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에듀인뉴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일 ‘2020 서울 기초학력 보장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 초3,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초2 집중학년제로 기초학력 부진 조기예방, 중학교 기본학력 단위학교 책임지도제 강화, 지역별 학습도움센터 구축 및 난독·경계선 지능 전담팀 신설 등을 핵심으로 한다.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지원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느리더라도 더디더라도 한 사람 한사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배움이 느린 학생을 위해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포한 것은 의미가 있다. 가정, 환경, 학습결손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특히 단위학교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 – 난독·난산·경계성 지능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신설하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부분은 환영할만하다. 

진단은 지금도 이루어진다. 문제는 지원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이지 표준화 검사 도구를 활용한 진단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활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깊다. 

현장교사들은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뿐만 아니라 수업, 관찰, 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진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진단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학교에서 아무런 진단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이는 결국 현장교사들을 불신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초3, 중1 모든 학생에 대한 진단검사 실시’는 그런 의미에서 사교육 시장을 들썩이게 할 이슈가 될 뿐이다. 

진단의 방법을 ‘일제고사형 단일 척도가 아니라 다양한 척도들 중에서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2학기 동안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진단이 안 되어서 배움이 느린 학생이 발생하는가? 아니다. 진단은 지금도 한다.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을 외면하면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오류를 빚을 수 밖에 없다. ‘진단검사’를 강조하는 교육청 스스로 문제 ‘진단’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단위학교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교사들은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따라서 단위학교, 개별 교사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현장교사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서울시교육청은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첫째, 분리 교육은 답이 될 수 없다. 

그동안 기초학력 지원 대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학생 멘토링, 더불어 교사제, 협력교사제 등 다양한 기초학력지원책이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일관되게 지적되는 문제는 분리 교육의 문제이다. 학생들을 선별·분리하여 방과후 등 시간을 활용하여 별도로 지도하는 것은 낙인효과가 우려될뿐더러 학부모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고 학생 참여도도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지원은 구체적인 교실수업 장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담임교사와 함께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 개별 맞춤지원을 위한 ‘더불어교사’는 기존 16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며, 협력강사에 대한 지원도 현장 실정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예산만 내려 보내고 학교에서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둘째, 학습 부진 원인에 따른 지원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학습 부진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학습결손에 따른 것인지, 학습장애에 따른 것인지, 가정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에 따라 그 지원의 방향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 환경적 요인을 학교와 교사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이미 진단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초3, 중1 모든 학생들에 대한 진단검사 실시’라는 선언이 배움이 느린 학생을 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기초학습 부진의 원인을 교사와 학교로 돌리는 우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학교와 교사가 이 정책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 부진의 원인에 따른 지원정책의 구체성이 더욱 필요하다. 

셋째, 중학교 ‘기본학력 도달기준’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교육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1 기본학력 도달의 기준으로 3R’s(읽기, 쓰기, 셈하기)와 교과학습능력(국어, 영어, 수학)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교과학습능력’이 기본학력에 포함되는 순간, 이 평가는 진단검사가 아니라 학업성취도 평가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학습능력’을 진단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학교급이 달라져 낯선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이보다 큰 공포가 어디에 있겠는가? 초등 고학년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에 광풍이 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의 취지와 충돌하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과학습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자유로운 진로 탐색,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하는 자유학년제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정책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중장기적 전망이 부족하다. 섣부른 발표 이전에 ‘기초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혁신미래교육’을 자처하는 교육청 정책 간의 연계성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를 배재하고 정책의 선명성으로 승부하려 하면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가칭 ‘기초학력 정책모니터위원회'를 설치하여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한다. 벌써부터 형식적인 들러리 세우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력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진단 및 지원방안까지 철저히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