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에듀인뉴스] 부모님이 작은 식당을 열게 되면서 그 근처로 이사를 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었기 때문에 중학교는 이사 간 지역에서 다니게 되었다. 과거 8학군으로 불리던 동네였다.

정릉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8학군에서 중학생이 된 내게 가장 신기한 것은 친구들이었다. 영어로 이름이나 겨우 쓰던 나와 달리, 친구들은 작문은 물론 회화도 곧잘 해냈다. 일찍이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은 미국식 발음과 영국식 발음을 구분해가며 대화하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는 ‘Hospital’을 “호스피탈”로 읽는 내가 더 신기했을 것이다.

수업은 ‘보편적인 기준’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선생님들은 “학원에서 다 배웠지”하며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주어니 동사니 목적어니 하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 앞에 무릎 꿇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 시험을 봤고, 국어나 수학, 과학 같이 ‘비영어 과목’들로 평균점수를 끌어올려야 했다.

그래도 그때는 경쟁이 가능했다. 대입에서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인턴이니 봉사활동이니 하는 대외활동들을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넓었다. 물론 사교육을 통해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는 있었지만, 그만큼 학원에서 많은 공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쟁을 벌이는 장 자체가 다르지는 않았다.

상황은 이후 대학입시가 다변화하며 달라졌다. 기존의 줄 세우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와 재능을 대입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온갖 전형들이 생겨났다. 수시 비중이 커졌고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 종합전형 같은 제도들이 탄생했다.

나는 이 제도들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경쟁의 장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관련한 의혹들은 사실 제도의 변화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 그녀는 외고 재학 시절 2주 간의 의학연구소 인턴으로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그런 스펙들로 명문대에 진학했다. 심지어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출하고 두 번의 낙제에도 불구하고 3년 장학생이 되었다. 틈틈이 대치동 입시학원에서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입시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커리어는 분명 과거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달성할 수 없었다. 이제는 ‘잘난 아빠’를 두기만 하면 남들처럼 피터지게 공부하지 않아도 명문대에 진학하고, 의전원에서 장학생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비단 조국 후보자 개인의 일만이 아니다. 지인의 자녀를 인턴으로 꽂아주고, 논문의 공동저자로 실어주는 관행은 이미 만연해 있지 않나. 아마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득권층의 짬짜미는 특기자 전형의 탈을 쓰고 무사히 넘어갔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절망감을 느꼈다. 부모의 인맥과 사회적 지위가 입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아예 학벌과 직업을 물려주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세력이 조국 후보자를 끝까지 공격하기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까보면 본인들 자녀도 다 같은 실정 일 테니까. 의전원과 로스쿨은 물론 대학과 사회 곳곳의 좋은 일자리까지, 기득권층이 그동안 ‘지인과 동료의 자녀들’에게 베푼 은혜에 비하면 조국 후보자의 의혹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참에 조국 후보자가 자녀의 부정입학과 관련한 의혹들을 끝까지 부인하고 싸웠으면 좋겠다. 그 뻔뻔한 모습을 본 국민들의 분노는 조 후보자 개인에 머물지 않고 그가 포함된 빙산을 향할 테니까. 그 분노가 단지 ‘잘난 아빠’를 뒀다는 이유로 좋은 대학에 가고 신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던 오늘날의 제도를 깨는 원동력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