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위원회 위원장 

2015 개정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이러한 목적을 중심으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때다. 그 목적과 방향 못지않게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개정 과정 중에 나타난 오해, 갈등 상황 등을 후속 과제에서 지속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문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성격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 용어들은 동일한 용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과 삶에 있어 기대되는 바람직한 변화를 현재 시점에서 계획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현재의 사실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진술이라는 점에서 규범적 성격과 처방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때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지 않도록 모든 학생의 경험의 성장이라는 도덕적 목적을 기준으로 그 가치와 규범을 이야기해 주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창의융합인재’, ‘핵심역량’, 교과 교육과정에서의 ‘학습량 적정화’ 그리고 이를 위해 사용된 ‘영역’, ‘핵심개념’, ‘내용(일반화된 지식’, ‘학년(군)별 내용 (요소)’, ‘성취기준’, ‘기능’ 등의 용어를 정의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해설서 작업을 통해, 교원연수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방도를 동원하여 교사들이 우선 용어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과서 작업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교과서는 곧 교육과정이라는 등식이 통할만큼 교과서 의존적인 경향이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을 실행하면서 교사들은 한결같이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한 학습량 적정화는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이전보다 더 많은 사실들을 담은 교과서를 받았고 결국 교과서의 진도를 나갈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수업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교과서라는 것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총론과 각론 조정 그리고 교과 간 조정에 온 힘을 기울였다.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가교육과정 개발 체제의 바람직한 모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교과서 개발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교사들은 “또 그대로? 왜 개정을 했을까?”라는 불만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도 상시 조정, 점검체제를 만들어 지금껏 한 조정 노력들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셋째, 2015 개정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능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 내내 제기된 또 다른 문제는 대학수능과의 연계였다. 문과와 이과를 분리시키고는 현행 수능체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교육과정 개정은 의미가 없다는 문제 제기였다.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을 가정하고 다양한 수능체제가 연구되고 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평가체제가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교육과정이 평가체제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 이번 개정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옳은 순서로 교육과정을 개발한 것이 되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방향과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수능체제를 꼼꼼히 개발한다면, 이번 사례는 교육과정이 평가체제를 결정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넷째, 2015 개정교육과정은 2009 개정교육과정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문제제기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그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방향과 목적이 달라졌다고 할 때, 오히려 수업 수준에서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것이다.

교사는 인문학적 소양을 어떻게 기를 것이며, 창의융합적 사고를 위해 교과의 내용을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이며, 독서 교육 활성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지속적으로 요청받는다고 할 것이다. 시도 교육청은 이에 대한 교원 연수, 컨설팅, 자료 개발 등 구체적이고 풍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2015 개정교육과정은 고시라는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2015 개정교육과정은 지속적인 개선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개선의 요구가 바로 수시 개정의 과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고시 후 13번의 수시 개정 고시를 하였다. 지속적인 개선의 대상이라고 할 때 교수․학습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목적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개정을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땜질하는 방식으로 개정한다면, 2015 개정교육과정은 2009 개정교육과정의 실패를 답습하기 쉽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요구인지 그리고 그것이 ‘모든’ 학생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하면서 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 으레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것처럼 여긴다. 이번 2015 개정교육과정도 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학습과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정권과 관련된 피상적 개정이라는 의심은 거두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개선의 대상으로 살아남기를 기대한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위원회 위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 이 글은 11월 27일 열린 '현장교원중심 국가교육과정 5차포럼'의 발제 '2015 개정교육과정의 방항과 과제' 가운데 '향후 과제' 부분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