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메신저, 전국 8700개 학교 30만 선생님 사용 성장
"교육청의 자체 보급 메신저로 사업 위기 맞기도"
교육공공기관 사업 일부 민간 맡겨야 교육 성장 가능

"선생님들 편하게 하는 게 나의 일"...교사들 글, 연수, 책, 기사 등 제공 통합 플랫폼 구상
학교 밖서 학교 변화 만드는 것 필요 "에듀테크 기업과 교사 연결고리 많이 만들어지길"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의 변화를 위해 학교 밖에서도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선생님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털어내 주면서 그 변화의 물결에 함께 하고자 한다.”

전국 8700개 학교, 30만 선생님이 사용하는 쿨메신저. 어느덧 교육계 대표 메신저로 성장한 쿨메신저의 뒤에는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가 있었다.

“우연히 학교에서 사용하는 메신저가 선생님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도울 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직접 학교용 메신저를 개발·보급하는 게 최선일 것으로 생각했다.”

오 대표는 곧장 교육 현장을 뛰어다니며 선생님들에게 최적화된 메신저를 개발해 보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선생님들에게 편리한 제품, 시중에서 인정받은 좋은 제품을 제안하면 교육계에서 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메신저를 개발·보급하기 시작한 것.

기존 고객의 1/3을 잃은 그는, 수익을 남기지 않고 더 좋은 플랫폼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회사에 큰 위기가 왔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공공기관에서 적정 수준의 민간에 위탁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교육계 발전에 날개가 달릴 것이다. 해외처럼 교육행정정보를 민간에게 공개해 다양한 관련 시스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선생님들에게 늘 더 편리함을 제공할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는 그는 메신저 사업을 넘어 ▲연수통합시스템 ‘쿨에듀’ ▲선생님들의 교육 경험을 담은 글을 공유하는 ‘쿨스쿨 샘스토리’ ▲교육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하는 ‘쿨북스’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사를 제공하는 ‘쿨이슈’ 등 플랫폼을 만들어 서로 연계해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학기에는 현장 교사들끼리 서로 고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할 수 있는 '멘토링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오진연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와의 일문일답.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 학교에서 사용하는 쿨메신저 사업을 중심으로 선생님들이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 학교에서 사용하는 쿨메신저 사업을 중심으로 선생님들이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란지교컴즈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나.

1998년에 개발된 기업 업무용 메신저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8700개 학교에 판매되고 30만 선생님이 사용 중인 쿨메신저을 메인 사업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교육콘텐츠플랫폼인 쿨스쿨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주 사업인 쿨메신저는 많은 선생님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성장했다. 쿨메신저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나. 장점을 설명한다면.

한컴쪽지 등으로 업무를 주고받던 환경 속에서 업무용 메신저의 필요성이 간절했던 시장의 타이밍과 교육 현장의 수요와 기관의 예산에 맞춰 시장에 진출한 게 가장 주요했다. 이후 적극적인 기술지원을 통해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세부적 기능들까지 최적화해서 업그레이드한 것이 장점이다. 구체적으로 파일 공유가 가능한 ‘쿨박스’와 가정통신문용 ‘쿨SMS’, 일정관련 ‘쿨렌더’까지 필요한 기능들이 상호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쿨스쿨, 쿨에듀 등 최근 런칭한 아이템이 많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가.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쿨에듀는 통합연수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개인 맞춤형 연수를 지원한다. 단순화하면 여러 연수원으로 분리된 연수 콘텐츠를 쿨에듀에서 통합 관리하고,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필요한 연수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할 뿐만 아니라 찾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단순 연수 안내로 끝나지 않기 위해 쿨스쿨과 연계해 각종 교육 콘텐츠를 소개한다. 예를 들면 쿨스쿨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교육 관계자들이 필요로 할 만한 글, 영상, 책, 상품 등이 쿨에듀에서 함께 소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쿨스쿨 샘스토리의 글을, 통합 프로필에 등록된 강사이력을, 쿨북스에 소개된 책을, 쿨이슈에 게시되는 교육기사를 함께 제공받을 수 있다.

사이트 방문자는 콘텐츠가 서로 연계돼 있어 한 곳에서 원하는 정보와 상품을 픽업하기에 편리하고, 콘텐츠 제공자는 자신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관련 있는 콘텐츠에 함께 노출되니 홍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쿨스쿨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샘스토리, 쿨북스. 쿨이슈, 통합연수, 쿨마켓 등이 함께 배치된 쿨스쿨 홈페이지에서는 교사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쿨스쿨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샘스토리, 쿨북스. 쿨이슈, 통합연수, 쿨마켓 등이 함께 배치된 쿨스쿨 홈페이지에서는 교사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왜 하필 교육 사업인가. 교육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업무용 메신저 사업을 하다 우연히 만난 선생님께서 학교 메신저의 불편함을 이야기해주었다. 기가 막히게도 학교 외부에서는 모두 사용하는 일반적 기능이 당시 학교 메신저에는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미래 기둥을 만드는 선생님들이 교육에 더 집중하는 데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 즉 업무용 메신저를 학교에 보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프로그램만 있으면 당연히 받아들일 줄 알았던 교육계의 벽은 상당히 높았다. 교육청 등 기관 예산은 정해져 있어 집행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사설 업체가 진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했다. 또 이후에는 교육청에서 자체 메신저를 도입해 사용하는 문제로, 단지 더 사용에 편리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진입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초 경기도교육청과의 업무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어떤 사정이 있었나.

경기도의 경우 93%, 약 12만명의 선생님이 쿨스쿨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스쿨넷사업의 일환으로 자체 메신저를 만들면서 일반 사설 메신저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이로 인해 전체 사용자의 1/3 정도가 사용을 중지하면서, 결국 메신저 사업과 투자해 오던 쿨스쿨 플랫폼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생기는 위기가 왔었다.

지난 2년간 미래부,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에 이러한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러 다녔고 도움을 주는 분이 많았지만, 결국 되돌리기에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영향으로 구조 조정과 사업 축소 등을 해나가며 회사의 위기를 극복 중이다.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교육청의 갑질로 비칠 수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 교육청의 갑질이 맞지만 법적으로 사경제주체가 아닌 교육청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중 ‘SW영향평가제’라는 공공기관의 침해로부터 민간SW시장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있음에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남아 있어 기관이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노력 끝에 작년 8월 SW영향평가제가 권고에서 의무화로 개정되었으나, 앞으로 공공기관에서는 SW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직접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적정 수준을 민간에 위탁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정보 활용이 민간에게도 오픈되어 다양한 시스템 발전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이 부분에서 보안적 이슈 및 다양한 이유로 폐쇄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민간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사업무시스템 개선이, 교사들이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해법일 수도 있기에 이런 문제의 개선도 빠르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기관과의 업무 추진에 있어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업무를 진행하면서 단순 예산 절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평가하지 말고, 질적 향상 및 중장기적 방향성을 함께 고려하는 평가 시스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되어 많이 사용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절감이라는 평가 잣대가 우선시되는 시스템으로 위와 같은 문제를 발생했다고 본다.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열린 2019 초등교육박람회에 참가해 자사 브랜드인 쿨스쿨을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열린 2019 초등교육박람회에 참가해 자사 브랜드인 쿨스쿨을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교육계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최근에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법에 대한 연구가 꾸준하게 교사들을 중심으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연구나 노력이 더 많이 알려지고 개선되어야 우리나라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교사들은 불필요한 행정업무 등으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과 어렵게 만들어 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도 그것을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교사들의 이러한 불편함과 한계를 조금이나마 털어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훌륭한 교육 크리에이터와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주목받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려 한다.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데에는 학교 안에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 변화에 작은 힘이나마 되었으면 한다.

▲교육 벤처를 꿈꾸는 예비 사업가들에게 교육사업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요즘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교육시장은 매우 어렵다. 교육사업은 특히 그 속도가 빠르지 않고, 폐쇄적 환경이 많을 뿐만 아니라 현장 교사들과의 소통이 필수이나 그 접점조차 찾기 쉽지 않다. 강직한 교육적 목표 없이는 인내하고 참아내는 데 다른 시장에 비해 더 어려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 성장이라는 목표 없이 사업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꾸준히 알고자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응원하고 싶다.

▲교육현장 관계자와 교육기업 관계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장 선생님들과 교육기업 관계자의 연결 고리가 생각처럼 많지 않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호 연계성 부재로 인한 어려움이 아쉽다.

누구 하나 교육 발전을 원하지 않는 이는 없다. 접점은 만들어가면 되고 연결고리는 그 안에서 생성될 것이다. 서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알아가면 분명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개학을 대부분 했다. 올 2학기에 예정된 일이나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2학기에는 고경력 선생님들과 저경력 또는 고민이 있는 현장 선생님들을 연결하는 멘토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좋은 콘텐츠와 훌륭한 교육자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주력하기 위해 100여개의 에듀테크사와 쿨스쿨 파트너십을 체결, 함께 나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에서 고민이나 불편한 사항,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쿨스쿨을 노크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