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경기 광성초등학교 교사

맹자 '성선설'과 순자 '성악설'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 그리고 교육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세계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중량(캐럿, Carat), 색(Color), 투명도(Clarity), 컷(Cut)를 기준으로 한다. 보석세공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컷의 종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평범한 돌이다. 보석세공사에 의해 원석은 쪼개지고, 갈리고 다듬어져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 된다. 원석이 보석이 되기까지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성품인 다이아몬드에 집중하느라 그 보석을 있게 한 보석세공사는 잊은 채 세계의 유명박물관에 진열되어 있거나 미디어를 통해 외국 경매장의 다이아몬드를 보고 경탄과 찬사를 보낸다.

보석세공사는 다이아몬드 원석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없이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원석의 색깔, 모양, 크기, 무게 등을 모두 고려하여 어떻게 세공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막대한 손실이 따르기에 다이아몬드 원석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측정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세공 전 이러한 세밀한 작업에 능숙한 보석세공사는 높은 대우와 보수를 보장받는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활동과 계획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적인 활동과 과정 또는 교육활동으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와 결과물, 그 결과와 결과물이 교육활동 전 계획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평가 등에 너무나 집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보석세공사가 다이아몬드 원석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없이 세공과 포장에만 집중한 것이다. 

성급한 세공 후에 오는 후폭풍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잘못을 반복해왔다는 느낌이다. 교육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에 해당되는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없이 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팥 없는 단팥빵 같다. 맛이 안 난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가르치고 기를 것인가? 이전에 가르치고 기를 대상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육의 출발점을 인간의 본질적인 이해와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의 본성은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가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 있어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이 교육계의 18번 대표곡이라 할 수 있겠다. 

성선설의 맹자(왼쪽)와 성악설의 순자.

맹자는 『맹자』 공손추 상편 유명한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이야기’를 통해 성선설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보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아무런 칭찬이나 댓가를 바라지 않고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아이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에게 타고나면서부터 선한 본성이 있다는 증거이고, 사람의 내면에 있는 착한 본성이 특정한 상황에서 선한 마음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맹자』 고자 상편에서 ‘물’에 대한 비유를 통해 고자의 주장을 반박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이 선함을 주장하는데, 물 자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듯 인간의 본성 자체에는 선의 경향이 있으며,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순자는 『순자』 성악편에서 사람의 본능이 악하다고 주장했다. 태어난 후 사회적 존재가 되면서 인간의 악한 성질이 발현된다는 의미다. 그 발현의 형태는 경쟁과 다툼이며 결과는 사회적 혼란이다. 맹자와 순자는 똑같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다만 맹자는 타고난 선한 본성을 잘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순자는 타고난 악한 본능을 고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 있어 동양의 대표적인 두 주장을 간단하게 들어보았다.

기원전 385년 정도에 태어난 맹자와 기원전 298년에 태어난 순자. 이 두 분의 주장을 듣다보면, 뭔가 인간이 이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과연 이러한 주장이 인간 본성에 대한 나의 혼란함을 해결해주기에 적합한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모를 이질감, 또는 동떨어진 감각을 선사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 생긴다. 

이 지구라는 행성에는 약 70억 이상의 인간이 존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 지구라는 곳은 70억의 각기 다른 성질의 인간들이 서로 어울리며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똑같은 외형에 똑같은 성격을 지닌 학생들을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생김새만큼 그 성격과 행동도 어느 정도의 유사점은 있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우리 대한민국은 각기 다른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각기 다른 5000만 인간들의 모자이크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모자이크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본성이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아닌 서로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교육의 대상은 각기 다른, 모든 모자이크 조각인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서로 다른 모자이크 조각을 각기 다르게 이해해야 되고, 그 한 조각 한 조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획일되고 고정된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볼 때 인간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접근이 가능해지고, 교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실망감, 좌절감, 분노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다. 

이제까지 교육이라는 현장에서 나 자신과 내 주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의 시간도 없이, 나의 본성을 그 시간과 공간의 표준으로 정하고, 다른 모자이크 조각들에게 나의 주관과 생각을 주입하고 강요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내일 25명의 모자이크 조각들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접근을 위해, 나 또한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하나의 모자이크 조각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유영삼 경기 광성초 교사
유영삼 경기 광성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