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가치 실현 위한 대입제도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
제도 자체 바람직..."입시만을 위해 부풀린 부분 보완책 찾아야"

윤종걸 대구교육청 대입지원관(법학박사)

[에듀인뉴스] 대통령께서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에 있어서의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를 개혁하는데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필 것이라 합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강화와 신뢰도 제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과 같은 비교과 영역의 축소와 자기소개서 폐지(축소)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입시제도의 공정성만을 주장하며 무조건적인 정시전형 선발인원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대입전형의 개선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보완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우선시되어야 할 교육적 가치이며 그 이후에 이를 거스르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대입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20세기적 사고방식으로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됩니다. 21세기의 학교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네트워크화된 사고, 자발적이고 학제성을 갖춘 융·복합적 학습과 하나의 정답이 아닌 창의성에 기반한 다수의 가능한 답을 찾는 교육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섣부른 대입제도 개편으로 또 다른 맞춤형 입시교육이 학교교육을 파행시키는 것은 곤란합니다. 학교교육이 21세기적 방식으로 개선되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학입시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옳습니다.

입학사정관제와 오늘날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가치를 목표로 시작되었습니다. 보완과 개선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행 정시 수능 중심의 입시체제야말로 교과서의 자리를 EBS 교재가 차지하게 하였고, 학교보다는 학원을 신뢰하게 만들고, 학교 선생님 대신 인터넷 일타 강사가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조장해 학교교육을 파괴 시킨 괴물입니다.

학교교육 중심의 교육적 가치실현을 위해 애쓰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공통된 의견은 어찌 보면 당연한 학교교육 책임자들의 외침입니다.

교육의 중심은 학교이지 학원도 아니고 정치권도 아닙니다. 교육에 관한 문제는 여론조사로 정하거나 정치권 인물 몇몇이 밀실에 모여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입시정책을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서 결정해주는 것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수상경력, 동아리활동, 자기소개서..."문제는 활동이 아니고 부풀려지는 것"

이러한 교육적 가치 실현이 제대로 구현되고 학교교육을 흔들지 않는 대입제도의 운영을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런 취지의 대입전형 개선을 위한 노력임을 전제로 학생부종합전형에 관한 공정성 강화와 신뢰도 제고 방안을 고민해 봤습니다.

먼저 수상경력과 동아리 활동 같은 비교과 영역의 반영을 제외 또는 축소하자는 주장을 살펴 봅니다.

학교교육을 통해 칭찬받을 일을 한 학생에게 상을 주고 표창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반하는 일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입시만을 위해 부풀려지고 늘어난 횟수가 문제였습니다. 그 결과 불가피하게 학기별 한 번씩의 수상실적만 입시에 반영하자는 타협안이 만들어졌습니다.

동아리활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문제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적 중심의 부풀려진 활동이 문제일 것이고 그래서 자율동아리 활동도 학년별 1개씩만 기재 가능하도록 조정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활동들 자체가 학교교육의 주된 활동인 학교수업과 구체적 연관성이 부족함에도 오히려 대학입시에서는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오해를 받았고, 주객이 전도되어 정상적인 학교교육 활동을 왜곡시킬 우려까지 있었던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수상실적과 동아리 활동이 왜곡되지 않게 교과목별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은 앞으로의 수업 개선과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으로 충분히 실현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수업 시간에 다양한 주제 발표 기회와 토론활동이 있고, 이런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잘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말에 과목별, 분야별 발표회를 통해 수상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수업 시간에 관심 갖게 된 분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들은 각자의 희망에 따라 원하는 교과목의 심화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 수업시간의 내용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동아리 담당 선생님의 지도아래 학교수업으로부터 확장시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동아리 활동에 기재되면 됩니다.

제대로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과 선생님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수상실적과 동아리 활동은 학교교육 정상화에도 긍정적이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합니다. 부풀려지고 실적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수상실적과 동아리 활동이 대학입시에 왜곡되게 활용될 때 부작용이 있는 것입니다.

일률적으로 모든 수상실적과 동아리 활동을 기록할 수 없게 하거나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못하게 해버리면 제대로 된 학교교육의 순작용으로 만들어진 긍정적 활동과 기록도 입시에 제대로 활용될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결국 학교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제대로 대학이 선발하고자 한다면 수상실적과 동아리활동도 활용해야 옳습니다.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학교교육의 과정과 활동이 아닌 내용은 학교 선생님들께서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으셔도 되도록 원칙을 보다 확실히 정하고 엄격히 운영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내용과 방식으로 학생부에 서술된 내용이 있다면 입학사정관이 제대로 검증하여 평가하고 추후라도 그 진위여부를 판단해 합격취소 시키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자기소개서 문제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허위, 과장, 대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런 사정들로 인하여 자기소개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일정부분 공감은 됩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유일하게 학생 스스로가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 서류로서 제출 기회의 제공은 학생에게 유리한 것이지 불리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습니다. 각각의 사정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기소개서 작성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의 경우와 자기소개서 없이도 평가가 가능하다 생각하는 대학은 이미 자기소개서를 제출받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부 주요 항목별 기재 개선 사항.(자료제공=교육부)
학생부 주요 항목별 기재 개선 사항.(자료제공=교육부)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학생부가 되어야

학교교육 과정에서 각각의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도 다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대학에 나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 표현하고 싶고, 학생부에 있는 나의 기록을 변명하고 보완하고 싶은 학생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학생들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문제 되는 요소들도 있겠고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까지 발전·보완되어 온 체계화 된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시스템을 믿어주고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강화로 극복해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한 대입제도를 운영하고자 학생부종합전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무엇, 무엇은 제출하지 못하게 하고 글자 수를 축소하게 하는 등의 일방적인 제한과 금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학교교육 정상화와 가치실현을 통해 이루어낸 과정의 내용들이 제대로 대입에 반영되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