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식부터 해결 방안과 다짐까지...'학생 성숙 돕는 교사와 학년자치'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서는 어린 시절 놀이 술래잡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MBC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서는 어린 시절 놀이 술래잡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에듀인뉴스] 요즘 6학년 학생들은 술래잡기 재미에 푹 빠져있다. 학교의 모든 공간을 술래잡기 놀이 영역에 넣어 30여명 이상이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넓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학생이 함께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궁금해서 한 친구에게 살짝 물었다.

“매 순간 잡고 잡힐 텐데, 누가 술래인지 어떻게 알 수 있어?”

“서로가 보이는 거리가 되면 만난 친구에게 술래면 크게 동그라미를, 아닌 경우는 크게 엑스 표시를 서로 해줘요!”

“그 규칙은 어떻게 만들어졌어?”

“저희가 작년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규칙을 안 지키면 놀이에 안 끼워줘요.”

화창한 어느 점심시간, 급식 후 모처럼 동학년 선생님들과 운동장 둘레 산책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딱 걸렸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을 활보하며 잡고 잡히는 추격전에 휩싸인 학생 몇 명이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술래잡기하는 친구들 전부 2반으로 모여라!”

굵고 간단한 울림이 운동장에 울려 퍼진다. 2반이 상징하는 의미는 회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술래잡기 놀이 하던 친구들이 한 명, 두 명, 세 명, 열 명, 스무 명, 서른 명이 교사의 뒤를 따라 2반 교실로 들어간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친구들도 속속들이 합류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안내한 프로세스.(사진=김경희 교사)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안내한 프로세스.(사진=김경희 교사)

“회의 시작해라! 오늘은 누가 사회자 할래?”

친구들이 정인이를 추천한다.

“회의 내용 기록은 누가 할까?”

학년 소모임 기록자인 찬이가 추천된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그 원인들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는 순서로 진행해볼까?”

“선생님, 저희들이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회의해야지요?”

“그럼!”

“선생님, 각자의 다짐도 생각해야지요?”

“좋지!”

평소 팀프로젝트 해결 진행 과정에 익숙해선지 개인의 다짐까지도 먼저 제안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점심시간 학년 규칙을 어기고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서 잡기놀이 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소모임 기록지.(사진=김경희 교사)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소모임 기록지.(사진=김경희 교사)

정인이가 말을 시작하나 땀범벅이 된 친구들 3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엄숙한 자세로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될 것이라 결코 기대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인내와 기다림이 학생들의 성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서서히 열리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기뻐해야 할 타이밍이다. 조급함은 금물이다. 이 상황을 즐길 수 있는 교사에게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이러한 큰 뜻을 품고 굵고 강하게 한 마디 더 내뱉는다.

“오늘 회의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내일 점심시간에 이어서 가자!”

“야! 집중해! 조용! 조용!”

몇 몇 친구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회의할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수업 시작 5분 전을 알리는 예비 종이 울린다.

“내일 급식 후 몇 시까지 모이면 좋을까?”

“1시요.”

“15분 동안 회의 가능하겠니? 회의 마무리가 안 되면 그 다음 날까지 이어갈 듯한데...”

“12시 50분이 좋겠어요.”

“내일 급식 후 12시 50분까지 다시 모이자. 모임 시간이 늦어지면, 시간이 지켜질 수 있기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 할 일을 먼저 회의하고 술래잡기 관련 회의로 이어가자. 각자 교실로!”

다음 날, 12시 50분, 옹기종기 모여 회의에 참여한 친구들, 술래잡기 규칙 3가지를 만들어낸다.

첫째, 신발 신고 운동장을 밟자!

둘째, 실내화 신고는 보도블록과 실내를 밟자!

셋째, 술래잡기 안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복도에서 뛰지 말자!

복도에서 뛰지 말자는 새로운 술래잡기 규칙까지 합의해 낸 친구들에게 엄지 척 인사를 건넨다. 각자 오늘의 회의 규칙을 다짐과 함께 종이에 기록하고 기록자인 찬이는 큰 종이에 회의 내용을 정리하여 학년 자치판에 붙인다.

교사는 오늘도 학생들을 통해 인내와 기다림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또 한 번 경험한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