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뉴스] 5년간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고등학교로 옮기고 한 학기를 거치며 고등학교도 예전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다양한 학생중심 수업 방법이 학교에 시행되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런 수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등 적극적인 학습을 실천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매주 2시간씩 진행되는 생활과 윤리 수업을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적은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토론 수업과 평가, 피드백을 진행하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고, 활동 중간에 필요한 내용의 강의를 병행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2학기에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려다 보니 더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다

그러다 지난 여름방학 영어교사 A와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영어교재에 칸트의 의무론과 밀의 공리주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는 얼마나 깊이 있게 전달해야 할지, 이미 윤리 시간에 배운 것은 아닌지 등을 물었다. 한편 영어교재에는 ‘Ugly food’라는 못생긴 채소를 버림으로써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 생산에 관한 지문도 실려 있었다.

나는 번뜩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나는 A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고, A 역시 부담이 있으나 한 번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영어 시간에는 ‘Ugly Food’ 지문을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학습시킨다.

▷그동안 생활과 윤리 시간에는 ‘푸드마일리지’ 같은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된 다큐를 보여주고 감상문을 쓰게 한다.

▷영어지문의 진도가 끝나갈 무렵, 생활과 윤리 시간에 하브루타를 통해 학생들이 지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뽑아내고 영어시간에 다큐와 지문 등을 통해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 상황을 찾게 한다.

▷이어서 생활과 윤리 시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소감 및 발표는 영어시간에 영어발표를 통해 마무리한다.

즉, 윤리 교과에서 하려는 환경문제 프로젝트를 영어지문을 활용해서 학습하고, 영어 교과의 지문에 나오는 내용과 문제의식을 생활과 윤리 시간을 통해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물을 영어시간과 윤리 시간에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수업간의 연계를 느끼게 해주고 또한 지식의 분리가 아닌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환경문제를 위한 자료를 찾을 때도 영어를 활용하는 부분은 영어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나 혼자 단독으로 수업을 할 때보다 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뿐 아니다. 교사끼리는 구체적으로 서로의 시간표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차시계획을 조금씩 수정한다. 큰 틀에 맞추어 서로의 교과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내에서 범위와 차시를 조절하고 나면 작은 계획들을 세울 수 있다. 이 와중에 각자가 사용하는 수업 방법이나 도구를 나누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계획한다.

예를 들면 모둠 내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Office 365를 영어 시간에 설치하게 해서 윤리 시간에도 활용한다거나, 아이디어를 뽑아낼 때 포스트잇을 활용하려던 것을 교사 간에 공유하기 편하게 Padlet을 이용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 효과적인 수업방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혼자서 학년 전체를 수업하는 내 경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업방법이나 도구 이외에 다른 내용을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FAIL is First Attempt In Learning', "일단 해 보자"

이미 다양한 수업방식이 학교에서 실행되고 있으나, 교과융합수업은 중·고등학교에서 어려운 수업방식 중에 하나다.

이 수업을 실행하기 위해서 일단 교과 간 교과서 내용이 공유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 수업을 짜기도 바쁜데, 다른 교과의 교과서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설령 보더라도 그것을 내 수업에 맞추려면 진도 계획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다른 교과에도 나름의 평가 계획, 진도 계획 등이 있을 텐데 이것을 침해하는 것 같아서 선뜻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도 나는 A 교사의 호의 덕에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나 역시 다른 교사들에게 교과서 내용을 공유하고 교과 진도를 맞춰보자는 제의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수업 과정을 중간중간 공유하고, 서로의 수업이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다보니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나와 A교사 역시 융합 수업을 처음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진행 과정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고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FAIL is First Attempt In Learning’이라고 하지 않았나. 실패는 배움의 첫 번째 시도다. 수업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혼자 시도하는 것보단 같이 시도하는 것이 서로 도와줄 수 있고 빠른 피드백을 통해 고쳐나갈 수 있다

수업에 관한 연수나 글에서는 항상 이미 해본 사람이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대단해보이고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일단 계획을 짜고 나니 할 수 있을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아마 계획과 다른 어려움도 실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도 이 지면을 통해 게시하고자 한다. 수업개선을 시도해보고 싶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 과정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