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천홍 강원 춘천 남산초 교사

"새로운 교장의 역할과 선발 방식 상상할 때"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에듀인뉴스] 1996년부터 초빙 교장제도가 시작되었고 2007년부터는 교장 공모제가 실시되었지만 여전히 승진을 통해 교장이 되는 것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승진가산점 방식의 교장 선출은 시대 변화 및 교육자치 강화와 더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장의 '결정권'과 '권한'의 차이

교장 선발 방식 문제 이전에 우리는 새로운 교육 환경과 리더십 개념의 변화에 따른 교장의 역할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승진제·초빙제·공모제의 개선 및 대안적 방식인 보직제·직선제 중 어떠한 방식이든 기존의 관념처럼 학교장을 ‘대표’가 아닌 '높은 자리‘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여전할 경우에는 변화된 제도가 가진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교장이라는 자리는 학교교육활동을 통할하는 동시에 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학교의 대표이기에 그에 따른 많은 권한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대표’가 ‘학교의 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여름 방문한 스웨덴의 경우 교장은 ‘윗사람’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책임자이며 동시에 윤활유 같은 존재였다. 학교 운영의 여러 방면을 살피며 학생의 학습과 교사들의 수업·연구를 지원하고, 학부모 및 다른 기관들의 의견 수렴 및 관계 조율하고 있었다.

교장에게는 예산권 및 징계권 등 학교 대표로서의 권한이 많았지만, 그들은 그것이 그들 개인의 인격에 부여한 권한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함부로 쓰지 않았다.

즉 ‘교장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상황을 ‘교장이 된 김아무개에게 권한이 있다’로 오해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 제13조에서는 '교육공무원의 승진임용은 같은 종류의 직무에 종사하는 바로 아래 직급의 사람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력평정, 재교육성적, 근무성적, 그 밖에 실제 증명되는 능력에 의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13조에서는 '교육공무원의 승진임용은 같은 종류의 직무에 종사하는 바로 아래 직급의 사람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력평정, 재교육성적, 근무성적, 그 밖에 실제 증명되는 능력에 의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진'이라는 용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학교의 대표를 ‘모신다’거나 ‘윗분’으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에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육공무원법」 ‘제13조(승진)’에서 ‘승진’이라는 용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연공서열 방식 승진 구조가 일반화되었던 사회상을 담아서 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승진’이라는 표현이 적절했을 수 있지만,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권위주의적인 방식에서 분산형, 소통형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흐름과 개별의 수업과 학급 운영에서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가진 학교조직의 수평적 업무 구조를 고려할 때 ‘승진’이라는 표현의 개선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

교사들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인 4, 5년차에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승진을 하려면······.”이다.

법률상에서 ‘승진규정’이 ‘학교관리자전직규정’이나 ‘학교관리자자격획득규정’ 등으로 표현이 바뀐다면, 단순히 용어의 변화일 뿐이더라도 새롭게 교직에 들어오는 교사들에게는 기존과 다른 영향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직종을 빗대어 보더라도 ‘왜 승진 안 해?’와 ‘왜 전직 안 해?’는 그 의미나 뉘앙스가 매우 다르다. 이러한 용어의 변화는 학교장의 성격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인 동시에 ‘교사에게는 승진이 없으며 교사 자체가 이미 체계상의 가장 높은 자리임’을 강조해서 교사간의 평등성 및 전문적 책임 강화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장 제도 방식, '교육지원청 공채'를 제안한다

교장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교장 자격증을 유지하는 방식 중 하나를 제안해보려 한다. 몇몇 단체에서 교장 개혁과 관련해서 기존의 방식에서 승진 점수를 모은 사람들에 대한 문제, 벽지 문제, 자격증 없는 교장에 대한 문제 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을 고려한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교장자격증 보유자 확대를 통한 교육지원청 차원의 일괄 공모제, 공채의 실시이다.

이 방식은 우선 자격증 부여 방식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기존처럼 점수를 쌓고 교장 연수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교육경력(15년, 20년 등)이 지난 사람 중 이 과정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방학 기간을 활용해 리더십이나 학교 조직 운영 등에 관한 연수를 이수하도록 한다(교육대학원 계절제와 유사한 방식).

이때 과도하게 교장 자격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이수 비율을 결정해 이수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순위는 산출하지 않으며 교장이 될 수 있는 기본 자격을 준다.

하지만 현행처럼 필요한 자리와 자격 이수자를 1:1의 비율이 아닌 1:1.5, 1:2 등의 비율로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러한 과정이수와 더불어 벽지 근무 경력을 현실화하거나 줄여서 필수 여건에 넣어 벽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내년도에 필요한 교장의 수를 예측하여 교육지원청이 공채를 실시하면 교장 자격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공채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춘천시에 내년에 5명의 교장이 필요하면 그해 11월에 현행과 같은 점수순이 아니라 자격 소지자 중에서 5명을 공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때 운영 방식은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일단 전형의 경우 한 시·군 안에서도 농어촌 학교와 도심학교, 혹은 예술 특성 학교 등으로 다르게 할 수도 있다. 심사의 경우 교육청 중심의 심사를 할 수도 있다.

교육청과 교사 대표 혹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하에 지역주민대표 심사단, 또한 학교 급에 따라 학생 심사단 혹은 학생 면접단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개인적인 점수를 쌓고 자격증을 가졌다고 모두가 교장이라는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고 전문가집단이나 조직 및 시민사회에 신뢰를 얻어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발 과정을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 주관하여 일괄로 시행한다는 데에 있다.

만약 모든 학교가 교장을 학교별로 선발하면 학교 내 행정력 소요는 물론 개인적인 감정 다툼 및 절차에 대한 행정 소송 등의 여러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식이 학교별로 교장 선발하는 공모제가 가진 장점을 외면하거나 그 제도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공모제와 공존하여 학교별 선발을 하지 않는 학교에 적용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언급처럼 교장제도의 변화는 제도만 바뀐다고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제도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변화하는 학교 상황에 따른 교장의 역할론과 그것을 함양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당장의 제도나 법률 용어의 변화가 어렵다면 현행 교장 자격 연수 방식과 내용부터 개선하며 그 논의를 역할론과 교장제도 변화의 초석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