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교육종단연구에서 양희원 한국항공대학교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첫 페이지.(사진=지성배 기자)
제5회 서울교육종단연구에서 양희원 한국항공대학교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첫 페이지.(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핵심 발달 목표가 일반학교와 비교해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 8년. 학력 저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혁신학교의 자체 성과에도 물음표를 던진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23일 서울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개최한 제5회 서울교육종단연구학술대회에서 양희원 한국항공대학교 책임연구원은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 같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교육종단연구의 3, 6, 7, 8, 9차 년도 고등학교 자료를 활용해 혁신학교 지정을 유지한 고등학교와 일반학교로 유지된 고등학교에 재학한 학생이 평가하는 ‘학교만족도’ 및 학생 개인의 ‘창의성’과 ‘자아개념’ 그리고 ‘학업성취도’의 차이를 평가한 것이다.

먼저 혁신학교의 학교만족도는 일반학교에 비해 높았다. 이는 혁신학교 지정을 유지하면서 그 효과가 지속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즉, 일반고 학생보다 혁신고 학생의 학교만족도가 더 높고, 혁신학교 지위를 유지하면서 그 효과가 지속하고 있어, 혁신학교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 발달목표는 일반학교와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혁신학교의 자아개념이 일반학교보다 높았던 일부 시기가 있었지만, 창의성과 자아개념에 대한 장기적인 경향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양 책임연구원은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은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발달 목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이후 8년 동안 지속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논란이 계속되는 혁신학교 학업성취도의 경우,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간 차이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3차년도(2012년)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혁신학교의 수학‧영어 성취도는 일반학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6차년도, 9차년도로 갈수록 성취도 차이는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6차년도에서는 두 학교간 성취도 차이가 작았으며, 9차년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으나 일반학교 성취도가 혁신학교보다 높게 나왔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일반학교에 비해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긴 하지만 뚜렷한 증거는 부족해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8년의 시간 동안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는 높아 졌지만, 일반학교와 비교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 혁신학교의 주요 발달 목표로 제시한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도 일반고와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는 다소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고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총 6개 학교를 연구에 사용해 일반화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등 학교의 초기 학업성취도 및 학교 재학생의 성별 비율, 학교 지역 등 다양한 배경 변수를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교효과성 검증 ‘미흡’, 유의미한 결과 적어 혁신학교 효과 논의 ‘부적절’ 의견도

연구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날 토론회에서 나왔다. 학생관련 요인만으로 학교효과성 전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혜정 서울 휘봉고 교사는 “유의미성이 적은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교사는 “학교효과성 논의에 있어 수업활동, 교육과정 운영, 학교문화, 학교경영시스템 등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는 최근 연구 경향의 충분한 분석 및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효과성은 일반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흐름이 있었으나 1970년대 이후 비인지적 영역, 즉 학생들의 결과적 성취 만이 아닌 학습 풍토와 같은 조직 내 변인을 포함하는 연구로 변화하고 있다.

안 교사는 이 같은 선행 연구를 제시하며 “최근 연구들은 학교의 규범, 관습, 가치, 기술, 교육과정 등 학교의 조직적 측면이 결합되어 형성된 학교문화 혹은 풍토가 학교효과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 연구가 학교효과성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인지적 정의적 성취 결과에 미치는 영향’ 정도로 제목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결과의 유의미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학교효과성 또는 혁신학교 정책의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9차년도에서는 영어성취도에서만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며 “1개 요인의 유의미성으로 인해 전체 학교효과성을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의 데이터는 혁신학교가 더 효과적이거나 덜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혁신학교와 혁신학교 정책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학교효과성 연구도 학생요인 뿐 아니라 수업, 교육과정, 학교문화, 학교운영시스템 등 다양한 다차원 요인을 고려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는 2019년 3월 기준 초등학교 158개교, 중학교 40개교, 고등학교 15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3월 기준 213개인 서울형 혁신학교를 2022년까지 250개로 늘린다는 방침으로 오는 9월부터 8개교가 신규 지정돼 운영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마곡2중(가칭) 학부모들이 “마곡2중(가칭)이 혁신중학교로 2020년 개교할 경우 마곡지구의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일반 중학교 개교를 촉구하는 ‘마곡2중 혁신학교 반대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