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4개국 청소년 시민의식 조사…2009년보다 3계단 하락 6위
정부 신뢰도 24개국 중 23위, 타인 신뢰도 40%로 전반적으로 저조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의 시민의식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지난 2009년 조사보다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특히 타인, 미디어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대한 신뢰 역시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시민교육 담당 교사들의 준비도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참여국 평균보다 낮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2016 국제 시민성 및 민주시민의식 비교조사(ICCS)’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각국 청소년들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에 대한 이해 수준과 현황을 측정하는 조사로 2009년 이래 두 번째 조사다. 유럽 16개국, 남미 5개국, 아시아 3개국 등 총 24개국이 참여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민주 시민의식 순위 24개국 중 6위
청소년들의 민주 시민의식은 전체 24개 조사 참여국 중 6위였다. 이는 2009년 조사 당시 3위보다 세 계단 떨어졌다. 한국의 평균점수는 551점으로 참여국 평균(517점)보다 40점 높았다.

1위는 덴마크로 평균점수는 586점이었다. 이어 대만(581점), 스웨덴(579점), 핀란드(577점), 노르웨이(564점) 순이었다. 

민주시민지식은 시민사회와 시민권에 관한 핵심 내용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이를 적용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성별에 따른 시민의식은 모든 참여국에서 여자 청소년이 더 높았다. 특히 한국은 남녀 간 편차가 30.5점으로, 조사 참여국 평균 25점보다 높았다.

각국의 청소년 시민의식을 A∼D등급, D등급 이하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해보면 한국은 D등급 이하에 속한 학생 비율이 6%였다. 이는 시민의식 평균점수가 비슷한 노르웨이(4.5%)나 에스토니아(3.4%)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로 의식 수준이 높은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자료=한국청소년개발원)

교내 시민참여 경험 향상...교외 시민참여 수준 낮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교내 시민참여 경험 역시 2009년 대비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학생회 투표 참여 경험은 2009년 76.3%에서 87.7%로 11.4%포인트 증가했다. 학교운영에 관한 안건의 결의에 참여한 경험은 33%에서 20.5%포인트 증가한 53.4%로, 학생회 임원 후보로 출마해본 경험은 32.8%에서 14% 증가한 46.8%였다. 

반면 학교 밖 시민참여 수준은 낮게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청소년의 정치단체 가입률은 2009년 3.6%에서 5.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자원봉사단체 가입 경험은 2009년 17.7%에서 18.8%포인트 늘어난 36.5%로 조사돼 참가국 평균에 근접했다.

연구진은 "협력보다는 경쟁 중심 교육을 받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참여를 통한 사회나 타인과 교류가 적다"며 "참여를 늘리면 타당성 있는 신뢰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의식 민주시민지식 점수 비해 낮아
양성평등 원칙에 동의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한국의 경우 2009년 50.5%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52.7%이다. 이는 참여국 평균인 51.3%보다는 높지만 민주시민지식 평균점수에 비교했을 때는 낮은 수준으로, 양성평등 의식 향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 최하위 수준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에 정부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44.8%로 2009년의 19.6%에 비하면 25.2%포인트 향상됐지만, 여전히 참여국 중  최하위인 크로아티아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24개국 평균은 67%다.
 
‘일반적인 타인’에 대한 신뢰수준 역시 39.7%로 2009년의 39%에 비해서 거의 차이 없이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핀란드는 74%, 독일은 70%였다. 

정당에 대한 신뢰는 2009년의 18%에 비해 24.5%포인트 향상된 42.5%로 가장 높은 향상율을 보였다. 그러나 24개국 평균은 62%로 여전히 낮았다.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65%로, 24개국 평균 71%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중매체(TV, 뉴스, 라디오)에 대한 신뢰는 2009년의 51.2%에 비해 1.6%포인트 향상된 52.8%로 24개국 평균치인 59%에 못 미쳤다. 핀란드가 82%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소셜미디어에 대한 신뢰(37.5%)를 포함, 사회와 단체에 대한 신뢰도에 있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국가 중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 포함됐다. 24개국 평균은 45%였다. 

학교폭력 경험 국제적으로 낮은 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경험은 국제적으로는 낮은 편이었다. 

조사대상국 청소년들이 교내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집단 괴롭힘의 유형은 언어적 괴롭힘으로 전체 청소년 중 55%가 지난 3개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기분 나쁜 별명으로 불리운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 항목의 국가별 평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크로아티아(70%), 가장 낮은 국가는 대만(36%). 한국은 45%로 조사대상국 중에서는 6번째로 낮았다. 

조사대상국 평균을 기준으로 경험한 비율이 가장 낮은 집단괴롭힘 유형은 “인터넷을 통한 괴롭힘”(평균 10%)과 “신체적인 공격”(16%)이었다. 한국 청소년들의 경우 사이버 집단 괴롭힘 경험은 5%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았고,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은 13%로 조사대상국 중에서 6번째로 낮았다.

교내 집단 괴롭힘 경험율이 평균보다 높은 국가는 홍콩, 불가리아,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도미니카 공화국, 리투아니아, 몰타, 멕시코, 페루, 슬로베니아. 반면에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웨덴은 평균보다 낮았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평균치보다 4%포인트 낮은,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은 국가였다. 

(자료=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교사들의 시민교육 자신감 낮아...인터넷 사용만 평균 이상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얼마나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한국의 교사들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참여국 평균보다 자신감이 낮았다. 

국제 평균대비 한국 교사들의 자신감이 가장 낮은 항목은 ‘국제이민과 이주’로서 전체평균보다 44%포인트 낮았다. 이어 국제 공동체와 국제기구(-24%p), 인권(-23%p), 환경과 지속가능성(-19%p), 헌법과 정치제도(-19%p), 투표와 선거(-15%p), 남녀의 기회평등(-13%p), 시민권과 책임(-12%p),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12%p), 갈등해결(-7%p) 순이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 교사들의 자신감이 국제평균보다 높았던 항목은 책임 있는 인터넷 사용(2%p)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시민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시민교육 담당 교사들의 실질적 자신감과 충분한 기술과 정보 연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특히 갈수록 다문화화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양상을 고려할 때, 국제이민에 대한 교육이나 양성평등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실질적 준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