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英美식'인가 '獨佛식'인가?..."교육개혁 시작은 체제 정체성 확립부터"
[기고] '英美식'인가 '獨佛식'인가?..."교육개혁 시작은 체제 정체성 확립부터"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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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참배움연구소 연구위원
(이미지=JTBC 썰전 캡처.)
(이미지=JTBC 썰전 캡처.)

[에듀인뉴스] 대학입학(입시)방식을 새로 짜자는 소리가 들린다. 반갑다. 필자도 오랫동안 그런 주장을 해왔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교육개혁과 입시개혁에서 필자가 느끼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세상은 독불(독일과 프랑스)형 법체제라는 골격으로 사회를 구성한 나라들과 영미(영국과 미국)형 법체제로 사회를 구성한 나라들로 대별된다는 것을 먼저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랍이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법체계와 교육체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참고 이상의 의미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독불형 법체계를 골격으로 구성한 나라들의 고등교육체제는 강한 국가주의 형태를 띠고 영미형 법체계를 골격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구성한 나라들은 시장주의(시민사회) 형태를 띤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후발국가로서 두 개의 형태를 다 받아들여 혼합형태를 띠고 있고 그에 따른 혼란의 정도가 극단에 이르렀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독불형 법체계와 영미형 법체계를 섞어 하나의 사회와 교육체제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예를 들어 독불형 국가의 대학들은 거의가 국공립형태고 영미형 국가의 대학들은 거의가 사립형태로 차이가 있다. 미국의 주립대학들도 이사회를 두고 실질적으로 사립대학처럼 운영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두고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초중등교육에서는 독불형이나 영미형이나 크게 볼 때 큰 차이가 없으니 논외로 한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의 근현대교육은 유럽이나 미국의 교육제도를 모델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독불식 교육체제와 영미식 교육체제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문제를 풀기 어려울수록 연원을 살펴보아야하지 않겠는가.

입시 비리를 척결하고자 하는 큰 꿈을 진실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정시가 좋네 수시가 좋네’하고 다툴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를 독불식 혹은 영미식으로 통일시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독불식과 영미식의 혼합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국·사립 혼용 체제가 만악의 근원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관점을 좁혀 입시만을 두고 보아도 정시는 독불식 교육체제에 뿌리를 두었고 수시는 영미식 교육체제에서 발달했다. 그런 정시와 수시를 함께 실시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혼합체제의 정당성을 필자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보는 입시문제나 연고주의도 혼합체제의 모순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지 근본적인 것들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세계화되었고 개방화되었기에 묻는다. 독불식 교육체제를 수립한 유럽의 나라들 중에 대학에 수시로 입학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반대로 영미의 나라에서 대학들이 정시로 입학하는 것을 본 적도 있는가.

대학과 대학입학제도는 한나라 속에서 불가분리의 이론적 뒷받침을 받는다. 대학이 시민의 것이고 시민사회 속에서 꽃피우는 것이라면 그건 수시입학이 맞고, 대학이 국가와 주정부의 것이라면 정시입학이 맞다. 시장과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로 독야청정한 가운데 진리를 탐구하면 된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문제(국·사립 이원 체제 해소)를 논의하는 것을 한 번도 못 봤고 교육개혁의 주제도 중등학교와 대학교와 사회의 민원을 대증요법으로 처리하는 것만 보았다. 이를 굳이 좋게 얘기하자면 그동안 민주화와 산업화에 급급한 나머지 진정한 교육개혁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얘기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게 아니겠는가.

노태우정부에서 교육개혁심의회를 만든 게 1988년도이니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가. 교육개혁을 입에 담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간에.

교육개혁은 되었는가. 모두가 만족하는가. 결국 가진 자들의 이익에 봉사하면서 질질 끌려온 게 그동안의 실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크건 작건 간에 입시제도를 손본 것은 그렇게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왕 교육개혁을 한다면 입시개혁에 주안점을 두지 말고 독불식 교육체제를 확립할 것인가, 아니면 영미식 교육체제를 수립할 것인가를 대대적으로 공론에 붙여 의견수렴을 한 다음 그에 맞추어 입시제도를 손보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교육을 진실로 새판을 짜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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