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의 그림자] ②무시되는 보건교육..."보건교사는 교육계 '진골(眞骨)'인가?"
[보건실의 그림자] ②무시되는 보건교육..."보건교사는 교육계 '진골(眞骨)'인가?"
  • 지성배 기자
  • 승인 2019.08.29 10:3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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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한국보건교육학회 부회장/ 경기 안양서초등교 교사

보건교육 "삶의 질 향상, 건강 불평등 격차 감소 위해 필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학교 내 보건 교육에서 시작"

교육과정 개정마다 퇴보...초등 보건 교과서 10년째 수정 없어
"보건교육 교육과정 고시로 안정적 수업 지원 이뤄야"

[보건교육포럼-에듀인뉴스 공동기획] 1967년 학교보건법이 제정 이래 보건실과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 보건교육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응급처치, 건강상담 등을 시행해 왔다. 최근 학생들의 건강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건실의 기능과 역할도 크게 확대, 변화되고 있으나 학교보건 정책 결정자의 전문성 미흡,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폐쇄성, 1교 1인 보건교사 배치 정책에 따른 열악한 인력 구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보건교육포럼>과 함께 학교보건 전반의 구조·정책적 문제점을 짚어 보고 현장 중심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건강 중요하다며 학교 보건교육 무관심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

[에듀인뉴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게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라 한다. 초고령사회는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뜻한다. 생활수준의 향상,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만 가고, 노년층 인구가 더욱 증가함에 따라 생산연령층의 노년 인구 부양비 증가와 의료비 지출의 가파른 상승 또한 불 보듯 뻔하다.

통계청에서 2017년에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기대수명)이 남녀 평균 82.34년, 건강수명은 64.95년이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인하여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수명을 건강수명이라 하는데, 우리는 무려 17.4년을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사람이 있을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중요한 것 한 가지는 건강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 사회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가정에서의 돌봄 기능을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은 집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조차 보건실로 가지고 온다. 보건실을 방문한 아이들은 소소한 건강문제부터 그냥 두면 저절로 회복되는 데도 무조건 약에 의존하거나 잘 몰라서 혹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여 상태가 더 나빠진 아이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체계적 교육만 있어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들인데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건강관리방법을 반복 설명해야 하는 것에 보건교사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듯,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강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그치기보다 평생 건강관리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WHO 연구를 근거로 OECD각국의 보건교육정책이 보건교과를 필수로 추진하게 된 이유다. 가정환경이 다양한 학생들의 상황을 확장하면, 결국 계층,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건강 형평성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하는 국가 사회적 문제로 귀결된다.

의료서비스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돈이 없어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지식과 실천은 삶의 밑천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학교에서의 보건교육이다. 이를 토대로 해야 건강을 위해 국가 사회적 자원을 늘리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더 활성화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3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은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큰 질환으로, 따라서 건강에 대한 지식과 실천, 그리고 환경 조성이 없이는 건강한 삶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보건법 제9조와 제9조의 2에서는 보건교육에 대한 학교장과 교육부장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사진=학교보건법 일부 캡처)
학교보건법 제9조와 제9조의 2에서는 보건교육에 대한 학교장과 교육부장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사진=학교보건법 일부 캡처)

보건교육 필요성 절감 학교보건법 제정..."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혹자들은 보건교사가 보건실을 비우고 어떻게 교육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보건교육은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대하면서 보고 겪는 보건교사의 소명의식과 같은 것이다.

아이들 성 문제, 감염병, 흡연, 음주, 정신건강, 잘못된 건강행태 등 건강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교육부는 학교에 보건교육을 하도록 하였고, 이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보건교사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당시 아무리 보건교육이 중요해도 수업할 교과목이 없으니 다른 교사들의 시간을 빌려 수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반복된 과정들은 보건교사가 타 교사의 시간을 빌려서 하는 일회성의 땜질식 수업에 회의감이 들도록 하였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수업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하였다.

국회에서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 수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규정한 학교보건법을 통과시켰다. 학교보건법

학교보건법 제9조에서 학교의 장은 학생의 신체발달 및 체력증진, 질병의 치료와 예방, 음주·흡연과 약물 오용(誤用)·남용(濫用)의 예방, 성교육, 정신건강 증진 등을 위하여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교장은 얼마나 될까? 보건 수업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학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중고교의 경우 보건이 선택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선택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일부 보건의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정규 수업 외에 주문형 강좌, 클러스터 등과 같이 별도의 보건 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을 듣는 경우들도 있다.

학교보건법 제9조의 2에서 교육부장관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보건교육의 실시 시간, 도서 등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보건 수업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2008 교육과정 부분 수정 고시를 통해 보건교육을 고시하였고, 2009년 중고등학교 보건 과목 신설과 초중고교 모든 학교에서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하여 5, 6학년, 중고 1개 학년 이상 각각 17차시 이상의 체계적 보건 수업이 모든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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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015 두 차례 교육과정 개정 "보건교육 고시 내용 퇴보, 시수 삭제"

이후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두 차례 개정하면서 법률에 따라 2008년 고시된 초등학교 보건교육 고시에서의 학년 지정과 수업 시수를 삭제해버렸다. 이에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시된 내용은 ‘창의적 체험활동과 관련 교과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한다’로 바뀌었다. 이는 타 교사의 교과 시간(관련 교과)에 수업했던 예전 형식을 그대로 되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한 국회 입법을 거쳐 보건 교육과정을 만들고 보건교육을 실시해온 당사자들은 당시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결정의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으며, 이 과정은 공정하지 않고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방식이었다.

초등학교 보건수업시수, 학년 지정의 삭제로 현장에서는 혼란이 일었고, 교육부는 법률에서 모든 학생에게 체계적으로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고시를 보완하여 초중고교에서 1개 학년 이상 17차시 이상의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별도의 지침을 내렸다.

지침성 교육의 문제점을 바꾸기 위해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하고, 교육과정을 고시했는데 원래처럼 돌아가 다시 지침을 내리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김미경 보건교사)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김미경 보건교사)

10년간 개정 없는 초등 보건 교과서..."보건교과는 교육계 '진골'인가?"

어떤 교과목 교사들이 사회변화로 인해 교과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직접 교육청에 요청을 하나? 사회 교과서를 수·개정 없이 10년이 넘게 사용한다고 생각해보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실시하는 초등학교 ‘안전한 생활’과 같이 ‘보건’도 형평에 맞게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법률의 취지에 맞게 초중고 모두 필수로 의무화해야 한다.

더구나 사회변화와 두 차례에 걸친 교육과정의 개정으로 중고등학교 보건교과서는 개정되었으나 초등학교 보건교과서는 10년째 그대로다. 초등학교 보건교과서를 디지털 성범죄 예방, 그루밍, 경계 존중, 생활주기, 소아당뇨 및 아토피, 천식 응급처치 등 사회변화와 교육적 요구에 맞게 수정해야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수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협의만 몇 개월째 진행 중이다.

교과서 수정을 하지 않으면 10년 전의 내용을 그대로 배울 수밖에 없게 된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측면에서도 즉각 수정이 필요하다.

대체 어떤 교과목 교사들이 교육청에 교과서 수정을 직접 요구하나? 이에 누군가는 교육계에도 성골과 진골이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섞기도 한다.

2008년 당시 교육부는 초등학교 보건 수업의 경우 재량활동시간에 실시하므로 교과가 아니어서 교육과정을 고시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체계적 보건교육을 위해 내용 체계만을 연구하여 인정도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처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안전한 생활’ 교과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수업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이를 통해 보듯이, 교육부는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초등학교 ‘보건’도 즉시 교육과정을 고시하여 교과서 수·개정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 시켜야 한다.

교육부는 2012년 초등학교 보건 교육과정을 이미 연구해 놓았으며, 2009와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보고서에도 중고등학교 보건 교육과정과 연계한 초등학교 보건교육 내용 체계가 제시되었다.

초중고 모두 법률의 취지에 맞게 보건수업을 필수로 전환하고, 보건교사의 정교사 자격 변환 및 적정 인력을 충원하여 수업을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 건강이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결정에 달려 있다.

김미경 한국보건교육학회부회장/ 경기 안양서초등교 교사
김미경 한국보건교육학회부회장/ 경기 안양서초등교 교사

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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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19-08-30 14:44:59
아이들이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공감 2019-08-30 06:47:57
건강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 그런데 우리는 건강을 잃어봐야 비로소 깨닫는다.

제라늄 2019-08-29 16:09:56
자기건강관리능력키우는 교육 더 잘 할수있는방법으로 개선 해주세요.

부자나라 2019-08-29 15:34:22
위의 글을 읽고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건 교육을 통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 좋은 글 같습니다.

아라 2019-08-29 14:58:17
보건교과서로 수업을 하도록 해놓고 보건교육과정이 없다는게 말이 안된다. 납득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