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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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부모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본인만의 방법으로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도 고교학점제 추진을 위한 일환으로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추세이며, 주문형 강좌, 교육과정 클러스터,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주제선택 등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배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캐슬에서 강준상(정준호 역)의 눈물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강준상은 어머니인 윤 여사(정애리 분)에게 아래와 같이 울부짖는다.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학력고사 전국 1등까지 했고, 어머니가 의사 되라고 해서 의대 갔고, 병원장 해보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고 기를 쓰다가 내 새끼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였잖아요. 저 이제 어떻게 하냐고요. 제 새끼인 줄도 모르고 죽인 주제에 어떻게 의사 노릇을 하냐고요. 날 이렇게 만든 건 어머니라고요. 제 새끼인줄도 모르고…. 낼모레 쉰이 되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놈을 만들었잖아요, 어머니가!”

(사진=드라마 스카이캐슬 캡처)

드라마에선, 50이 다 되어가는 의사가 어머니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살아온 과정을 후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모의 바람대로 살아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어른이 돼버린 것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여 꾸준히 해나가는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진로에 대해 계획하고 실현하기 위해 부모, 교사,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노력을 한다. 이처럼, 스스로 결정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크게 실망하거나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성찰하며 좀 더 나은 방안을 다시 선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나 주변 사람의 권유로 혹은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시절을 보내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그 이유를 부모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보상과 벌은 자기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소마 퍼즐 실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는 에드워드 대시(Edward Deci, 1942년~)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 1953년~)이 1975년에 제시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론이다.

그들은 ‘소마(Soma) 퍼즐 실험’을 통해 자기 결정 이론을 정립했는데,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퍼즐을 풀게 했다. 한 그룹은 퍼즐 과제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 보상을 했고, 다른 그룹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상 없이 퍼즐 자체를 즐긴 그룹 학생들의 몰입도가 더 높고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보상을 받으며 퍼즐 과제를 수행한 사람들은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 실험의 시사점이 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자율성이며 외적 동기보다는 내면의 동기인 스스로 결정한 자발적 선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후 소마 퍼즐 실험을 ‘보상’ 대신 ‘벌’이나 ‘위협’ 등이 동기부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벌이라는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퍼즐 과제를 잘 해결했지만, 학생들이 실험실에 소마 퍼즐과 함께 남겨졌을 때,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소마 퍼즐를 갖고 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벌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내면의 동기가 크게 약화한 현상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자기결정권'..."사소한 것부터 훈련시켜야"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넓은 범위의 기본권으로 ‘자기운명결정권’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는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어 있다. 즉, 자기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통해 개인의 인격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학생은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가정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학생들은 부모나 교사의 걱정과는 달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지니고 있다.

“어떤 옷을 입고 외출할까?”, “오늘은 어떤 과목을 공부할까?”, “어떤 친구와 사귈까?”, “방과 후에 어떤 음식을 친구들과 먹을까?” 등과 같이 어렸을 때부터 작을 것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소하거나 작은 일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이 되면, 학생들은 장차 더 큰 일이나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에도 스스로 습득한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심사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다.

이제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돼야 한다. 아직도 과거 방식으로 교육을 고수하는 부모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녀가 많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을 발휘하는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이 높다. 부모가 학생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않는 욕설과 짜증을 내는 경우가 없어져야 한다.

부모의 독단으로 선택된 결정은 자녀에게 독이 된다. 자녀가 충분한 고민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염려하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으며,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모두 강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학생의 자기결정권은 잠깐 학습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어렸을 때부터 노력하고 자기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본인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