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현장] 행복 유보하는 대한민국..."우리 아이들 왜 지금 행복하면 안 돼?"
[에듀인 현장] 행복 유보하는 대한민국..."우리 아이들 왜 지금 행복하면 안 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8.1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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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 용인에 사는 4인 가구
맞벌이 부모, 초4학년 남아, 고2 남아인 가정은 방학을 맞이하여 더욱더 쪼들린 생활을 해야 한다. 큰애인 고2는 국어, 영어, 수학 과외비와 독서실 비용으로 100만원이 훌쩍 넘는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고, 막내인 초4 아이는 큰애 정도는 아니지만 뒤떨어지지 않도록 예체능 사교육비와 선행학습으로 영어, 수학 등을 과외비로 부담하여 월간 사교육비로 150~200만원을 부담한다.

# 안산에 사는 4인 가구
마찬가지로 맞벌이 부모, 고3 여학생, 중1 남학생인 가정도 사교육비로 휘청거리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버티고 있다.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고3 수험생은 인문계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려고 피아노 레슨비용으로 1회에 15만원씩 1주일에 2번(1달에 8번)씩 안산에서 서울을 오가고 있으며, 레슨 받은 내용을 익히려고 집근처 피아노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연습을 한다. 이에 소요되는 사교육비만 1달에 150만원이 넘어선다. 중1인 남학생은 영어, 수학 과외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농구클럽에 다니면서 매달 70만원이 들어간다. 이 가정의 월간 사교육비는 220만원을 넘어선다.

(사진=픽사베이)

위 사례처럼, 한국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청년층 고용·노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15∼34세 2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청년의 행복과 불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56.0%가 ‘불행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행복하다’는 응답은 22.1%, ‘중간’이라고 밝힌 답변은 21.9%였다. 취업자의 57.1%, 구직자의 57.8%가 불행하다고 답변해 취업 여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청년층의 56%가 불행하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2017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 2017’에서 한국은 38개국 중에서 29위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 항목에서는 5.9점을 얻어 OECD 평균 7.3점에 한참 모자랐으며,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권인 31위를 차지했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는 회원국의 삶의 질 수준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지표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격년으로 측정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픽사베이)

1966년 미국 스텐퍼드대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 박사팀의 ‘마시멜로 실험’에서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은 유명하다. 연구원은 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준 뒤, 15분 동안 먹지 않고 있으면 마시멜로 1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15년이 지난 1981년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15분의 유혹을 참은 30%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 건강 상태, 사회적응력, 가족 간 관계 등이 월등히 좋았고, 45년이 지난 2011년의 후속조사에서도 사회적, 가정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52년 후인 지난 2018년 5월 미국 뉴욕대의 타일러 와츠와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콴은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렸을 때 참을성이 강하면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밝혀졌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대체로 아이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며, 아이들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참을성이 아니라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실패는 참을성이 부족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불행은 참고 견뎌야 미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올인하는 대입입시 구조 체제에서의 한국 학생들의 행복 유보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학생들이 현재 다니는 초‧중‧고교에서 행복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학생중심교육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과도한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주의 타파가 필요하다. 상급학교,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수면부족과 과도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입시와 경쟁을 위한 공부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자존감과 흥미를 떨어트린다. 학생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을 스스로 찾고 디자인하는 교육과정으로 꾸며져야 한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자해, 자살, 자퇴, 학교폭력을 떠올리면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학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두발규제, 복장규제, 반강제적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으로 행복을 유보하면서 불행을 겪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수업 속에서 이뤄지는 과정평가, 수업 내용의 미래지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행복을 유보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자아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과 연계가 되며, 미래의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다면, 아마도 미래의 행복을 현재의 행복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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