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참배움연구소 연구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

[에듀인뉴스]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선택되어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추천사와 함께 시험대에 올랐지만 본인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딸아이의 논문과 입시에 대한 편법 동원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한 입학사정관제가 있고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지지한 필자의 입장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입학사정관은 누구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대학 입학 문턱에 걸터앉아 대학교육 이수 희망자를 심사해 적격 여부를 판정하는 자를 말한다.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나관문에 걸터앉은 수문장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사정관은 수능이나 논술이나 학종이나 기타 온갖 스펙들을 무력화시키고 자기 입맛에 맞는 자들에게 입학사증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를 말한다. 그런 제도를 입학사정관제라고 하고.

얼핏 보면 입학사정관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용납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오늘의 미국을 만든 자들이 미국의 대학들이고 그런 대학의 입학제도가 사정관 제도라는 사실은 어쩔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할 때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도를 활용해 장래의 지도자들을 발굴하는 것을 눈여겨본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SAT를 보고 수능을 도입한 것이나 입학사정관제를 보고 우리도 해보자고 한 것은 모두 미국식 입학 제도를 본뜬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때 반대자들도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연고사회에서 입학사정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얘기인즉 연고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모를까 그전에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연고사회를 고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입학사정관제야말로 연고사회를 타파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인식은 더더욱 없었다.

연고사회란 혈연과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사회를 말하고 그런 사회에서 무시험 입학사정관제는 먹기 좋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당시 장막 뒤에서 미소를 지은 자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조국 씨를 비롯해 당시에 그 제도 도입을 찬성한 자들의 음흉한 미소가 뇌리를 스친다.

조국 씨 가족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입학사정관제라는 바다를 헤엄쳐 다녔고 그 결과가 지금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 어쩔 것인가. 그 제도를 악용한 조국 씨 가족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그 제도를 제대로 착상시키지 못한 정책수립가들을 탓할 것인가.

이런 논의의 근저에는 연고사회에 대한 근절 의지 여부가 놓여 있다. 다시 말해 연고주의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제2의 조국 같은 경우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우리 국민들은 또 한 번의 깊은 좌절을 느낄 것이다.

우리 모두 입학사정관의 자의성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가 몸담은 대학의 교육철학에 맞추고 자신이 갈고닦은 능력과 형형한 눈빛으로 미래의 동량들을 발견하게 하면 어떨까.

지도자의 자질을 발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인간경영학이다. 온갖 화려한 스펙도 그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잡문에 불과하다. 그렇게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필자는 그런 꿈을 꾸며 연고사회로부터의 일탈을 소망한다. 그리고 일찍이 조광조가 현량제로 천하의 인재들을 발굴했는데 그의 재현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