린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법을 찾고 실천하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육계에 회복적생활교육 소개, 협동학습 확산, 학습부진 학생을 위한 배움찬찬이 운동, 수업나눔 운동, 혁신학교 운동 등 연구 및 실천 운동 등 많은 일을 해 왔다.

▲일각에서는 교원단체가 특정 종교를 대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참여적이고 사회변혁적인 종교다.

우리가 기독교 신앙을 기본으로 교육 운동을 하는 것은 기독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선한 가치를 기본으로 교육을 위한 실천운동, 변혁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사회 참여는 얼마든지 있었다. 교사라는, 교육이라는 것을 무기로,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특정 종교를 주축으로 하다 보니 일정 수준까지 확산은 용이할 수도 있지만, 그 벽을 넘기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조직 확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면서 교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역할이다. 그걸 잘 해내면 조직은 자연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사가 필요하다.

좋은 교사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서 자기 이익보다는 자기를 희생하고 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을 잘 돕고 섬기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 보니 폐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기독교사운동을 고집하는 것은 좋은 교육에 기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에 북극성이 없다 보니 교육계가 점차 이분화한다고 진단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에 북극성이 없다 보니 교육계가 점차 이분화한다고 진단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국가교육회의는 정치권에서 멀어져야..."사회 각계에서 위원 합류하길 기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대입제도공론화, IB 도입, 교원양성체제개편, 자사고 재지정 평가 등 최근 교육계에 이슈가 너무나도 많다. 모두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정책들인데. 최근의 교육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먼저 우리 교육의 지향점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먼저 합의해야 한다. 현재는 교육이 가야 하는 북극성을 보지 않고 나침반도 없이 사막을 헤매며 눈앞의 모래바람 피할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바람을 피하고자 잠시 멈출 수도 있고, 잠깐 뒷걸음칠 칠 수도 있지만 북극성이 있다면 곧 다시 채비를 갖춰 가야 할 길을 간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북극성과도 같은 교육의 방향을 정해야죠.

교육의 북극성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 학습하는 힘,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해요. 이런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교육과정, 평가제도, 대입제도, 고교체제를 차근차근 정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마다 걸린 이해관계들 때문에 흔들리다가 제자리만 맴돌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여러 이해관계에 흔들리다가 교육의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에요. 문제는 제자리에 맴도는 동안 많은 학생이 죽어가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두고 말이 많다. 특히 위원 구성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여당 및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김 대표가 국가교육위원회의 모습과 실행방안을 제언해 달라

교육이라는 배의 키를 누구에게 쥐여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키를 잡아 왔던 교육부에게 국민들은 더 키를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육부가 배를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도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데, 그 방향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신뢰를 잃었고, 끌고 갈 힘도 잃었다.

선장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에 약간의 기대는 있다. 각 정당에서 위원 추천할 때 당리당략 따지지 않고 교육의 방향을 잘 잡아줄 사람을 추천한다면 말이죠. 결국 얼마나 교육만을 바라보며 추천할 것이냐에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오히려 정당에서 추천하는 인원은 줄이고 시민사회나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위원을 추천하게 해 다양한 사람이 모이게 해야 한다.

청와대의 위원 추천권도 최소화해 대통령을 대신할 사람으로 1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청와대도 손을 떼 줘야 정치적 개입을 줄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것마저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전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답답합니다.

약간의 방향 선회, 학교폭력예방법 의미 있어..."본질은 사후 조치 아닌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

▲잇따른 국회 파행으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개정안의 한계는 분명하다. 학교에 적용됐을 때 지금의 학교 폭력을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냐의 질문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실제 학교폭력 발생 건수를 줄이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학폭위를 교육지원청 이관한다고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게 아니다. 사후 조치를 제외한 모든 일은 학교에 남아 있다. 일이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육지원청 이관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불만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갈등이 줄진 않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줄이는 문제는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환경, 교육 환경, 어떤 교육을 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이나 평화 감수성 교육을 강조하고 실제 학교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등 전체적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다만 의미 있게 보는 것은 약간의 방향 선회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엄중한 처벌만 강조했다면 개정안에는 관계 회복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학교에서 일정 부분 적용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열렸다.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고 평가한다.

'배움의 질' 평가하는 대입제도 도입돼야..."논·서술형 평가로 중심 이동 필요"

▲IB 도입, 자사고 재지정 등은 모두 대입제도와 관련이 깊다. 앞으로 대입제도가 가야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선결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면

대입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다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해 일정 부분의 가이드라인만 주고 그 안에서 대학이 학생을 알아서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제도가 배움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지, 대학 입장에서 적격자를 선발할 수 있는지, 과잉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공정성을 충족할 수 있는지이다. 이 속에서도 가장 우선하는 것은 배움의 질이다. 다른 것을 모두 충족해도 배움의 질이 떨어진다면 잘못된 방향이다.

▲배움의 질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학생들의 사고하는 힘, 자기 생각으로 정리해 표현하는 힘 등을 길러야 한다. 객관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게 좋은 인재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식을 통해 문제해결력, 협업력,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업의 중심이 주입식 강의보다는 토론 중심으로, 협력 및 활동으로 이동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질 높은 교육이다. 그러나 이를 평가하는 데 지금의 대입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

▲교육하고 나면 어떤 방법으로든 측정 즉, 아웃풋을 확인해야 배움이 또는 교육이 어느 정도가 됐다고 측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배움의 질이 잘 이뤄졌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논·서술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객관식 평가는 다양한 교육을 위축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단순한 객관식 시험은 안 된다. 초중고 12년간 배워서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면 어떤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논서술형 평가이다. 논서술형 평가가 평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다만 수능이 논서술형 중심으로 바뀌어서 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견인할 수 있다면 수능 중심 전형이 확대되는 것은 찬성한다. 현재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IB 도입 환영..."일부 도입해 평가의 객관성 확보한 방법 살펴보자"

▲논서술형 평가와 관련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에 관심이 쏠린다. IB 도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서술형 평가에서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가장 큰 숙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IB를 주목하고 참고해야 한다고 말을 해 왔다. 물론 전체적으로 도입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IB는 논술형으로 평가하면서도 채점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확보해왔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같이 살피고 고민해봐야 한다. IB에서 운용하는 공동채점과 크로스체킹 등을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이다.

교사의 논술형 채점에 대해 외부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IB는 채점관을 모두 교사로 뽑는다. 우리도 교사 중심으로 평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교사들을 모아 평가 훈련을 시키고 단위 학교에서 일어나는 평가를 정기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공개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신뢰도의 문제다.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함께 고민한다면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자사고는 이미 그 효용이 다 했다"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자사고는 이미 그 효용이 다 했다"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자사고, 폐지해야..."모든 학교서 진로와 소질에 맞는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자사고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자사고 제도는 없어지는 게 맞다. 초중등교육법 제61조를 교육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한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평가할 때는 목적대로 잘 운용하고 있는지, 이 제도를 계속 운용할 필요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더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수월성과 다양성을 위해 도입된 자사고로 인해 교육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봐야 한다. 대부분 자사고가 입시에 치중된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자사고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좀 더 좋은 분위기에서 입시에 잘 대비하려고 자사고에 지원하지, 대학 입학하지 않아도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자사고를 가겠다는 학생은 없다.

그래서 지금의 자사고는 제도적인 효용이 다했다고 생각한다. 폐지해야 한다.

또 자사고가 일종의 특권으로 누렸던 교육과정의 자율적 권한들이 일반고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자사고에 일반고에는 없는 선발 권한까지 주면서 이 제도를 운용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고 본다.

▲대입을 위해서든, 다양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든 더 좋은 곳에서 질 높은 교육을 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비난할 수 있을까

개인 선택의 자유와 공교육이라는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무, 사회적 책무성이 충돌하는 것으로 본다. 나는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것과 개인 선택의 자유 속에서 조화의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자사고 제도는 교육의 공공성을 과하게 해치면서 선택의 자유를 준 측면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도 자사고에 대한 몇몇 제한을 허용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선택 등 자율권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모든 학교에서 자기 진로와 소질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길이 열리고 있다.

교육학적으로도 선택이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일정 시기까지는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시기까지는 경쟁으로부터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 인간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 훨씬 중요한 가치이다.

교원 양성과정 개편 필요..."성적 위주 아닌 다양한 학생 이해하고 가르치는 능력 평가해야"

초중등교사 '크로싱' 수업 가능..."사법연수원 시스템 준용, 임용 시 일정기간 사전 연수 도입을"

▲최근 인구절벽 및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양성체제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하겠죠. 현행 교·사대 교육의 부족한 점이기도 하고요. 입시부터 교육과정, 임용과정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대가 가장 성적 중심으로 학생을 뽑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사람 뽑으면 될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고, 다양한 학생들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철학과 방법을 가르치고, 이렇게 길러진 사람을 교사로 임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대 사대를 변화시키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사법연수원처럼 임용 이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어떤가. 임용 시험에 통과한 이후 최소한 1년 정도는 현장과 교육을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사대 통합, 초·중 교사 크로스 파견 수업 등의 내용이 담긴 연구를 발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우선 학생을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 이들에게 더 유익한 교육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하냐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이 고유의 전문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경계선이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통합학교들이 만들어지는데, 물리적으로는 통합했지만 화학적인 협업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정 부분 초등교사가 중등학생을, 중등교사가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 차분히 검토해볼 문제이다.

▲여름자율연수를 주제로 좋은교사대학을 운영할 계획으로 아는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교사들의 좋은 배움터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좋은교사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원들이 그동안 고민하면서 만들어온 실천적 대안들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이번 방학에는 그림책 수업, 회복적 생활교육, 에니어그램, 수학대안교과서 수업, 학교 리더십과 같은 강좌를 열어놨다.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 온 내용이 많아서 현장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를 성장하게 만든 교육 운동..."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사로 살고 싶어"

▲15년 정도 교육 운동을 해 왔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사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게 하는 게 너무 많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나은 교사로 살기 위해 교육 운동을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교육 운동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한 가지는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이 행복감도 느끼게 하고, 성장을 경험시키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교육계에 한마디 남겨 달라

한 명의 아이가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와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패하고 멈출 수 있도록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데 경쟁과 줄 세우기가 학교를 지배하면서 작은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은 마음의 여유도 없고 늘 불안해한다. 스스로 성장할 힘과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실패하지 않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육이 되게 학교를 경쟁과 줄 세우기로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