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의 교육평론] 어부바 교총 
[김대유의 교육평론] 어부바 교총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9.08.26 07:5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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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국가인권위 사회권전문위원회 위원

복수 교원단체 논의, '꼼수'와 '정치적 포석' 아닌 '정석'으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수상한 교원단체 논의..."왜 우리는 안 되나요?" 

[에듀인뉴스] "왜 우리는 안 돼요? 민법상 사단법인이고 수천명 모든 회원이 현직교사인데 교총만 교원단체로 인정해주고 우리는 왜 안 된다는 거죠?”(모 교사단체)

“맞아요. 그런데 귀 단체가 교총처럼 교원단체로 인정되어 교섭협의권을 가지려면 우리 교육부가 별도로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교육부 담당과)

“물어볼게요.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이 교총처럼 교원단체로 인정받으려고 교육부와 물밑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도 그 논의에 끼워주시면 안될까요? 왜 실천교사 연대에게만 교원단체 지위를 주려고 하나요? 그 쪽에서는 우리와 대화조차 피하고 있는 것 같아요.”(모 교사단체)

“글쎄요. 그런 문제는 실천교사연대 쪽에 물어보시지요. 자세한 사정은 그쪽에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교육부 고위 관료)

위 대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교조에서 빠져나온 조합원 교사들이 서울교사노조를 만들고, 그 연장선상에서 서울교사노조 성향으로 보이는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이 연대를 구성해 교육부에게 사단법인 교총과 함께 교섭협의권을 인정해달라며 교원단체 복수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언론에서 실천교사모임 등이 교섭권을 갖는 교원단체로 변화하려고 한다는 기사가 수차례 보도되었지만, 그 과정은 밀실의 분위기로만 느껴질 뿐 모호하고 석연치 않다. 

현재 교육부는 법률을 뛰어넘어 교총에게만 교원단체의 지위를 인정하여 교섭협의권이라는 특권을 주고 있다. 민법상 지위가 같은 사단법인 교사단체들에 대한 차별이다. 당연히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낡은 관행을 깨고 혁신을 꾀하는 일은 개혁보다 어렵다. 그런 만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심정은 개운치가 않다. 

왜 새로운 교사단체가 되려는 실천연대 등은 다른 교사모임과 함께 연대하지 않는지, 교육부는 큰 그림으로 이에 대한 목표와 프로세스를 밝히지 않는지 궁금하다. 

어찌 보면 교총을 견제하려는 움직임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교조를 대체하려는 정책행위 같기도 하다. 이 논의에 청와대가 어느 정도 개입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교육부와 실천교사연대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군불을 지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전교조 잡자'는 포석...교총 견제하기보다 전교조 합법화 미루기 꼼수?       

새로운 교원단체 인정에 대한 의문과 논란은 전교조를 중심에 놓고 바라보면 해답이 나온다. 지금의 전교조는 옛날의 전교조가 아니다. 전교조의 대의에 대해 시비하자는 말이 아니다. 전교조가 물리적으로 분화 및 해체되었다는 의미다. 2000년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두 번의 분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02년에 교장선출보직제 및 학교자치를 추진하는 1,000여 명의 학교자치연대(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연대, 교선보연대)가 참실련(참교육실천연대, 전교조 온건파)과 교찾사(교육과 노동을 찾는 사람들, 전교조 강경파) 모두에게 혁신을 요구하며 전교조의 탈이데올로기 세력으로 등장한 사건이다. 

전직 전교조 위원장단과 전현직 지부장,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였다. 지금의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도 당시에 자문위원단으로 대거 동참할 만큼 교장제도 개혁은 당면과제였다. 

그러나 학교자치연대의 교장보직제 및 학교자치, 교육감 주민직선제 등 새로운 국회 입법추진 방식은 오랜 기간 이데올로기를 통해 조직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체질에 젖은 교찾사 전교조 지도부에게 낯설고 불안한 문화적 충격을 던져주었고, 변화를 거부하는 교찾사의 집요한 공세 등으로 인해 교선보연대의 지도부는 와해되었다. 

교찾사가 본부 위원장과 전국의 지부장단, 대의원을 석권하였고, 대의원대회에서 교선보연대가 제출한 ‘교장선출보직제 중심사업안이’이 부결되면서 교선보연대는 깃발을 내리게 되었다. 전교조에 모처럼 켜진 내부 혁신의 촛불이 꺼진 것이며, 이 때 이들을 보호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던 참실련 역시 곧 교찾사에게 맥없이 무너지며 지리멸렬하였다.

두 번째는 노무현 정부에서 전교조의 주력이자 온건파인 참실련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전교조의 중심부를 이탈하여 김대중 정부 및 참여정부, 문재인 교육의 교육정치 세력으로 귀화한 사건이다. 

특히 참실련 소속 핵심 교사들은 진보 교육감의 비서실과 정책참모 그룹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들은 청와대 교육비서관, 행정관,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의 정책그룹, 민노총 지도부에 진입하였다. 

참실련 성향의 교사들 수백명이 전교조를 이탈하여 서울교사노조를 건립했다. 그로 인해 전교조 내부의 공백이 발생하였고, 그 틈새를 타서 강경파로 불리는 교찾사 세력이 전교조 내부를 접수하였다. 전교조의 양대 세력인 참실련과 교찾사는 제대로 된 이혼협의 없이 파국을 맞이했고, 교찾사는 집을 나간 참실련을 대신해서 전국의 대중조직과 재산을 독차지했다. 전교조는 이와 같은 두 가지 분화를 통해 점차 약화되었다. 

이와 같은 전교조의 분화는 전교조의 정체성(Identity)을 반영한다. 처음에는 민주노총 건설과 민주노동당 창립에 주력을 집중시켰고, 이후 전교조의 가장 큰 세력인 참실련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구성된 민주정부와 협력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 내부권력 구조를 소흘히 하게 되었다. 

그 틈새에 네거티브 전략을 앞세운 강경파 교찾사에게 ‘신자유주의’, ‘어용세력’ 등 온갖 비방에 시달리며 링겔을 꽂고 겨우 버티다가 2008년에 이르러 위원장과 지부장 선거에서 일제히 패배하며 침몰했다. 

당시 전교조 대중은 이명박 파쇼 정권의 등장에 놀라서 늘 강경 투쟁을 부르짖던 교찾사가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들에게 몰표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교찾사 전교조 지도부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거리투쟁 한번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비합법단체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전교조 지도부는 내부권력을 잡고 반대투쟁을 주 무기로 내세우는 강경파 교찾사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교찾사도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대전 등 자기계판의 지부장 출신들을 진보교육감 단일후보로 출마시키면서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던 참실련의 정치적 행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사실상 전교조를 출범시켰던 초기 이론가와 활동가들은 현재의 전교조 중심부에서 사라졌다. 전교조의 초기부터 핵심그룹을 형성했던 그들은 지금 대부분 전교조에 없다. 국민들과 전국의 일반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전교조 합법화를 미루며 한편으로 실천교사연대 등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고자 움직인 정황은 바로 이러한 배경의 발로로 보인다. 교사단체들에게 교총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여 교총을 견제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교총을 견제하기보다 전교조 합법화를 미루기 위한 꼼수로 의심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분열과 정치적 포석으로 인해 교총은 교육전문직 집단, 교장 및 교감단, 간부교사들을 핵심세력으로 유지하면서 정권이 바뀌든 말든 천년만년 교육권력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와 다양한 교사단체 교섭권 인정해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단군 이래 그나마 진보 정권과 진보 교육감이 잠시 교육권력을 잡은 이 시기가 쉬 지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거성 시민사회 수석, 이광호 교육비서관은 이 문제에 관련하여 서둘러 조치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속사정이야 어쨌든 실질적으로 가장 큰 교원노조로 활동하는 현재의 전교조를 즉각 합법화하여 교육부패를 막고 교총의 천하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둘째, 사단법인 등으로 활동하는 교사 중심의 교육단체들을 모두 교총과 동일하게 교섭협의권을 갖도록 법적인 교원단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교육정책의 페어플레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셋째, 교원노조를 새롭게 창립하기를 원하는 단체들이 있다면 선진국의 교사노조처럼 산별노조 연맹체로 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중앙집권적인 위원장 체제를 폐지하고 사무총장제를 도입하면 역사교사 노조, 예체능교사 노조, 보건교사 노조, 유치원 교사 노조 등이 수평적 단결권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교원단체와 교육노조가 교섭권 및 교섭협의권을 행사한다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다소 바빠지더라도 당사자 원칙에 입각하여 교육단체 및 산별노조들과 대회하면서 일일이 현장에 대해  깨알 공부를 할 수 있다. 교총과 전교조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길은 진보 교육감들이 현장의 교사와 시민들을 파트너로 인정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의 교육권력 시스템이 그냥 이렇게 ‘어부바 교총체제’로 굳어진다면, 교육청은 교총 것이고 진보 교육감들은 그냥 ‘교육청 교육감’일 뿐이다.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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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2019-08-29 11:04:43
어부바 교총! 정말 기발한 제목이네요!
김대유교수님 참 번뜩번뜩한 분이신것같아요.
우리나라 교원단체에 대해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계신분이 계시네요. 교총의 독점...관이나 다름이 없지요..

사랑이 2019-08-26 11:20:25
생각해보니 교총만 특혜인듯. 진짜부당합니다

상록수 2019-08-26 09:26:48
누구도 하지 않는, 항상 핵심을 찌르고 현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평론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