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자사고 논란, 공자의 '정명론'으로 풀자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자사고 논란, 공자의 '정명론'으로 풀자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8.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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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사

공자의 '정명론'을 통해 본 교육부 '책임론'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부는 26일 오후 2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박백범 차관 주재 브리핑을 열고,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내린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대한 부동의한다고 발표했다. 2019.07.26.(사진=교육부)
교육부는 26일 오후 2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박백범 차관 주재 브리핑을 열고,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내린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대한 부동의한다고 발표했다. 2019.07.26.(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 필자는 전문 칼럼니스트도 고전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 매순간 부딪치는 교육 문제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고전 속에서 우리가 당면한 교육 문제의 대안을 모색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우리가 당면한 교육 문제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전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 교육계는 각 시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취소로 말미암아 해당 학교와 학부모의 반발과 더불어 온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몸살을 앓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남양주 소재 중학교의 경우, 1~3%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특목고․외고․자사고를 지원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미술, 음악처럼 교과보다 실기 중심의 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상위 10% 이내에서 특목고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각자 자신의 소재지를 중심으로 관내 생활권에 위치한 상급학교에 진학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관내 상급학교는 전년도 지원자 점수(Cut-line)를 기초로 교사들에게 서열화되어 있어 이를 토대로 진학 상담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은 학교를 선택한다. 이 경우 교사·학생·학부모 간에 ‘극지원학교’와 ‘극회피학교’가 존재하며, 이 경우 학생의 재능이나 소신보다는 학교 내신 성적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고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자사고 존폐를 둘러싼 뜨거운 여론

현재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는 자사고의 재지정에 따른 존폐론이다. 자사고의 폐지를 주장하는 진영의 주요 근거는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키고 반면에 일반고를 황폐화하는 한편 사교육 팽창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일반고로 전환하여 고교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 예로 사걱세(사교육걱정없는세상)가 지난 4월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자사고가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하여 하루에 교과수업 시수를 1~2시간 더 확보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권을 박탈하고 입시중심 수업을 운영한다”고 비판했다.(한겨레,2019.06.25)

반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진영의 주요 근거는 각 시도교육청이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를 빌미로 ‘자사고 죽이기’를 시도하는 한편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한다고 비판한다. 그 예로 “자기 자식은 좋은 학교 보내놓고 왜 남의 자식 앞길을 가로막느냐”며 시도교육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조선일보,2019.06.22)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18개 부처 장관의 자녀 12명(66%) 및 전국 시도교육감 상당수의 자녀가 유학 혹은 자사고․특목고․외고 및 강남 8학군 학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조선일보,2019.07.11)

전북도교육청의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의 여파는 정치권으로 비화하고 국회 교육위원회의 ‘자사고 공방’을 거쳐 ‘법규와 평가 지표 불일치’를 교육부 장관이 시인하면서 마침내 청와대가 나서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재지정 취소 처분에 대하여 ‘기준과 절차가 과도하게 자의적’이라고 평가하고 ‘부동의’ 권한을 행사,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13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향해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교육부의 주요타깃은 서울 13개 자사고였다.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모든 자사고를 무조건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입시기관화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갑자기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고교 서열화와 입시명문고로 변질되는 등 교육시스템이 왜곡됐다고 진단하고 지난 10년간의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마침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자사고 13곳 중 8곳(62%)에 대해 재지정 취소를 발표하고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이유로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자사고측은 “각본에 짜 맞춘 평가 결과”라고 평가 절하하고 “깜깜이 평가”라고 비판하면서 “청문 거부”로 반발하자 서울시교육청은 ‘방어권’을 이유로 세부평가 내용을 제공하였다.

자사고 등 특목고 도입의 역사

자사고는 2002년 고교 평준화의 보완 정책으로 DJ 정부에서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였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의 고교 평준화 도입을 시발점으로 정권마다 그 보완책이 시도되었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의 과학고 설립, 1992년 노태우 정권의 외국어고 도입, 2002년 김대중 정권은 자립형 사립고를 수월성교육 차원에서 전국단위 모집의 6개교를 승인했다.

당시 IMF로 인한 열악한 교육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학생 납입금의 25% 이상을 학교 법인이 매년 부담하고 교육청의 지원이 없는 대신에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을 인정하였다.

2012년 이명박 정권은 자율형사립고로 명칭을 변경,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추첨제 학생 선발과 5년마다 재평가 및 취소 규정을 정하고 42곳의 설립을 허용하였다. 이후 김상곤 전교육감의 ‘MB특권교육’심판과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교육감들이 2010년 대거 당선되고, ‘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이르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암기 위주의 교육과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한다는 명분하에 1967년 우리보다 먼저 고교 평준화를 도입하였으나, 인재 교육 육성을 하지 않아 한국이나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이유로 2003년에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였다.

결과적으로 특목고·외고·자사고는 역대 정권에서 고교 평준화의 보완재로서 도입되고 그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나름의 역할을 통해 교육계에 기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을 둘러싸고 지나치게 인색한 것은 아마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대선공약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필자는 갖게 된다.

왜냐하면, 자사고의 주체인 학생·학부모들이 학교만족도 조사에서 만점(8점)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재지정 근거를 들어 불과 소수점 차이로 재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 취소 처분을 받은 단위학교는 당장 학생 및 학급수의 조정, 한 지붕 두 가족의 동거로 자사고와 일반고가 공존하는 기이한 형태를 유지하고, 기타 학부모의 항의에 직면해 있다.

일반고의 3배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같은 학교에서 같은 선생님한테 배우는데 어떻게 수업이 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자사고는 스스로 선택을 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대입 실적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일방적으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폄하한다고 아쉬워한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세간의 우려

교육전문가들은 ▲첫째, 서울시교육청의 8곳 자사고 취소로 강남으로 학생들이 몰려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의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둘째, 자사고 폐지가 곧 일반고의 교육의 질로 이어지는 데 회의적이다. 일반고 육성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반고의 하향평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셋째, 자사고가 증가하면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주장에 대해 원인을 잘못짚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왜냐하면 자사고를 선택하는 것은 면학분위기가 좋아서 선택하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면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자사고 폐지 문제는 애초에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문가들은 취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역대 정부는 보완책을 교육부가 제시해왔고, 따라서 각시도교육청에 위임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입장이다. 그 실례로 교육부가 2018학년도에 만든 ‘자사고 평가 기준안’의 편파성이 문제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공자(B.C. 551 ~ B.C. 479). 동아시아 인문주의의 원형이 된 고대 중국의 사상가로 손꼽힌다.(자료=네이버지식백과)
공자(B.C. 551 ~ B.C. 479). 동아시아 인문주의의 원형이 된 고대 중국의 사상가로 손꼽힌다.(자료=네이버지식백과)

공자의 정명론 "교육부가 세상으로 나와 책임을 다하라"

중국 제나라 제후 제경공이 공자에게 “제나라에 도덕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합니까?” 물으니, 공자는 “임금이 임금답게 처신하고 나서 신하에게 신하다운 자세를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아버지가 아버지답게 처신하고 나서 자식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논어, 안연편 11. 君君 臣臣 夫夫 子子)라고 답했다.

다시 정리하면, 윗사람이 솔선수범하여 선행을 해야만 비로소 자연스런 격과 틀이 생겨나고 백성들을 최소의 형벌로서 잘 다스릴 수 있음을 일컬어 당시 도덕정치보다는 가혹한 형과 벌에 의지하던 법치주의에 대한 공자의 일갈이다.

공자는 15년간의 천하주유를 통해 자신의 정치 이상을 실현할 수 없게 되자, 제자 육성과 학문에 정진하며 대신 제자들을 정계에 입문시킨다. 다음은 논어 안연편7에 나오는 자공과 공자의 문답이다.

자공 : 정치는 무엇입니까?

공자 : 정치란 식량을 풍족히 하고, 군사력을 충분히 하고, 백성을 믿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자공 :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게 있다면 셋 중에 어떤 것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 : 군사력을 포기해야 한다.

자공 : 그럼 나머지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벼려야 합니까?

공자 : “ 식량이다. 옛날부터 죽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위정자는 위정자다워야 아랫사람이 바르게 서고, 위정자는 마지막까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공자의 서릿발 같은 일갈을 교육위정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공자의 정명론에 의거 이제라도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 뒤에 숨지 말고 교육부답게 책임질 각오로 앞에 당당히 나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제고하고 추진해야 한다.

지나치게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의 대선 공약에 얽매이고 실적 위주의 공과에 사로잡혀 행여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소탐대실의 교육행정이 아닌지 곰곰이 곱씹어 보아야 한다.

이제라도 과거만을 지향하는 정치논리,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 오직 교육만 바라보고 시대 요청에 부응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의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 정책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인정하고, 학생 대다수가 진학하는 일반고의 평준화 정책의 질적 변화와 개혁에 교육행정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제라도 고교학점제와 같은 일반고 소프트웨어의 질적 변화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창백한 지성의 공허한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오직 그들만의 이념을 향해 진군할 때 민심은 그들을 미련 없이 떠나게 된다. 오죽했으면 학부모들이 “교육은 죽었다”며 상복을 입고 조화를 헌화하며 “당신들의 자녀는 특목고, 자사고를 보내면서 왜 남의 자식 앞길을 막느냐?”는 통곡을 하겠는가?

어느 자사고 교장의 말처럼, 한국에서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어느 고등학교도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그 여운이 한동안 우리 교육계에 짙게 드리울 것 같다.

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사
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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