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정 충남교육연구정보원 파견교사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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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와 수업밀착형 논술형 평가

* 용어의 정의=수업밀착형 논술형 평가란? 성취기준을 재구성하고 핵심개념을 기반으로 토론, 발표 등 다양한 학생 참여중심의 수업을 실시함. 그리고 수업중에 다룬 개념, 수업시간에 이루어진 또래 활동들을 나름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논술형 평가를 실시함. 과정중심 논술형 평가와 비슷하지만, 수업과 평가가 훨씬 밀접하게 연결됨을 강조해서 수업밀착형 논술형 평가라고 명시하였음.

[에듀인뉴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이상 단답형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지고 지식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의 생각을 꺼내어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철학에 따라 질적평가, 절대평가가 강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수행평가 및 서술형 평가, 논술형 평가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정답이 제한적인 서술형 평가와 달리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논술형 평가를 적극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채점의 어려움, 평가의 신뢰성 확보의 문제점 등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객관식 평가나 제한적인 정답을 기술하는 서술형 평가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고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논술형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논술형 평가는 성적 산출을 하지 않는 자유학년제가 운영되는 중학교 1학년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 모두 평가에 대한 부담없이 논술형 평가에 대한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

(표=송수정 교사)

왜, 자유학년제부터 논술형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가?

첫째,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학부모들의 불안 : 학력 저하

학부모들은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학습과정의 책무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1년동안 일제식 지필평가(정기고사의 의미)를 실시하지 않고,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 꿈과 끼를 찾아가도록 돕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 자유학년제이다. 그러나 정작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미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 수업을 하고,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으로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교사가 아무리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활동수업을 하고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교과 세부특기사항에 기록해주는 수고를 할지라도 여전히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업시간에 꼭 배워야 할 기초 개념과 지식을 제대로 배우는지 염려스럽다. 그리고 일부 교사는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기본 개념과 기초지식을 소홀히 한 채 활동 자체에만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 학부모들이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자녀들의 학력이 뒤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자유학년 이후 상급학년 일반학기 때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자유학년제가 중간·기말 고사를 보지 않는데다가 전체 수업시수 중 교과수업의 비중을 축소함에 따라 자칫 학생으로 하여금 학업에 소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기초·기본학습 보장에 대한 체계, 학습과정 및 결과에 대한 피드백 등 학습과 관련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지길 원한다.

따라서 시험부담이 없는 자유학년제 기간을 오히려 학생들의 기본 학력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유학년제는 교과수업의 비중이 축소되므로 모든 것을 다 가르칠 수 없으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각 교과별 성취기준 중에서 반드시 가르쳐야만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제시하여 교사들이 그것만큼은 수업에서 다룰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리고 제시한 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논술형 평가를 실시하여 학생 개인별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무엇이 부족하며,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럼,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최소한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평가받는지, 내 아이의 성취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맞춤형 피드백을 받게 됨으로써 학력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교사의 경우에도 수업과 밀착된 논술형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지식전달 중심의 수업은 지양하고, 학생 참여중심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기술할 수 있도록 수업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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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역량 중심의 수업과 평가 결과를 보여주는 기록 및 통지방법 개선

미국 100대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과목별 등급이 표기되는 성적표를 폐지하고 학생 개인의 역량을 표기하는 역량 중심 성적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역량중심의 성적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호킨 스쿨(Hawken School)의 스콧 루니 교장은 성적 평가 방식의 획일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그는 학생들의 지식과 기술, 창의력과 호기심, 협업능력 등을 모두 뭉뚱그려 A, B, C, D, F라는 학점으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개별학생들의 역량이 모두 다르므로 각각에 맞는 개별화된 역량 성적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수행평가나 자유학년제 평가 기록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관찰하고 계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과는 A, B, C, D, E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자유학년제의 경우 100% 수행평가를 실시한 후 평가 영역별로 A, B, C에 해당하는 문장형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그대로 입력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의 평가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성취기준에 비추어 각 학생의 뛰어난 점이나 특기사항, 그리고 성취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보완점, 개선책이 명시가 되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니 당연히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평가와 관련된 기록에 대해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시간에 관찰된 내용을 기록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다. 실제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아이를 개별 관찰하고 피드백 해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기록의 다양성을 위해 모든 교과에서 평가횟수를 늘리는 것도 문제다. 교과목별로 1회씩만 평가횟수를 늘려도 학생 1인이 부담해야 할 평가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져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할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논술형 평가를 제안한다.

현재 자유학년제에서 실시하는 평가는 대부분 모둠을 기반으로 한 활동 중심의 수행 평가이며, 이러한 평가에서는 개별 학생들의 성취기준 도달도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제대로된 개별 피드백도 어렵다.

하지만 수업과 밀착된 논술형 평가를 실시하게 되면 수업이 끝난 후, 교사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개별 학생들의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쉬울 뿐만 아니라 첨삭, 조언 등을 통한 피드백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교사의 피드백을 토대로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논술형 평가의 유연한 적용 가능 및 수업혁신의 견인차 기대

중학교 1학년에 실시하는 자유학년제는 학교급이 달라지면서도 실제 성적을 산출하지 않으므로 평가 부담이 없다. 따라서 자유학년제 시기에 논술형 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여 교사들의 논술형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들은 논술형 평가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논술형 평가를 주축으로 한 평가혁신은 수업혁신으로 이어져 교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수업과 밀착된 논술형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지식중심의 내용을 암기하는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배운 내용을 스스로 표현하는 역량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수업과 밀착된 논술형 평가가 수업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위 3가지 이유를 근거로 논술형 평가를 자유학년제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교과별 성취기준과 평가방법, 학생 개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등 학생들의 학습과정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서 운영해야 한다.

자유학년제에서는 교과 수업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모든 교과내용을 다 가르칠 수 없으므로 어차피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단위학교 여건을 고려하여교과협의회를 통해 반드시 가르쳐야만 하는 성취기준, 핵심개념을 추려서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학부모에게 사전 안내한다. 그리고 교사들은 성취기준, 핵심개념을 바탕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추후 수업과 밀착된 논술형 평가를 실시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기술한 논술형 평가내용이나 학습과정을 피드백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유학년제 기간동안 학부모들은 자유학년제의 교과별 성취기준, 평가방법, 성장과 발달 과정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초·기본 학력에 대한 불안함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류태호(2018). 성적없는 성적표.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김삼향 외(2019). 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 즐거운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