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이야기...교사의 기다림이 학생에게 주는 도전과 성취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4교시 수학시간, 오늘은 '버림'에 대해서 배운다.

“탁구공 756개를 한 상자에 10개씩 또는 100개씩 담으려고 합니다. 상자에 담을 수 있는 탁구공은 최대 몇 개인지 알아봅시다.”

교과서를 펼치고 생활 속 상황을 통해 버림 약속에 대해 알아본다.

“756개를 100개씩 담으면 몇 개를 담을 수 있을까? 그렇지! 7개를 담아서 700개는 담겨지겠다. 그리고 56개를 10개씩 담으면 몇 개를 담을 수 있을까? 그렇지! 5개를 담아서 50개를 담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몇 개가 남지? 그래~ 6개가 남지. 그런데 6개는 담을 수 없으니 버려서 나타내는 것을 <버림>이라고 한단다.”

아이들은 어제 배운 ‘올림’ 보다 ‘버림’을 쉽게 이해한다. 숫자가 변하지 않고 구하려는 자리의 아래 수를 그냥 0이라고 써서 그런가보다. 함께 수학책 문제를 풀어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준다. 문제에 집중해서 스스로 풀어보려 노력한다. 금세 교실엔 적막이 흐른다. 우리 반에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침묵에 미소 짓는다. 나는 아이들의 수학책을 빠르게 확인하며 실시간 검사를 한다.

“자! 정답을 확인해보자~ 역시 돈이 들어가니까 틀린 사람이 거의 없구나.^^ 슬기네 반 학생들이 열심히 모은 3만2350원을 1000원짜리 지폐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그렇지.~ 3만2000원까지 바꿀 수 있을 거야! 그리고 1만원짜리 지페로 바꾸면? 3만원까지 바꿀 수 있겠지? 잘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소수의 버림’이다. 자연수의 버림을 배우고 소수의 버림을 접근하니 소수점을 쓰지 않는 착각을 했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에게 다시 설명하고 모두 수학익힘책을 풀게 했다.

우리 반 수학 수업은 학년 부장 송혜진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의 수학 수업은 기초 개념만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교과서 문제 풀이는 각자 하고 따로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상 수업을 공개해주신 송혜진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수학 및 수학익힘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문제풀이 개별 확인을 해야 아이들의 기초가 튼튼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과목보다 수학은 기초가 가장 중요하고 계열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수학익힘책을 다 푼 학생은 나에게 검사를 받는다. 배운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여 문제를 해결한 학생도 있는 반면에 분명 수업시간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엉뚱하게 문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체(?)한 학생도 있다.

역시 개별 확인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틀린 문제는 별 표시를 해주고 간단한 힌트를 준다. 학급당 학생수가 20명이니 모든 학생에게 최대한 개별 학습 지도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대부분 아이는 모두 동그라미를 받고 환호한다. 그리고는 약속된 대로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을 도와주러간다. 신기한 점은 똑같은 내용을 교사가 더 잘 설명해도 친구의 투박한 설명을 더 쉽게 이해한다. 나는 그동안 나에게 검사를 받으러 온 학생을 채점하고 동그라미와 별표시를 열심히 한다.

학생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조언도 다르다. 성격이 급한 학생에게는 말없이 문제에 나와 있는 핵심 힌트에 동그라미를 쳐 준다. 빈 칸으로 두고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에게는 좀 더 쉽게 설명하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40분 동안 모든 학생이 주어진 문제를 전부 해결하고 똑같은 배움의 기쁨을 느끼면 좋겠지만 현실은 어렵다. 누적된 학습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40분이 남는 학생도 있지만 40분이 부족한 학생도 있다.

“일단 손 씻고 오세요.~ 그리고 다 못 푼 친구들은 맛있게 점심 먹고 와서 다시 도전합시다. 그리고 선생님한테 검사 받으러 오세요.~”

맛있게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한 뒤 교실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논다. 그런데 분명 수학 문제를 끝내지 못한 학생도 엉켜서 함께 놀고 있다. 아이들은 그렇다. 언제나 순간을 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수학 문제 풀이가 잘 안 되는 아이와 도와주는 친구의 모습. 최창진 교사는 끝까지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고 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점심시간, 수학 문제 풀이가 잘 안 되는 아이와 도와주는 친구의 모습. 최창진 교사는 끝까지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고 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자~~ 약속한대로 아직 수학 통과 못 한 친구는 도전해봅시다!”

그런데 내 말과는 상관없이 미리 자기 자리에 앉아 수학익힘책을 열심히 푸는 학생이 있다. 소수점의 버림과 자연수의 버림이 헷갈리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고 나에게 검사를 받으러 왔다. 하지만 또 틀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세하게 예를 들어 알려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해결하도록 독려하고 기다렸다. 놀고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도와주러 다가온다. 10분 쯤 흘렀을까?

“좋아~ 왔구나! 어디 한 번 채점해볼까? 오~ 소수점 버림도 완벽하고! 자연수 버림도 완벽해.”

한 문제 한 문제 동그라미를 그릴 때마다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 학생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느껴지는 듯했다.

수학익힘책 6문제 모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동그라미가 늘어날 때마다 “그렇지!” “옳거니” 하는 추임새를 넣었다. 수학익힘책을 덮고 학생에게 건네줬다. 웃는다.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입꼬리가 올라간다. 평소에 말도 없고 표정 변화도 없는 그 학생이 씩 웃는다!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자리 자리로 돌아가는 그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칭찬을 더 해주고 싶었다. 수학 문제를 해결한 기쁨이 다른 학습의 즐거움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거 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니까 잘 하자나!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해 보자! 알겠지? 응? 정말 잘했어.~~”

그 학생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나도 미소 짓는다. 학생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감을 맛보고, 나는 그런 학생을 그저 믿고 기다린다. 학생은 자신의 마음속에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을 것이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