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현장] 중산층 부모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에듀인 현장] 중산층 부모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7.24 2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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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경기 시흥 조남초등교 교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스스로 수학을 못 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중하위권 학생을 집중 마크하며 수업을 하다 보면 웃픈 현상이 있다. 

수학을 원리로 가르치려면 기본적으로 교사의 설명은 필수다. 그리고 중하위권의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고 학습 동기를 자극하려면 설명도 쉽게 해야 한다. 여기에 교사로서 딜레마가 있다. 

교실에서 다수의 학생을 상대하며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집중력이 약하고 특히 동적인 성향이 강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설명을 잘 안 듣거나 놓치거나 한 번으로는 이해를 잘 못 할 때가 있다. 

사실 이것은 훈련이 필요한데 자기조절 능력이 같이 가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차도 있을 수 있고 심리적 환경도 저마다 달라서 기다려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수업은 늘 어려운 것이고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이 따르게 된다. 교육을 사회적응이 아닌 개인의 성장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을 불러 개별적으로 지도하면, 이해도가 크게 상승하고 심지어 감탄사를 유발하며 수학이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통제된 환경(1:1)에서는 확실히 결과도 금방 나오고 학습량에도 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나는 늘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환경에 처해있거나 가정의 경제력과 문화가 빈약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옆에서 학습 조력을 꾸준히 해주면서 가르치면 학업 성취도가 올라갈 아이들, 게다가 이대로만 가면 특정 교과나 분야에 새로운 눈을 뜰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교실에 많다. 그 아이들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 구조 속에서 나는 한없이 미안함을 느끼며 산다. 

반면 중산층 이상 가정의 상당수 아이들은 선행학습이 되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내용을 이미 알고 앉아 있다. 

대학입시, 특목고 입시체제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부모의 1차적 교육과 통제로 6학년쯤 되면 이미 교육과정 대부분을 학습하고 왔기 때문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단위 차시 내 과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으니, 떠들고 장난을 하며 여유를 부리기까지 한다. 

어쨌든 수업시간은 공부하는 시간이지 떠들고 장난을 치는 시간이 아니기에, 특히 과제 해결 속도가 늦는 친구에게 방해가 되므로 혼이 나기도 한다. 학습하는데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함, 인내심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은 사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교실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다 같이 조급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교실 밖 부모들은 마음을 놓는다. ‘우리 아이 수학 실력을 이 정도로 갖춰 학교에 보내니까 적어도 밀리진 않겠지’ 하는 부모의 안심이 선행학습 문화를 전파한다. 나는 지금 선행학습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교실 수업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로 잠재력을 가졌으나, 개별적 손길이 닿지 않는 학생들이 구조적으로 계속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쨌거나 원리 중심 수업을 전개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이렇게 똑똑한 아이들이 중하위권 이하의 아이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안 그러겠지 하지 마시라.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건 아이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에너지가 충만한 그 시기에 얼마나 자기 존재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싶겠나. 어른도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남들과 다른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미성숙한 아이들이 학습적인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아이가 아니고, 배려 받지 못한다고 해서 마냥 못하는 아이가 아닌, 아직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모두가 그저 아이들일 뿐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를 길러내는 공교육이 어떤 가치에 집중해 가야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자사고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개인의 선택권이라는 미명하에, 그리고 대학입시를 타깃으로 한 교육이란 이름 하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양육가설’이라는 책에도 나와 있듯이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의 영향보다는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그런 책을 읽고 자녀의 교육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중산층 이상의 환경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서 옛날 교육방식을 가지고 있는 조손가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고 하고, 최신 교육 트렌드를 따르는 중산층 부모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 잘 사귀라고 한다. 그리고 또래 집단의 강력한 힘을 알기에 자사고로 보내고 싶은 것이다. 

솔직하게 현실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 속하게 하고 싶은 것이지 않은가. 우리 아이, 한 글자라도 더 보게 하고 한 문제라도 더 풀게 하며 이성 교제, 알바 취업정보 대화보다 대학진학, 전공 선택, 고급 직업 네트워크에 오고 갈 수 있는 대화에 동참시키고 싶은 것 아닌가. 

그것을 소위 ‘면학 분위기’라고 하고, ‘교육과정의 다양화’라는 취지와 상관없이 단지 그 면학 분위기 때문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것. 아닌가? 게다가 공교육시스템 안에서 간단하게 선택하게 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강력한가. 

사실 한 개인의 역량을 놓고 보았을 때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다고 하면 학교시스템이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도 시스템 안에 있게 하고 싶은 이유는 학교가 업은 힘이 있다고 보기 때문은 아닌가.

이제는 ‘불평등의 대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대학 진학할 때, 학생불이익지수(adversity index or disadvantage index)를 반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예일대학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모학력과 경제력은 물론 지역사회 범죄율 등 학생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가정 배경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학생의 내적 역량과 동시에 학생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이 요인이 미국에서도 교육 불평등을 낳는 주원인이기 때문에 빈민층 가정의 자녀들이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확대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불이익지수’를 학교 선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미래를 논하려면, 이렇게 교육이 가난한 계층을 살리는 실질적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중산층 이상 학생들이 기회와 선택을 다 가져가게 하는 방향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극단적 개인주의밖에 없다고 본다. 이것을 정말 원하는지, 우리 사회에게 이제 질문을 던지고, 현실을 직면하게 해야 할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교실 밖에서 각종 데이터로 교육문제를 분석하고 합리적 관점을 가졌다고 하는 부모들, 자사고 제도를 찬성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받고 싶은 그 마음은 알겠는데, 주장하는 바가 때로는 가상현실 속 이야기 같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현재 자녀의 삶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피해는 공부에 관심 없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주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부류 사이에 우리 아이를 두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이해하지만, 당신 자녀도 교실에서 이미 수업 내용 다 알고 와서 떠들고 장난치며 주변에 피해를 줄 수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도움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도움을 주어야 할 때도 있다. 그 누구도 완전하지 않고 완전해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교실에서 모든 아이를 품어 안고 교육하는 나 같은 말단교사 입장에서는 선행학습으로 무장해 수업시간의 흐름을 자주 끊게 하는 학생을 미워하거나 탓할 수 없다. 아직 아이니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해결법이 나오고 그 누구도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각인하고 수업에 임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입시라는 현실 속에 갇힌 부모의 가치관이 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그 부모도 자녀의 실력에 맞추지 못하는 나의 티칭 역량을 의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사고 시스템이 낳은 초등교육 현장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안타깝다. 

김정연 경기 시흥 조남초등교 교사  
김정연 경기 시흥 조남초등교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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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2019-07-25 03:06:04
선생님 입장이 이해되고 반성하게 되네요. 그래도 자식가진 부모 맘은 다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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