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이야기..."수업도 재밌게 할 수 없을까?"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들은 금요일 아침마다 '가가볼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들은 금요일 아침마다 '가가볼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출근 길 선선한 날씨지만 교실 안은 열기로 가득차서 그런지 에어컨이 필수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삼삼오오 모여 어제 있었던 일로 키득키득. 아침시간 다같이 ‘가가볼’ 놀이 한 판 시작한다. 공 하나로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게 참 신기하다. 공격하고 수비하고 피하고... 경기장 안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수업 시간은 한 없이 느리게 흘러가지만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교실에서 매일 벌어진다^^

“자~ 이제 막판이다! 끝나면 자리 정리하자!”

“벌써요? 아~~~~~”

아침시간 아이들에게 ‘갈매기의 꿈’을 읽어준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다른 갈매기들과는 다르게 나는 법을 스스로 익히며 도전하는 삶을 산다. 그저 먹기 위해 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1교시 사회 시간. 5학년 2학기는 역사를 배운다.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역사는 초등학교 통틀어 5학년 2학기에만 배운다. ‘한 학기에 이렇게 많은 분량을 어떻게 다 가르치지’라는 걱정이 든다.

지도서에는 통사 중심이 아닌 생활사, 주제별로 가르치라고 나와 있다. 철학은 좋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역사인데 기본적인 흐름과 내용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에 열변을 한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단순 지식을 알려줘야 하니까 말이다.

1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아이들은 누군가가 말 한 “마피아 게임 하자” 한 마디에 우르르 몰린다. 마피아 게임은 추리를 통해 범인을 잡아내는 놀이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남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마피아 게임' 중인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마피아 게임' 중인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엄청 집중하고 추리가 틀릴 때는 꺄르르 웃음이 넘친다. 생각지도 못한 식스센스급 반전에 까무러쳐 놀라기도 한다. 요새 우리 반 아이들이 시간만 나면 하는 게임인데 아마 전국의 많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학생들이 즐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멍하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뭔가 딱딱하고 재미없는 역사 수업, 그와 상반되는 쉬는 시간 놀이 모습.

아! 수업도 놀이처럼 재밌고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내가 알려줘야 할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어떻게 모든 내용을 전달할까 라는 생각만 하지는 않았나? 아이들 측면에서 흥미를 이끌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그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바꿔보자.”

물론 모든 수업을 다 놀이처럼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기초 개념을 배우기 위해 강의식 수업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나는 강의식 수업을 사랑한다. 기본 지식은 필수다. 창의성이든 활용이든 기초 기본 교육 바탕 위에 진행되는 거니까. 멋지고 훌륭한 건축물도 튼튼한 기본 구조물 위에서 완성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수업도 놀이처럼 "게임 요소를 넣어볼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즐거운 배움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어떻게 하면 수업을 게임처럼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순 없으니 매 수업 마다 조금씩 게임의 요소를 넣어보려고 한다. 일단 고조선의 8조법 중 알려진 3개법 외에 나머지 5개의 법을 상상해서 써 보라고 한다. 당시 고조선에 살던 사람이 되어 삶을 추측해 보게 하는 것이다. 또 ‘천 년 뒤에 후손들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마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발견한 후손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구린 건 도대체 뭐로 사용했을까?”

아이들이 빵빵 터진다. 단순 질문도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조금만 노력하니 효과가 크다.

이번엔 수학 시간, 이상/이하/초과/미만의 기본 개념을 배웠으니 이를 활용해서 간단한 게임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내가 “3초과 8미만”이라고 외치면, 가장 작은 번호부터 크게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4!" "5!" "6!" "7!" 

그리고 3번과 8번은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 물어본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골고루 일어날 수 있도록 몇 가지 경우를 제시한다. 순간 아이들이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5학년 선생님’ 밴드에서 다른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약수, 배수 게임을 변형해서 도전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대견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다음으로 국어 시간, ‘네 꿈이 뭐이가?’ 교과서 작품을 읽는다. 권기옥 님은 한국의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보통의 경우 각자 책을 읽고 수업을 진행했겠지만, 이번엔 책의 본문도 그냥 각자 읽어보는 게 아니라 릴레이 읽기를 한다. 한 문장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읽는 것이다. 이는 동학년 복유선 선생님의 수업 참관에서 배운 수업 활동인데, 모든 아이가 자기 차례에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다 같이 같은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재밌다.

그런데 평상시 해보니 목소리가 작고 자신감이 없는 학생이 있어, 게임의 요소를 살짝 넣어봤다. 만약 목소리가 작은 친구가 등장하면 내가 조용히 손을 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 손이 올라가면 당첨(?)이 되어 하교 후 나와 함께 책 읽기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른다. 나는 과장되게 눈을 크게 뜨고 아이들이 책을 또박또박 크게 읽도록 독려(?)했다. 아이들은 그 장면이 웃겼나보다. 어제의 개미 목소리가 오늘은 꾀꼬리 목소리가 되었다. 잘못 읽는 실수를 했을 때도 손을 들었더니 아이들은 박장대소다.

본문을 같이 읽고 ‘꿈에 대한 도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피아노, 일러스트, 과학자, 경찰, 가수 오디션 등 이미 좋아하는 게 있고 이미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직 꿈이 없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다. 그 학생들에게는 그 동안 관찰했던 내용을 토대로 조언을 해준다. 아이들은 각자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아직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좋아하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다면, 혹시 아나운서를 해보는 건 어때? 목소리가 좋고 발음이 또박또박해서 잘 들리거든. 우리 반 에서도 단연 돋보여!”

개학 하고 꽉 찬 첫 주가 지나갔다. 금요일 마지막 6교시 수업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결핍은 성장의 밑거름이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더 노력해야겠다. 어제 보다 조금 더 즐거운 수업! 어제 보다 조금 더 행복한 교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