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선의 수업나눔] 수업 '관찰자'에서 '공개자'로..."학생중심수업, 어떻게 다가가지?"
[유희선의 수업나눔] 수업 '관찰자'에서 '공개자'로..."학생중심수업, 어떻게 다가가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8.0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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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선 경기 양오중학교 수석교사

경력 30년 교사의 수업고민과 나눔, 그리고 성장 이야기

수업친구와의 수업나눔은 내 수업을 거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수업친구는 내 수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안전지대이며, 나의 수업고민을 깊이 성찰해주고 함께 성장해가는 제일 가까운 수업코치다.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봐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업나눔의 기회를 수업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의미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수업보기의 안목과 진정성 있는 수업친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를 응원하고,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을 위해 ‘유희선의 수업 나눔’을 기획했다.

모둠원이 협력하여 조각퍼즐을 맞추는 모습. 그림과 문장으로 하브루타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사진=유희선 수석교사)
모둠원이 협력하여 조각퍼즐을 맞추는 모습. 그림과 문장으로 하브루타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에듀인뉴스] 나의 수업 고민은 학생중심수업을 표방하면서도 '본질은 교사중심수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늘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설명이 자세하고 긴 편이며 학생들이 모둠활동 할 때 참고할 만한 예시 자료들을 많이 보여주는 건, 내가 의도한대로 성공하길 바라는 조바심과 불안 때문이 아닌지 자꾸 돌아봐진다.

학생중심수업이란 학생을 진정한 수업의 주인공이 되게 하기 위해 교사가 한 걸음 물러나되 그만큼 학생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더 많이 설명하고 친절히 안내해주는 건 학생들의 자발성과 자주성을 믿지 못해서가 아닐까?

내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너무 어리게 판단하고, 어리기 때문에 서툴 것이라 지레짐작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작년에, 가깝게 지내는 수석님들과 수업나눔 후 수업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나의 지나치게 친절한 수업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짚어주셨다.

이런 깨달음이 마음을 쿵 울리고 지나갈 때 수석님 한 분이 내 수업 장면 중에서 교사중심수업이라 여겨져 바꾸고 싶은 지점을 얘기해보라 하셨다. 난감해하던 나는 교사의 ‘설명’을 줄이는 대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발문’을 더 많이 고민해서 적절히 써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무늬만 학생중심인 수업이 되지 않도록 모둠원의 협력과 몰입을 끌어내기 위한 수업도구.(사진=유희선 수석교사)
무늬만 학생중심인 수업이 되지 않도록 모둠원의 협력과 몰입을 끌어내기 위한 수업도구.(사진=유희선 수석교사)

대화를 나누다 보니 습관적인 교사의 개입을 줄이고 무던하게 학생들을 지켜봐주는 게 나의 역할인 것 같았다.

더디고 답답해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며 수업의 주인공이 바로 학생들 자신들임을 인식할 때 한 단계 더 배움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수석교사의 핵심역할 중에서 많은 선생님의 수업을 비교적 저항 없이 참관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걸 제일 행복해 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수업을 아주 열정적으로 잘 하시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참관해볼 수 있다는 건 행운 중의 행운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임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수업자가 되어 누군가를 내 수업에 초대하는 일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나머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상시 수업공개를 해야 하는 수석교사가 되고 또 수업코칭 연수를 받으며 나도 수업자로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수업친구 선생님들을 초대한다.

내가 수업을 잘하는 수석교사가 아니라는 점도 수업나눔 대상의 좋은 자격인 것 같다. 누구든 수업에서 잘한 점을 찾아내어 칭찬할 부분은 수월하게 잘 하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직면해보는 부분에서는 말문이 잘 열리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지나치기 쉬운데, 내 수업 속에서 그런 지점을 많이 발견해주고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보다 좋은 기회가 없지 않겠는가 싶다.

수석교사들끼리 돌아가며 수업을 나눈 후 수업코칭 하는 장면.(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수석교사들끼리 돌아가며 수업을 나눈 후 수업코칭 하는 장면.(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이번에 수업을 봐주신 수석님들은 진정한 수업친구가 되어 내 수업을 정성껏 참관해주셨다. 한 마디 한 마디... 어쩌면 내가 간절히 꼭 듣고 싶었던, 몰라주면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했던, 나를 존재로서 이해해주는 말씀들이었다.

이런 만남의 과정을 거치며 수업자의 내면이 단단해지고 간혹 흔들림의 위기가 닥쳐와도 꿋꿋하게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가 보다. 이래서 수업나눔에 점점 중독되고 물들어가나 보다.

내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도전과제가 있다면 하나는 좀 더 학생들에게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을 많이 주고 실제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고 표현하는 수업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책이나 연수에서 접한 다양한 수업사례를 시행착오 거치며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자신감이 생기면 교사의 군더더기 설명을 줄이고 학생들이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기에 나이나 외모가 점점 불리해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자기들과 마음으로나마 소통이 잘되는 선생님이라 생각하게 하려면 학생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가까워지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수업 시간에 품에 잘 안 들어오는 아이들을 미워하며 야단치기보다 내 편으로 만들어 수업에서 도망가지 않게 붙잡아야 하겠다. 관심있게, 세심하게 다시 봐주자.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봐야겠다.

바로 며칠 전, 힘들었던 시절의 수업 동영상을 다시 봤다. 수업 시작부터 여기서 떠들고 저기서 장난치고 산만해서 도무지 집중시키기 어려운 반의 수업 동영상이다.

주변 상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멋대로인 녀석들을 힘없이 바라보는 지친 내 모습이 보인다. 수석교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동영상 속의 교사를 보며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 나오는 사나이처럼 한없이 미웠다가 불쌍했다가 화가 나서 돌아서버리고도 싶었지만 어느새 다시 그리워져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무수한 세월, 학생들을 많이 (짝)사랑하고 그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한 교사가 거기 서있었기에... 나는 교직경력 30년을 넘어서도 교사로서 성장통을 앓고 있으며 지금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간 유희선의 수업나눔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값진 수업 경험을 공유해주신 유희선 수석교사님의 성공적인 교단 마무리를 함께 기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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