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학교폭력예방법'은 어떻게 학교를 망가뜨렸나?
[에듀인 리포터] '학교폭력예방법'은 어떻게 학교를 망가뜨렸나?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8.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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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학교 중재기능 없앤 학폭법..."학교는 교육하는 곳, 처벌은 사법기관에서"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뉴스=김승호 현장 리포터]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경미한 학폭 사안은 학교장이 자체 종결할 수 있게 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3년간 맡아본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학폭법 개정안이 학교에 공문으로 발송되어 의견을 물었으나 통과된 것 하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법안이 개정돼도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이 법안은 2012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에서 학폭 가해학생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학교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민원, 민원, 민원'...매뉴얼 강조로 학교의 중재기능 없앤 교육청

당시 큰 사건을 배경으로 한 뒤라 이 법은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재량권을 축소하고, 학폭위의 외부위원 과반수 배정, 생활기록부 기재 등의 엄벌주의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학생들끼리 벌이던 폭력만이 해당되었는데 점차 학생이 당한 모든 폭력을 전부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법안은 복잡했고, 시행령은 구멍이 많았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늘 민원에 시달렸다. 교육청과 관리자들은 학교폭력을 매뉴얼대로 처리할 것을 각종 연수에서 강조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사소한 욕설도, 친구들끼리의 다툼도 피해학생이 원하면 반드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작은 일들이 학교폭력으로 신고 되었고, 이에 따른 2차, 3차 민원들이 학교를 휩쓸었다.

이 싸움에 휘말리는 교육청과 관리자들은 점점 더 매뉴얼을 강조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학교의 중재기능은 사라졌다. 싸움에 대한 교육은 오로지 학폭위를 거친 ‘처벌’뿐이었다.

한편 여론은 처벌이 부족하다고 여전히 아우성이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잔인한 학교폭력 기사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 아무리 잔인한 일을 하더라도 기껏해야 전학을 보내는 처분을 보며, 학교를 비난했다. 전학보다 낮은 처분 결과에는 여론은 폭발했다.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모든 폭력에 전학이나 퇴학처분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학교폭력 판단기준에 따르면,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정도/화해정도에 따라 점수별 처분을 내리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전학 이외의 처분에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고 재심,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청구했다. 학교는 자신들의 처분이 정당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했으나 그마저도 여론은 학교가 숨기는 게 있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결국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채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학교만 뒤집어엎는 꼴이 되어버렸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하다. 학교는 폭력을 ‘처벌’하는 곳이 아니라 폭력을 행사한 학생, 당한 학생에게 교육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처벌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다. 학교는 어떠한 처벌의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교사의 체벌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체벌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학교와 교사는 처벌권이 있다고 간주한다.

생활기록부 기재 역시 마찬가지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 처분은 막상 졸업과 동시에 삭제, 혹은 늦어도 졸업 후 2년 만에 삭제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현재 고등학생이 아무리 심각한 폭력을 저질러도 늦어도 대학교 2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어떠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그나마 대학 수시 진학 때문에 생기부 기재가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초·중학교에서는 그마저도 실효성 있는 처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생기부 기재를 빨간 줄 그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모 입장에선 반성이 아니라, 어떻게든 지워야할 대상이 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처벌은 사법기관이, 교화는 교육기관이"

그렇다면 학교폭력은 어떻게 처분되어야할까? 처벌은 법에 의해 재판으로 하는 것이다. 심각한 폭력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학교가 아닌 사법기관의 힘을 빌려 처벌해야 한다.

학교는 이 학생을 어떻게 하면 교육적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기관이다. 교사와 학교, 교육청은 가해학생을 교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야 한다.

학교에서 힘들면 특별교육기관에 의뢰하고, 교육의 힘으로 다룰 수 없고 오히려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에게는 퇴학처분을 내리는 것이 옳다. 이는 기존의 선도위원회가 이미 하던 방식이다.

반면에 기존의 학교폭력 1~9호 처분은 대부분 처벌을 전제할 뿐, 처분을 받은 학생이 어떻게 교화되고 피해학생이 어떻게 회복되는지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교사와 학교, 교육청은 최선을 다해 피해학생의 회복을 지원하고, 가해학생의 교화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교육기관의 역할이다.

개정된 법안이 통과되면, 당분간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역할은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간다. 자치위만 넘어갈 뿐 1차적인 보고 및 사안조사의 책임은 여전히 학교에 있고, 교육청은 아마 점점 더 자세한 조사보고서 등을 학교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사후처리에서 학교의 부담은 덜겠지만, 학폭위 이전의 과정은 오히려 더 부담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빨리 본 법안이 구멍을 메우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면적 수정 및 보완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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