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손 든 1심 뒤집어…"유해환경 노출은 지나친 경건주의"
 

학교 인근 호텔신축 허용 여부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학생들이 관광호텔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 유해한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은 지나친 경건주의"라며 원심을 뒤집고 호텔사업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지대운)는 건물신축사업시행사 대표 전모씨가 서울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서울 강동구 한 중학교와 인접한 곳에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여러 차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삼 재판부는 "관광호텔을 허가하면 유흥시설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위험성도 있다"고 교육지원청 측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즉 전씨가 아무리 통제한다 해도 중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시설은 언제든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가 점점 음성화하면서 관광호텔에서도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음성적 성매매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에서 결론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순히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인 숙박업과 욕실·샤워시설을 갖춘 객실 30실 이상,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제공 체제 확보 등을 시설기준으로 해 등급제로 운영하고 있는 호텔업은 다르기 때문에 호텔업의 경우 일반숙박업에 비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씨가 지으려고 하는 호텔의 경우 의료서비스를 받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관광객을 유치해 의료시설·객실을 주로 제공할 목적"이라며 "호텔로 인해 학생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적고 학생들이 관광호텔 앞을 지나는 것이 유해한 환경에의 노출이라는 전제는 지나친 경건주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씨와 학교 측이 체결한 협약에 따라 호텔에 유해시설이 들어설 경우 폐쇄를 요구할 수도 있다"며 "학교운영위원회도 호텔 운영에 찬성했으며 학생들의 학습·학교 주변 환경에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는 운영위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어제 통과된 관광진흥법은 앞으로 5년 동안 서울, 경기지역에서 절대정화구역을 학교 기준 75m로 설정, 이 구역 밖에서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이라도 유해시설이 적발되면 호텔 허가가 취소된다.

 

◇관광진흥법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학교정화위원회의 별도 심의 없이 유해 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모든 호텔을 지을 수 없는 학교 앞 '절대정화구역'은 기존 학교 출입문 50m 이내에서 75m로 확대하되, 그 밖의 200m 이내인 상대정화구역에선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 없이 호텔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실태 조사를 통해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어도 3000개 이상의 호텔 객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학교정화위에서 부결돼 현재 대기 중인 호텔 19개와 신규 추진 호텔 8개를 합쳐 최대 5228개의 객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관광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당장 호텔 건설로 8000억원의 투자 효과와 1만6500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