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에듀인뉴스]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겨 다른 교육적 효과를 침몰시킨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평준화 정책이 들어섰지만, 학구열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제대로 정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및 학생 수 감소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화해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돼 정책적 해법만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과 함께 고교서열화가 왜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영재학교·과학고의 선발방식 변화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탐색,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제안한다.

◈ 기획 순서=1. 고교서열화, 무엇이 문제인가?/ 2. 영재학교·과학고 선발방식 변화를 통한 일반고 중심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3.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4. 고교서열화 해소를 통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 방향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설립에 대해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설립에 대해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

[에듀인뉴스]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으로 가기 위해 가장 손쉽고 속도감 있는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가장 유효한 방안이 국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이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자율형 사립고등학교)항이 해당한다. 외국어고와 국제고가 속해 있는 특목고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특수목적고)가 해당한다. 해당 항목을 삭제하거나 개정하면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반고로 전환된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을 통한 일반고 중심 고교체제개편은 속도감 있고 신속하게 시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사립학교법이 지향하는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일부 사립학교 측의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과 법리적 검토가 요청된다.

실제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을 시행하는 경우에 예상되는 이해당사자들의 법률적 구제절차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최근에도 자사고 입학전형과 관련하여 자사고 교장연합회 등에서는 헌법재판소나 행정법원 등을 대상으로 정부의 결정에 대한 법률적 구제절차에 호소하기도 했다.

따라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사건에서의 사법부가 내린 판단을 중심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법리 검토와 최근 법원의 판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사법부의 판단을 주목해보면,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자율성이 대립하는 경우 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선고가 지속해서 선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사진=sbs 캡처)

실제 사법부에서 내린 판결문 가운데 위의 사례도 다음과 같이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법원에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자사고연합회 측의 패소를 확인했다.

이 재판에서 선고된 판결문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주목된다.

가. 자사고가 국공립학교에 우선해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가 아니다.

나. 지원자가 줄어들어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헌법상 사학의 자유에 지원자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다. 자사고로 전환하는데 우선 선발권이 주된 요소로 고려되긴 했지만,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인 만큼, 자사고 측은 학생 우선선발권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음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라. 고교 입시경쟁 완화라는 시행령 목적과 공익이 자사고가 받을 불이익보다 크다.

이와 같은 사법부의 선고 결과는 향후 전개될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과 관련한 법률적 다툼에서도 정부의 결정에 커다란 힘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이 갖는 시대적 당위성에 대해 사법부가 힘을 실어준 것으로 판단된다.

가~라 항까지의 사법부의 선고문이 의미하는 바가 가볍지 않음은 선고문의 밑줄 친 부분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자사고와 일반고의 학생 동시선발조항은 '합헌', 중복지원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사건 판시사항 캡처.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자사고와 일반고의 학생 동시선발조항은 '합헌', 중복지원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사건 판시사항 캡처.

판결문에서는 자사고 등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관계 어떻게 설정했나

우선 가항부터 살펴보자. 가항에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율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기술되어 있다. 말하자면, 사학의 자율성이 헌법상 보장되는 범위와 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사고가 국공립학교보다 우선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우선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는 판단인 것이다.

나 항에서는 자사고가 처한 현실적인 제약으로 말미암아 야기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자사고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자사고 측의 요구에 대해 사법부가 인정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에 해당한다.

이 부분이 갖는 의미는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에 모두 해당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해당 유형의 학교들이 갖는 본질적 문제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겠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러한 제약이 헌법상 보장되는 해당 학교의 자유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

다 항과 관련해서는 사립학교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헌법상 사립학교의 위상은 공교육을 위한 보완재 역할이라는 인식이 명백하게 기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가 감당하거나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에 국한하여 제한적으로 보완재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범주와 기능을 넘어서거나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라 항과 관련해서는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사법부의 시의적절한 판단과 결심이 주목된다.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교육 현안과 갈등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고민과 고뇌가 짙게 공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육이 갖추어야 하는 공공성과 정의로움에 위배되는 교육 현실에 대한 질타가 함축된 선고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교육을 통해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전제된 대목이다.

향후 전개될 사법부의 판단 기준에서도 교육적 측면에서 ‘공익’이라는 요소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 개편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시행령 개정이 수월성 교육을 위한 학생선발방식의 침해로 인한 피해나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보다 공익적 측면에 더 부합한다는 사법부의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이 수월성 교육을 위한 학생선발과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사립학교의 역할과 기능은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정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갖는 의미 또한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사법부의 선고문에서 확인되는 내용들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보고 법리적 검토 역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향후 제기될 수 있는 교육 관련 유사한 재판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전경원 참교육연구소 소장/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