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교장 등 54명 징계·행정처분 요구
성적 순으로 우열반·기숙사 편성…물리Ⅱ 필수 과목 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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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c광주방송)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특정 학생들에게 사전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던 광주 고려고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진행한 결과, 평소 최상위권 학생들을 특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험문제 유출 이외에도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대학입시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 운영,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부실 운영 등이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1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월8일부터 7일까지 고려고에 대해 실시한 특별감사를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이 학교에선 지난달 5일 3학년 기말고사 수학 시험을 앞두고 기숙사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학 동아리에 배부된 유인물 중 5문제가 그대로 출제된 사실이 드러나 이후 재시험이 치러졌다. 

먼저 3학년 지필고사 2차 ‘기하와 벡터’는 수학동아리에 배부된 유인물 중 5문항이 출제돼 이미 재시험이 실시됐다. 또 2018학년도 1학년 지필고사 ‘수학’의 경우 ‘절대등급 (상·하)’에서 8문항, 토요논술교실 유인물에서 1문항이 출제된 것이 확인됐다. 이 문항들의 경우 방과후학교 ‘수학 최고급반’에서 교재로 사용된 의혹이 불거져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수학 교과의 경우 2017∼2019학년도 학생들이 본 시험문제 중 난이도 높은 197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150개 문항이 문제집, 기출문제와 완전히 일치했다. 국어 교과도 2018∼2019학년도 평가 문항을 조사한 결과 16개 문항이 완전 일치하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문제들이 특정 학생에게 사전에 제공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술형 평가의 경우 채점기준표를 문항 출제와 함께 사전 결재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에서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채점기준표를 채점 이후 결재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사가 채점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채점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동일 답에 다른 점수를 부여하거나 근거 없는 부분 점수를 주기도 했다.

특히 정답을 오답 처리하는 등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채점오류가 다수 발견돼 감사 기간 중 해당학교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특별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1·2·3학년 모두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 운영했으며, 기숙사 운영에 있어서도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 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성적우수 학생을 기숙사생으로 선발했다. 성적우수자들로 구성된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일반 학생들은 선택권이 없는 과목별 방과후학교, 자율동아리, 토요논술교실까지 연계해 심화된 교육활동을 특혜 제공했다.

교육과정도 파행 운영됐다.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제한해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Ⅱ를 필수로 지정 운영했다.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를 자연계열 전체 학생이 이수하게 해 최상위권의 내신 성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논술’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을 영어와 수학으로 수업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부실 운영도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고려고 자체 규정에 따르면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선정토록 되어 있지만 비교과 영역 점수는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에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관리자들을 중징계(교장 파면·교감 해임) 요구했다. 또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 정도를 감안해 징계 및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향후 고려고를 중점관리 대상학교로 지정해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선택과목 강제 수강 및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학생 과목선택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양정기 광주교육청 교육국장은 "성적 상위 학생을 위해 모든 교육과정이 맞춰져 한마디로 학교가 입시 학원화했다"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일반계고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현장 컨설팅, 연수, 고교 정기고사 문항 점검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