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은 독도, 학교에 소녀상, 방학엔 필리핀, 라오스 봉사
나라 사랑 교육, 서울 고교선택제도 실현 등 기억될 업적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초빙교수로 '제2의 교직인생' 시작

이대영 교장이 지난 8월 28일 무학여고 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28. (사진=오영세 기자)
이대영 교장이 지난 8월 28일 무학여고 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8.28. (사진=오영세 기자)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독도’로 본적을 옮기고, ‘평화의 소녀상’을 교내에 세웠으며, 방학에는 라오스,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나라사랑교육에 있어 말보다 실천을 강조해 온 이대영 무학여고 교장이 지난달 31일로 38년 중등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명예퇴직했다. 그는 이제부터 모교인 공주대 사범대학 초빙교수로 제2의 교직 인생을 시작한다.

공주사대를 졸업한 이대영 교장은 1982년 서울 중랑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성동고, 구정고, 금옥여고, 수도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EBS TV강사로도 활동했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으로 근무하다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임명, 교육감 권한대행까지 폭넓은 교육 활동을 소화했다.

서초고 교장 시절에는 두뇌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저글링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즐거움과 집중력을 증진 시켰다. 또 두뇌타입을 분석해 학생과 선생님과의 갈등을 줄이는 ‘행복교실’을 운영해 행복교육을 추구했다.

무학여고에서는 교수학습 방법 혁신을 위해 거꾸로 학습법, 프로젝트기반 학습법, 하부르타 학습법 등을 실제 수업에 적용해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도왔다. 또 교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학생들과 직접제작·설치하며 나라사랑교육을 지원했다.

“교과 성적이 우수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지닌 꿈과 재능에 따라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교육철학으로 38년 교육에 헌신한 이대영 교장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이대영 교장이 퇴임을 앞둔 지난 8월 29일 무학여고 본관과 기념 식수한 제니목련(사진 오른쪽)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이대영 교장이 퇴임을 앞둔 지난 8월29일 무학여고 본관과 기념 식수한 제니목련(사진 오른쪽)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정년 3년을 앞두고 명퇴를 결정했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

지난 38년 동안 학교별 다양성·자율성교육을 추구해 왔다. 최근 우리 교육이 획일적 교육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생기는 시책사업들로 학교는 업무 과중으로 시달린다. 학교는 학생과 교원이 마음껏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교육감을 위한 시책사업들이 돼서는 학교현장의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 그런 정책들을 조언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38년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교직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가슴에 새긴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에 충실하려고 38년 동안 노력해 왔다.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 EBS TV 강사, 전문직이 임용되지 못하던 중앙정부 시절 대변인 보직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임용된 것은 복이 참 많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임용된 일, 또 교육감 권한대행으로 교육감 역할을 수행해 낸 것은 교직 인생에서 특이한 점이라 잊을 수 없다.

교육감 권한대행 당시 진영 논리에 굴하지 않고 합당하지 않은 시도에 대해서는 결연히 배격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때는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된다. 특히 장학사 시절 아이디어로 제안한 서울일반고의 배정제도를 강제 배정에서 학생의 선택권을 부분적으로나마 주게 된 고교선택제도가 실현되어 지금껏 적용되고 있어 보람으로 느낀다.

▲본적을 독도로 옮겼는데. 

무엇보다 우리 자라나는 2세들에게 영토권과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미래 희망인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 또한 고위공직자를 지냈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초개와 같이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 한 몸 던질 수 있을까에 의문이 생겼다. 이는 평소 지속적인 나라사랑 다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독도로 본적을 옮기는 일부터 아내와 함께하게 되면서 나라사랑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같은 차원에서 학생들의 참여로 교내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고 영토권과 주권을 잃은 민족이 얼마나 처절한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를 깨닫도록 노력했다.

이대영 교장이 무학여고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이대영 교장이 무학여고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평화의 소녀상’을 교내에 직접 제작·설치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한·일간의 대척점에 있는 문제가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라서 아이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제고와 역사적인 사실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우선 학교에서 기본안을 디자인하고 서울 교육계에 있는 조각 등 미술 분야를 전공한 선생님들을 모시고 디자인에 대한 협의와 소녀상의 의미를 부여해 안을 만들었다. 제작과정부터 희망 학생들이 참여해 제작 현장에서 직접 작업에 참여했다. 건립 후에는 소녀상을 관리하는 자율동아리가 만들어져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역사를 바로알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라사랑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는데.

평소 생활 속에 스며드는 나라사랑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이뤄지는 역사 수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직접 탐방하고 체험하는 역사교육이 매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또 우리 역사와 민족에 관한 객관적인 팩트에 기초한 지속적인 나라사랑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짐으로써 어떤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게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사랑하는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나라 사랑이자 인류 사랑이다.

▲우리 사법부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취해지고 외환관리법상 우대조치인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등 한일관계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태도가 매우 실망스럽다. 문명국가의 일원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드러내는 것에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대일본 규탄 구호나 외치게 하는 등의 대응방안은 아니다 싶다. 정공법으로 협상을 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어려운 상황이 정리되면 좋겠다.

대책 없는 감정의 표출은 약자의 슬픈 외침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현실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상황임을 같이 인식하고 정파를 떠나서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번 일을 통해서 국민적 단결과 국내산업 육성과 생산기술 향상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속된 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오기 위해서 그들의 물건을 팔아주지 말자는 등의 대처방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감들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이뤄질 수 있도록 선택기회 만들어줘야" 

▲자사고 지정취소를 당한 학교들에 대해 행정법원이 일제히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의 질이 높아진다고도 보지 않는다. 다만 교과수업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자사고에 많이 지원해서 교과 성적이 일반고 아이들보다 전체적으로 높은 정도라고 본다.

학교에 따라서는 지속적 투자와 많은 투입요인에 열과 성을 다하는 학교도 있지만 미흡한 학교도 있다. 공교육의 평등화를 위해 자사고를 없앤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존에 있던 학교가 스스로 형태를 바꾸지 않는데, 인위적으로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현재도 재정 등 여러 이유로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다. 자사고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고 진학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선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교육감들이 왜 미리 선전포고하듯이 여론전을 펼치는지 안타깝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게 교육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대영 교장이 지난 8월 29일 퇴임식을 갖고 무학여고 교직원, 교육계 인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이대영 교장이 지난 8월29일 퇴임식을 갖고 무학여고 교직원, 교육계 인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후배 교육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육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가치 판단의 준거를 학생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고 그들 때문에 우리가 학교 현장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아이들에게 유익한지 아닌지 정도라도 따져가며 아이들의 안내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교직을 밥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최악의 교직관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교원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예쁘게 느껴져야 한다. 이런 정서가 깔려있지 않으면 자신도 아이들도 불행하므로 교직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교직을 직업이 아니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건 가르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자존감이라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미래 세대의 학생들 사고방식 등을 두고 기성세대에서는 신종인류의 출현이라고까지 한다. 구분 짓는 게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들이 이러니 나도 저런식으로 살아야지’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각자의 인생이 소중하기 때문에 자신을 무한히 신뢰하고 아끼는 시람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자신을 위할 줄 아는 사람만이 가족과 이웃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유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인간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대영 교장은 “교육문제의 답은 학교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현장과 괴리된 정책은 교육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여건을 고려한 학교자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만 다양한 모습의 학교와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 궁극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행복한 교실’이 된다.

이대영 교장이 지난 7월26일부터 8월1일까지 여름방학을 이용해 라오스 방비엥 폰숙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
이대영 교장이 지난 7월26일부터 8월1일까지 여름방학을 이용해 라오스 방비엥 폰숙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영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