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 진단 및 향후 과제 점검' 토론회

구본창 "재지정 평가로 교육계 혼란, 시행령 삭제해 일괄 전환해야"
주석훈 "전국단위 자사고 폐지부터, 정책 뒤집는 교육부 신뢰 잃어"

홍민정 "정책 시정은 정부 의무, 교육제도 법정주의 지켜져야"
전경원 "시행령개정은 정부 의지, 정치환경 변화로 시기 놓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9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국면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를 점검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토론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변호사,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사진=지성배 기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9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국면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를 점검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변호사,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정책으로는 자사고 혼란 막을 수 없다. 시행령을 삭제하고 모든 학교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올해와 내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2주기가 진행중인 가운데 현재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설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고교체제개편을 위해 실시하는 3단계 고교교육 혁신 과제로는 서열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해 근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

지난 2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개최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정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로 나선 구본창 정책국장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는 문재인 정부표 자사고가 되어 더욱 공고한 고교 서열화를 이룰 뿐”이라며 “모든 학교가 수평적으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하도록 일반고 일괄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국장은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교체제개선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 정부가 실시하는 고입 동시 실시, 전환 지원, 체제 개편 등 3단계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고교체제개편 로드맵. (자료=교육부) 

지난 2017년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고입 동시 실시를 발표,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고입 동시 실시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운영성과 평가와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고교체제 개편을 계획했다.

구 국장은 “2018년 대입개편안을 발표하며 2020년 하반기로 고교체제 개편 일정을 늦춘 상황으로 재지정평가 국면이 다 지나고 고교체제 개편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갈등은 고교체제 개편 방향을 설정한 교육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꼬집어 비판했다.

이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재지정 평가로는 모든 학교가 특별해지도록 할 수 없다”며 “설립 근거 조항이 담긴 시행령 삭제를 통해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은 장관 등이 참여하는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제·개정을 할 수 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률 제·개정보다 용이해 정권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 역시 “시행령을 삭제하고 국회를 통해 법률로 교육체제 등에 대한 규정을 두는 교육법정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전 정권부터 교육정책을 뒤집어 국민적 신뢰를 잃었고, 이로 인해 매번 소모적 논쟁을 불러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

주 교장은 “지난 2013년 교육부가 구 자립형사립고에 대한 사회통합전형 의무 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장하고, 자사고 재지정평가에 사회통합 선발 노력정도를 포함해 구 자립형사립고의 사회통합 선발을 유도하겠다고 했으나 시행령을 고치지 않았다”며 “공직자가 재직 중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속성을 본다면 교원들과 시민사회에서 이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 당시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에게 사회적배려자 전형 10%를 채울 것을 공문으로 받았으나, 공문에는 ‘일반고만 해당’이라고 적시돼 있어 상산고 측은 자신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닌 것으로 봤다고 억울해했다. 또 전북교육청은 매년 사회적배려자전형 3%가 포함된 상산고의 입학전형을 승인하고 평가 시 감점 처리한 것이 상산고 재지정 평가의 적합성을 따지는 중요 사안으로 작동했다.

주 교장은 “전국단위 자사고는 폐지하고 일단 광역단위로 존재하도록 하는 등 먼저 고쳐야 하는 것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야 한다”며 “미래교육에 적합한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좋은 교육 좋은 학교를 지향하는 자사고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 15명에 학년 인원 150명 이하로 해야 한다”며 “재정 압박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는 스스로 일반고로의 전환 신청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홍민정 사교육걱정 변호사도 “자사고 제도에 대한 논란을 가중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교육제도 법정주의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데 있다”며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교육학교 제도, 종류 및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직접 법률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도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이 발견될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은 교육의 의무지 위법사항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의무를 방기하지 말고 시행령 폐지와 그 대안 실행에 몰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시행령 제정 및 폐지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되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이라며 “왜 머뭇거리는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해 정부의 의중이 중요 변수로 작동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괄 삭제를 통해 일반고 전환 시 생기는 사회적 혼란과 후폭풍, 내년 총선 등에 미칠 영향 등을 생각해 주저하는 것 같다”며 “문 정부 초기 지지율 80%가 넘었을 때 시도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