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추석이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농촌에서는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어릴적 집에 돌아오면 가을걷이로 수확해 놓은 콩과 팥이며 고추 등을 말리느라 우리 집 앞마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가을걷이로 거두어들인 농작물로 꽉 들어차 있다.

씨받이로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옥수수를 쳐다보면 마음도 풍성해져서 기분까지 좋아진다. 마당 한 가운데 심어 놓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익은 감을 따서 큰 항아리에 물을 넣고 우려내면 이튿날 떫은 감도 달고 맛있는 감으로 변신한다. 그래도 겨울에 까치가 먹으라고 몇 개는 안 따고 남겨둔다. 

호박, 가지, 토란대 등 나물을 가을볕에 말려야 색과 맛이 오래 보존된다며 어머니께서는 햇볕만 나면 광주리에 담아서 마당 한 가운데에 내놓신다.

들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형제들끼리 서로 등목을 해준다. 흠뻑 땀을 흘린 후에 찬물을 등에 끼얹고 난 후 수건으로 닦을 때의 그 느낌은 독특한 개운함이 있다.

온 가족이 희미한 등불하나를 켜놓고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한다. 새끼 호박과 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정말 꿀맛이다.

어쩌다가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셔서 막걸리 한 잔이라도 거나하게 드시고 흘러간 노래를 부르면 마을 노래자랑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노래와 술로 농사일의 시름을 달래고 다음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논밭으로 나간다. 

마을 입구에 우리 집에 있었기에 동네 분들의 놀이터였다. 한평생 농사일에만 전념하며 7남매 동생들을 거뜬하게 뒤바라지 해 주신 분은 큰 형님이시다. 

올 추석에는 듬뿍 선물을 준비하여 그동안 형님께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