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적인 ‘돌직구’

100년 넘은 그림 말고 따끈따끈한 요즘 작품을 하나 소개합니다. 바버라 크루거라고, 미국사람입니다. 상징하면, ‘기호나 문자 디자인...’ 이런 게 얼른 떠오르잖아요? 아예 작품을 이런 걸로 만드는 작가입니다. 짧게 프로필을 보겠습니다.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년생. 미국여성. 미국 개념주의 예술가이며 사진작가. 페미니즘 아티스트.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하는 독특한 예술 형식을 통해 기존 예술에 대한 비판과 사회제도적 권력에 항거하였으며 특히 남성지배구조하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 (네이버지식백과)”

‘개념미술’을 한다네요. 음.....아주 골치 아픈 분이군요. 일단 대표작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1982년 발표, 제목은 ‘당신은 당신자신이 아니다.’ 감이 슬슬 오시나요? 괜히 말 잘못 걸었다간 본전도 못 건질 포스를 풍깁니다. 프로필을 슬쩍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까무러칠 철학자들 이름이 좍 나오네요. 이 작가가 스승 삼아 배운 분들입니다. 롤랑 바르트, 발트 벤야민, 테오도르 아도르노, 막스 호크하이머.....이런 양반들을 만나면서 ‘기존예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 그럴 줄 진작 알아봤지요. 개념미술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작품을 보시지요.

유명한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1987년). 대한민국이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쟁취한 그해군요. 기분이 묘합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나는 투쟁한다. 고로 존재한다’였는데요. 어쨌거나 크루거는 미술학교를 나온 뒤 잡지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무공을 연마했습니다. 이런 초식이지요.

‘직접 사진을 찍기보다 잡지와 브로슈어 같은 인쇄물에서 이미지를 골라낸 다음 표어나 광고헤드라인처럼 간략하면서도 집중력 높은 글을 덧붙여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1989년). ‘공공미술’이란 말 들어보셨지요? 미술관이 아닌, 길거리나 일반건물처럼 공개된 장소에 작품을 설치, 전시하는 건데 요즘 대세로 통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식이지요.

열쇠말(핵심개념)은 당연히 ‘소통’이겠네요. 크루거는 가장 대중적인 도구들을 사용해 자본주의와 대중화의 폐해를 ‘지적질’합니다. ‘권력과 제도의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특히 여성에게 각성을 요구하고 성 차별에 맞서 격렬히 저항하고 비판한다’는데 아! 애들 말로 ‘간지작살’이로군요.

어떤 느낌인지는 각자 느끼시면 될 듯합니다. 끝으로 저도 크루거 식으로 작품을 하나 올릴까요? 명색이 미술전공에 경력도 언론사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이니 뭐, 서로 비슷한 점도 있네요. 심각한 건 아니고, 그저 농담처럼 가볍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패러디라는 거지요. 심각한 건.....딱 질색이랍니다, 하하.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뵙지요.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면... 그럼, 대체 누구란겨?’ (2015년, 이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