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몽땅 축제 일환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 건너기 대회’ 참가
학부모·학교 팔 걷고 지원…참가 못한 학생 자원봉사로 친구들 도와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에 참석한 현대고 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8.11. (사진=오영세 기자)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에 참석한 현대고 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8.11. (사진=오영세 기자)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연일 폭염 경보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힘든 8월 중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고스란히 품어 안은 한강. 그리고 뚝섬유원지에서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현대고 학생들이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하는 자원순환 캠페인을 벌였다.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연맹장 송재형)이 주관한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대회(8.10~11)에 현대고 학생들 20여명이 거북이호와 갈매기호를 직접 제작해 참가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고3 학생이 14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으며, 자원봉사 학생 30명과 4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가한 학생들을 응원했다.

대회를 무사히 마친 학생들은 자원 환경의 중요성을 학교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제작한 뗏목 거북이와 갈매기호를 학교로 옮겨갔다.

강남, 압구정동, 자사고 현대고… 단어만 들어도 수능 100여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학생, 학부모 등 90여명의 대 군단(?)이 참가한 현대고의 열정이 궁금한 기자는 대회가 끝난지 10여일이 지난 22일 다시 학교를 찾았다.

현대고는 어린시절 어느 학교 공사장에서 돌멩이를 옮기며 배움의 부러움을 한없이 동경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8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지정됐다. 초대 정주영 이사장을 거쳐 1985년 장정자 이사장이 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또 2018년 강승원 교장이 12대 교장으로 취임해 학교를 이끌고 있다.

“향학에 불타는 젊은이들이 이 배움의 터전에서 담담한 마음을 가지고 개척의 정신과 창조의 능력을 갈고닦아 세계의 빛이 되길 바란다.” 1978년 4월29일 설립자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남긴 창학정신이다.

현대고등학교 전경(위 사진)과 창학정신 기념비(아래 사진).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현대고등학교 전경(위 사진)과 창학정신 기념비(아래 사진).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거북이 뱃속은 쓰레기장이 아니에요! 무심고 버린 플라스틱! 해양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본관 현관 입구 양옆에 자리잡은 거북이호와 갈매기호 뗏목에 붙은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거북이호를 타고 대회에 참가한 김동형(3학년) 학생회장은 “현대고등학교 거북이호는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비닐 등의 쓰레기들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한 후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며 “이러한 와중에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를 알게 되어 고3 입시생이지만 재활용의 중요성에 작은 힘이 되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버린 많은 쓰레기들로 인해 바다 거북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거북이호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다”며 “이번 체험으로 페트병을 무단 투기하지 말고 분리수거를 잘해 다시는 해양 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대고 본관 현관입구에 전시된 갈매기와 거북이호.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현대고 본관 현관입구에 전시된 갈매기와 거북이호.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갈매기호를 탄 조남규 학생(3학년)은 “페트병을 만들고 사용하는 데에는 짧은 시간이 걸리지만 썩는데는 500년이 걸린다며 페트병이 무단으로 투기 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이 부리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갈매기에 관한 사진 기사를 떠올리며 뗏목의 이름을 갈매기호로 짓고, 이런 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 무단 투기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페트병으로 갈매기 모형을 만들고 재활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물질을 잘 제거하자는 의미에서 색이 있는 쓰레기를 페트병 속에 넣어 뒤쪽에 형상화 했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쌍둥이 남매 학생도, 3학년·1학년 형제도 나란히 참가

이번 대회에 3학년, 1학년 형제가 나란히 참가한 학생도 있었다. 또 쌍둥이 남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송민준(3학년) 학생은 “평소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서 선생님께서 스크랩해 주시는 기사를 꼼꼼히 읽곤 한다.

지난 3월 CNN에서 ‘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한국의 플라스틱 문제는 문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우리나라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보도하는 기사를 읽었다”며 “조사를 해보니 플라스틱은 1868년 최초로 생산되었는데, 이 중 약 9%는 재활용됐으며 12%는 소각됐고, 약 80% 이상의 70억 톤은 쓰레기로 버려졌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이 해양으로 버려지는 셈이라는 것인데, 2050년에는 바다의 반이 물고기, 반이 플라스틱으로 채워진다는 연구결과를 듣고 너무나 놀랐다”고 말했다.

송민준 학생은 “우리 가족은 몇 년 전부터 ‘그린피스’를 통해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아 생존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북극곰과 북극 생태계를 지키는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와 더불어 플라스틱의 남용 또한 지구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대학입시를 앞두고 스트레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에 친구들과 뗏목을 만들고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의 작은 활동들이 모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생인 송민혁(1학년) 학생도 “어릴 때 자주 놀러갔던 제주도 외할머니댁 마을에는 한라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이 너무 깨끗해서 마을 사람들이 길어다 마실 수 있는 정도였지만 몇 년 전 할머니댁에 갔을 때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빨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물로 오염되어 가슴이 아팠다”며 “이번 페트병으로 뗏목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행사가 플라스틱사용의 위험을 알리고 재활용의 필요성을 외치는 행사라는 것을 알고, 제주도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되풀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내 주변, 한강에서 시작된 재활용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실천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아주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쌍둥이 자매 이주영(2학년), 이지영(2학년) 학생은 “지난해는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올해에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시는 한명완 선생님과 뜻을 함께하는 3학년 선배들과 1학년 후배와 함께 ‘제 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 건너기 대회’ 선수로 참여했다”며 “대회 취지를 살리면서 환경보호 캠페인까지 겸할 수 있는 제작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폭염과 무더위에도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희망하며 버려진 페트병을 함께 수거해 즐겁게 뗏목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또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음에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고3 선배들의 열정적 참여에서, 이제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지구환경 보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세진(2학년) 학생은 “작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을 때 쓰레기에 불과한 팻트병이 뗏목이 되어 한강을 떠가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과 함께 나도 직접 만든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보고 싶은 도전정신이 생겼다”며 “올해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팻트병으로 뗏목을 만드는 과정에서 뗏목이 물에 잘 뜨게 하기 위한 부력의 원리, 미세 플라스틱의 생성과정과 문제 등을 선배, 후배들과 함께 고민하고 자료들을 조사하고 공부하며 만들다 보니 환경오염 문제에서 더 나아가 그동안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던 물리, 화학 등 과학 과목에 대한 흥미까지 얻게 되어 새로운 학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겨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대고 학생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사진 앞쪽 왼쪽부터 이주영, 임지민, 정주원, 이지영, 김세진 학생, 뒤쪽 왼쪽부터 조남규, 송민준, 박주연 학생, 송민혁 어머니, 한명완 교사).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현대고 학생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사진 앞쪽 왼쪽부터 이주영, 임지민, 정주원, 이지영, 김세진 학생, 뒤쪽 왼쪽부터 조남규, 송민준, 박주연 학생, 송민혁 어머니, 한명완 교사). 2019.8.22. (사진=오영세 기자)

봉사활동으로 참가한 학생들도

박주연(3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플라스틱 재활용 뗏목들을 보면서 자원 봉사자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플라스틱 뗏목을 강에 띄우기 위해 뗏목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한 사람의 도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고 말했다.

또 “뗏목에 타는 친구들,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들 수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뗏목은 생각보다 정말 무거웠다. 문뜩 ‘세상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뗏목 그 자체로 재활용을 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서 플라스틱 뗏목이 우리나라 재활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주원(2학년) 학생은 “평소에 무심코 쓰는 플라스틱, 비닐 등이 해양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끼치므로, 자원 낭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았다”며 “이번에는 봉사위원으로 활동했지만, 내년에는 꼭 뗏목 만들기에 참여해 올해처럼 멋진 뗏목을 만들어 환경보호를 위한 의지를 높이고,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임지민(2학년) 학생은 “현대고 참가 학생 중 다수가 고3 선배들이었는데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면서 “올해는 비록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지만, 내년에는 꼭 내 손으로 직접 배도 만들고, 그 배에 타서 한강을 건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서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자원을 재활용 하는데 앞장서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수능 100일을 목전에 둔 고3 학부모 심정은 어떠셨나요?

송민준(3학년), 송민혁(1학년)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선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학교가 바라는 학생상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지, 덕, 체’를 균형 있게 키워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현대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예술, 체육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교생이 1인 2기 (예술활동 1학기, 체육활동 1학기)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첼로를 연주했고, 작은아이가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관심을 고등학교에서도 지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현대고등학교에 형제를 보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예술, 체육활동 외에도 ‘학생들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학교’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큰아이가 속한 3학년 문과는 담임 선생님께서도 입시 준비는 물론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을 응원해주고 지원해주고 있다. 이번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 역시 선생님의 신문기사 스크랩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스틱 조각들로 고통받는 갈매기에 관한 기사를 돌려 읽고, 환경, 생태계,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입시를 앞둔 고3이지만 모두 힘을 합쳐 뜻깊은 일을 하자는 것에 동의했다는 말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는 고민도 됐지만, 공부 시간도 부족한 고3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키워진다면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당시 심경을 말했다.

그러면서 “대회를 준비했던 지난 몇 주 동안 두 형제의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느꼈고, 고등학교 시절 생각의 깊이를 키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담임 선생님과 학교에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김나영(3학년 김동형 학생 어머니) 학부모회장은 “자사고인 현대고가 공부만 하는 줄 알고 있지만, 수능시험이 9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참가한 2개팀 20명 학생 중 15명이 고3이라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 고민하고 환경을 보전하자는 이번 행사에 학생들 스스로 참가 의지를 보여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지도교사의 열정이 돋보였다

학생들을 지도한 한명완 선생은 “자원 재활용을 통해 청소년들이 환경보호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고 더불어 학급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와 함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참가를 독려했다”며 “강남의 높은 교육열의 중심인 자사고라는 학교 특성상 참가자 20명중 14명이 고3 이어서 고민이 많았지만, 이사장님과 교장 선생님께서 자연환경과 자원 재활용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고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 수능을 100여일 앞둔 긴장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참가하게 됐다. 도전정신과 협동심을 발휘하는 귀한 시간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명완 교사는 지난해에도 학생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석했다. 고3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자사고에서 입시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환경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자원 재활용 등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을 통해 심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위 사진)과 현대고 갈매기, 거북이호가 한강을 건너가는 모습(아래 사진). 2019.8.11. (사진=오영세 기자)
제3회 리사이클 뗏목 한강건너기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위 사진)과 현대고 갈매기, 거북이호가 한강을 건너가는 모습(아래 사진). 2019.8.11. (사진=오영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