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갖춘 국공립유치원 17.7%…보호장구 없어 체험학습 취소
2점식 안전띠 버스용 18㎏초과 유아보호장구 아예 없어…개발 시급

버스 장착은 유예, 미착용 단속은 당장…법 적용 일원화 필요
교총 "법 시행 내용 정확히 안내‧홍보해 불필요한 법 위반 없게 해야"

도로교통법 제50조(특정 운전자의 준수사항), 동법 시행규칙 제30조(유아보호용장구)가 2018년 9월27일자로 시행됨에 따라 유치원에서 차량 이용 시 반드시 안전검사기준에 적합한 유아보호용장구를 반드시 장착해 이용해야 한다. (사진=제주도교육청)<br>
도로교통법 제50조(특정 운전자의 준수사항), 동법 시행규칙 제30조(유아보호용장구)가 2018년 9월27일자로 시행됨에 따라 유치원에서 차량 이용 시 반드시 안전검사기준에 적합한 유아보호용장구를 반드시 장착해 이용해야 한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서울시내 국공립유치원의 2018년(1~6월) 1099건이었던 버스 현장체험학습이 올해(1~6월)는 491건으로 줄었다. 반면 도보 현장학습은 같은 기간 124건에서 229건으로 늘었다. 503곳은 현장학습을 가지 않은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아 보호 장구를 갖춘 전세버스를 확보하지 못해 최근 국공립 유치원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공립유치원 현장학습 현황’에 따르면, 올해 현장학습체험 건수는 전년 동기(1월~6월) 대비 720건으로 전년도 1223건에 비해 41%나 감소했다. 

버스를 이용한 현장학습체험 건수는 491건으로 무려 44%나 감소했으며, 도보 건수는 229건으로 84%가 증가했다. 버스를 이용한 현장체험이 취소되거나 도보로 대체된 것이다.

서울시 공립유치원 현장학습 현황. (자료=김현아 의원실)

이는 지난해 9월28일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차량 내 영유아 보호 장구 장착과 착용이 의무화 됐지만,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전세버스 등에 유아 보호용 장구 장착을 2021년 4월까지 유예하면서 혼란이 빚어진 탓이다.

전세버스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유아보호용 장구 장착을 꺼리면서, 전세버스를 확보하지 못한 유치원들이 법 위반을 우려해 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진 것.

특히 전세버스 의존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대체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공립유치원의 통학버스 보유율은 17.7%에 불과, 전세버스 의존율이 높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전세버스에 장착할 수 있는 국가인증 유아보호용장구는 18㎏ 이하 유아용밖에 없다. 여기에 대다수 전세버스의 좌석이 2점식 안전띠 형식인데, 탈‧부착할 수 있는 18㎏ 초과 유아용 KC 인증 보호장구는 아예 없는 설정이다. 

결국 교육부의 안전지침에 따르면, 자체 통학버스를 보유하지 못한 유치원의 경우, 18㎏이 넘는 유아는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발표한 4~5세 연령별 체중 현황에 따르면, 5세 평균 체중은 18.7㎏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버스 탈‧부착용 유아보호장구를 일괄 확보해 지원하고 있지만, 2점식 버스에 설치 가능한 18㎏ 초과 유아용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5월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정상화를 위해 전세버스에 설치 가능한 3점식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를 사들였다. 유아보호용장구 탈부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협조를 구하고, 3점식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한 전세버스 7대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3점식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한 전세버스 7대를 지원하고 있다.(사진=제주도교육청)  

광주교육청도 이달 초부터 직속기관인 유아교육진흥원을 통해 유아보호용장구 대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추경을 통해 차량 내 유아보호용장구를 구입, 하반기 대여 등을 할 예정이다.

김현안 의원은 “관련법 개정이후 준비기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아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유아용 전용버스를 보급하는 등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교총도 지난 17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경찰청에 ‘유아보호용장구 설치 의무화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해 2점식 좌석 안전띠를 사용하는 전세버스에 장착 가능한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를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총은 “개발 시기 등을 확정하고 유치원 현장에 알려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근본적으로 유아보호용장구를 탈·부착하지 않아도 되는 유아 전용 버스 지원을 강화해 유치원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육부 등 관계 부처가 법 적용 시점을 일원화 하는 등 유치원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유치원 교원들이 법 시행과 관련한 사항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안내‧홍보해 불필요한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