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여행] 아름다운 옛 추억을 소환해 준 글램핑
[에듀인 여행] 아름다운 옛 추억을 소환해 준 글램핑
  • 조원표 객원기자
  • 승인 2019.08.17 2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인의 소개로 떠난 글램핑, 사전적 의미로는 ‘우아한 캠핑’이란다.

피부에 한 번 짝 달라붙은 산모기는 겁도 없이 아예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고기를 굽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틈을 이 녀석들이 놓칠 리 없다. 밤새도록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계곡물소리는 캠핑장을 온전히 집어삼켜버릴 기세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막걸리 한 잔에 취해보려고 폭풍 흡입을 해보지만 오늘따라 이리도 술이 안 취하는지 나 자신도 신기할 정도다.

자그마한 텐트 속에서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막내아들까지 한 방에 자야 하기에 한 사람만 잠을 못 자도 다른 사람들 모두 잠을 잘 수 없는 구조다. 막내아들은 배산임수에 캠핑 환경은 최고지만 워낙 시골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온갖 벌레들이 많다며 괜히 왔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수십만 마리의 양을 세어보았지만 허사다. 더 이상 잠을 청하는 것은 포기할 것 같다.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텐트를 빠져나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태생이 시골이라 이런 환경에 금방 적응할 법도 한데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다 보니 자연성을 상실한 느낌이 든다. 각박한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은 터득했다지만 정작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듣자니 나도 몰래 자연에 취해버린다. 밝은 보름달이 다양한 형태의 구름들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환한 보름달이 떠오르다가 다시 구름에 가려 흑암이 된다.

어릴 적 깊은 산골에서 자연을 벗하며 순진무구하게 살았다. 6.25 때 인민군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고향 동네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농촌이기에 농사일이 많았는데 고추농사를 주로 했다. 밭농사는 씨 뿌리고 김을 매고 잡초를 제거해주는 등 어린아이 키우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간다. 잠시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잡초가 내 키만큼 자라서 정작 농작물은 존재감이 없을 정도다.

농사꾼에게 잡초제거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그놈들은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어설프게 뽑았다가는 며칠만 지나면 금방 원상 복귀한다. 잡초에 짓눌려 잘 자라지 못하는 농작물들을 보면 안타깝다. 농작물 하나를 기르는데도 온갖 정성을 쏟아부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수확을 할 수 있다.

학창시절에도 소와 돼지를 키웠는데 낫질을 하다가 손을 베이고 벌에 쏘이는 일도 많았다. 언젠가는 잔뜩 똬리를 틀은 뱀을 건드려 뱀에 물린 적도 있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학교를 갈 때면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언제나 정답게 반겨주었다. 예쁜 꽃이나 나무를 발견하면 꺾꽂이를 하거나 뿌리째 캐서 뒤뜰에 심었다. 거름이 되라고 소변도 꼭 그곳에 봤다. 신기하게도 몇 해가 지나면 내 키보다도 더 큰 꽃과 나무가 된다. 자연은 그렇게 위대한 생명력을 지녔다.

가족여행으로 떠난 글램핑, 모처럼 자연과 교감하고 아름다운 옛 추억을 소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원표 객원기자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