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국가인권위 사회권전문위원회 위원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에듀인뉴스] 교사에 의한 성추행 및 성희롱 피해 제보가 SNS에 쏟아지자, 2016년 12월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강남의 S여중을 전면 감사했다.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모든 교사의 지난 수년간의 성희롱 및 성추행 사례를 고발 받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적발된 수십 명의 관련 교사들이 경고나 주의를 받았으며, 현직 교사 5명을 직위해제했다. 이들 중 전직 교사 1명을 포함하여 8명의 교사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이들 중 3명을 검찰에 넘겼고, 담당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이후 3년여에 걸친 긴 재판이 이루어졌다. 재판이 종료된 2019년 7월,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세 명 중 1인은 무죄, 1인은 유죄, 1인은 재판 중에 극단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유죄를 받은 해당교사와 변호인은 “성추행의 증거가 없고 증언에서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는데 벌금형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만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판단이 오염되었으며 2심에서 반드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항변했다.     

2018년 인천에서는 고교 국어과목에 등장하는 고대가요 ‘구지가(龜旨歌)’의 문학적 해석을 놓고 인천의 한 여고 교사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끝내 파면을 당했다. 

구지가에 나오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란 대목에서 거북이 머리가 남성의 성기인 ‘남근(男根)’으로도 해석된다는 교사의 설명이 문제가 됐다. 학교는 인천시교육청의 지휘를 받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업 받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해당교사의 성 비위 여부를 탈탈 털어 설문조사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업배제와 징계요구를 결정하고 인천시교육청에 보고했다. 

해당 교사는 지난 30년간 교단에서 같은 내용의 수업을 가르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학교 측이 일부 학생과 학부모 얘기만 듣고 자신을 성희롱 교사로 낙인찍었다고 항의했다. 

문제의 발단은 한 통의 전화였다. 학부모라고 자칭한 사람 1명이 학교에 해당교사의 수업 내용을 시비하는 전화를 했고, 학교는 교육청과 논의해 즉각 교사의 수업배제와 징계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기이하다. 특정된 피해학생이 1명도 없고, 경찰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당해학교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재단이사장인 목사님의 엄벌 의지가 매우 강고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교사와 교수들, 인권운동가들이 해당교사를 옹호했으나 교사는 파면되었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으로 감면되었을 뿐이다. 

2017년 8월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던 전북 부안군의 한 교사는 경찰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았으나 교육청 감사과는 인권센터 결정을 근거로 징계 절차를 진행했고, 이를 억울하게 여긴 해당교사는 그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목숨을 끊었다.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바로 며칠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광주시 도덕교사인 배이상헌은 ‘성과 윤리’ 단원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단편 영화 한편을 감상하게 했다. 프랑스에서 만든 ‘억압당하는 다수(Oppressed Majority)’라는 유명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소요시간 11분짜리로 남자와 여자 간 전통적인 성역할을 뒤바꾼 일명 ‘미러링 기법’을 사용하였고 핵심내용은 성불평등 고발이었다. 

영상엔 여성이 상의를 벗고 있는 장면과 성적인 대사, 남성 상대 성추행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성 역할을 바꿔보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자료로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수업이 국민신문고에 ‘성적 수치심’으로 고발되는 민원이 교육청에 접수되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를 ‘교사의 성비위’로 보고,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른 수업 배제 조치를 취했다. 

배이상헌은 ‘교권침해’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수업을 계속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은 수업을 받았던 1, 2,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먼지털이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배교사가 수업시간에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사례가 접수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청은 수사를 의뢰, 배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회원 및 지지자 200여명)는 UN아동권리위원회에 고발자와 지지자들의 의견을 모아 스쿨미투와 관련, 제대로 된 권고안을 요청하는 추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스쿨미투에 대한 정부당국의 조치가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아동권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스쿨미투를 고발했고, 오는 9월 본 심의를 앞두고 프로젝트를 통해 재차 UN에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스쿨미투에서 학교는 스쿨미투의 온상이고 이를 일벌백계하는 교육청은 선으로 비쳐진다. 

불특정 소수든 익명이든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청이 나서서 감사에 착수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교사의 수년간 성희롱 실태를 조사한다. 보통 익명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를 통해 교사의 혐의가 고발되면 수업배제, 직위해제, 경찰수사가 즉각 이루어진다. 결과에 따른 처벌이 아니라 고발에 따른 처벌이다. 

서울 S여중 등의 경우 해당교사뿐 아니라 전체 교사에 대한 설문조사도 이루어져서 수십 명의 교사가 징계 대상으로 찍혔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나라의 전문 직종에서 교사들에게만 적용되는 매뉴얼로 보인다. 

한번 보자. 예컨대 SNS나 신문고를 통해 특정 검사나 판사가 성희롱․성추행 혐의 대상으로 민원이 제기되면 법무부나 대법원이 해당 검찰청과 법원의 모든 판검사를 대상으로 먼지털이식 전수조사를 실시할까. 

직원들에게 판검사들이 지난 몇 년간 성희롱 및 성추행 발언이나 행위를 했는지 설문조사를 하고, 혐의가 나오면 당사자를 즉각 수사나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직위해제와 수사의뢰할까. 교육부나 교육청에게도 이렇게 적용하는가. 그렇지 않다. 학생교육은 특별히 중요하니까 학교만 특별히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지나치다. 

스쿨미투의 정책과 사례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사건의 발단은 SNS나 국민신문고, 공중전화 신고 등 불특정 소수를 포함한 고발로 촉발된다. 

둘째, 교육부와 교육청이 정한 매뉴얼에 따라 학생을 대상으로 해당교사나 전체교사들의 수업에 대해 전수조사가 시작되고 성희롱 혐의가 제기되면, 즉각 수업배제와 직위해제가 이루어진다. 대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셋째, 가해자인 교사의 혐의는 수사나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여론몰이의 먹이가 되는데 비해 어처구니 없게도 피해학생의 고통이나 사례는 입증되는 경우가 드물다. 스쿨미투에 '스쿨'이 없다. 

넷째, 교육부 스스로 위법과 초법으로 스쿨미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의 성추행 피해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동법 2조에는 그 대상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특정해 법 대상의 범위를 학생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란 문구는 학교급간, 지역 간 문제를 용이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교사와 학생의 성희롱·성추행 여부를 성고충심의회에서 판정하는 것도 초법적 행위다. 이 규정은 직원간의 문제만 다루도록 설정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은 이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때마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스쿨미투 문제의 ‘진짜 문제’는 교육부의 ‘아무것도 안하려는’ 복지부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