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영재학교·과학고 선발방식 변화 통한 일반고 중심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에듀인뉴스]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겨 다른 교육적 효과를 침몰시킨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평준화 정책이 들어섰지만, 학구열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제대로 정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및 학생 수 감소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화해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돼 정책적 해법만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과 함께 고교서열화가 왜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영재학교·과학고의 선발방식 변화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탐색,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제안한다.

◈ 기획 순서=1. 고교서열화, 무엇이 문제인가?/ 2. 영재학교·과학고 선발방식 변화를 통한 일반고 중심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3.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4. 고교서열화 해소를 통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 방향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2017년 5월10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이전, 실시했던 ‘고교체제 단순화’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5.8%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적극 찬성이 75.0%였고, 찬성이 20.8%에 달했다. 압도적으로 국민 다수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 단순화에 찬성했음이 드러났다.

2017년 6월 시민 3500명 대상 ‘교육공약 우선 도입’ 관련 설문 조사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은 60%에 육박하는 59.2%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공약 1순위로 선택했다.

이와 함께 리얼미터, 조원 씨&아이 등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물론이고 TV조선과 같이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고 평가받는 방송사나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좋은교사운동본부 등에서 실시한 일반고 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 조사결과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진보나 보수 구분 없이 일반고 중심 고교체제개편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동의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으며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 과제는 여론조사 결과부터가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당면과제이자 시급한 현안이므로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설득과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서열화 타파'와 '수월성 교육' 요구 그리고 '사립학교 자율성' 침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국무회의 개최하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3항의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말하자면 ‘초·중등교육법’ 관련 시행령의 삭제나 개정을 통해 일반고 중심으로 고교체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영재고등학교나 과학고,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의 법적 존립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반고 체제로 변경되면서 고교서열화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어떠한 방식의 대안을 마련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사립학교 측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방향으로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경우는 고교서열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과학영재 육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미래 비전 및 수월성 교육에 대한 교육수요계층의 요구는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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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 선발 시기 변경하자"

이 문제는 영재고등학교와 과학고의 학생선발방식과 직접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간의 관행에 대해 성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영재고나 과학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했고, 그런 교육방식이 과연 사교육의 도움 없이 가능했는가 하는 점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영재고나 과학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 엄청난 노력과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진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엄청난 사교육 유발요소가 큰 입학전형이며, 경제력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과학영재라고 할지라도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이나 공감 능력 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음에도 아주 어린 나이에 편향된 수학, 과학 중심의 교육과정과 공부로 말미암아 전인적 요소를 갖춘 교육 혜택이 부족하다는 학자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재학교나 과학고 출신들이 해당 분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애초에 학교설립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실제 영재고와 과학고를 졸업하는 인재들의 상당수가 의과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하는 것도 학교설립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둘 때, 영재학교나 과학고의 경우에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현재와 같은 선발방식을 고집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과 과학발전을 통한 국가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방식도 존중하면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구되는 선발방식의 개선과 위탁교육과 관련된 시행령 개정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말하자면, 현재 시행되는 학생선발방식을 개선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교체제를 일반고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학생선발방식의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재고나 과학고의 학생선발 시기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로 진학한 이후에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위탁 교육 관련 시행령 개선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일반고에 진학한 이후로 한 학기 내지는 1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고나 과학고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고에서 한 학기 내지 1년 이상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위탁교육 대상자 선발시험을 거치도록 한다. 이때 영재고나 과학고 선발시험의 내용은 당연히 일반고에 재학 중인 당시의 내신 성적과 영재학교와 과학고 자체에서 진행하는 선발시험을 통과한 학생을 대상으로 위탁교육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합격한 학생은 영재학교나 과학고로 3학년 1학기 과정까지 2년 내지 1년 반 동안 위탁 교육을 받도록 한다. 그런 뒤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위탁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본래 소속되었던 일반고로 다시 복귀해 자신이 최초 입학했던 일반고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학생선발과 관련된 세부적인 절차와 방법은 영재고나 과학고 등의 단위학교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동시에 과학영재들이 수학과 과학 중심의 편향된 교육과정을 통해 균형 잡힌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수반되고 있다는 비판도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국공립 영재학교, 과학고 등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