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이런 저런 이유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다. 그러다보니 30세에 전역할 때까지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참으로 많았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기에 남들보다 체력이 뒤지지 않겠다고 자부했지만 아무래도 나이어린 병사들과는 몸도 굼뜨고 행동이 빠릿빠릿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더 자그마한 실수라도 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선임들을 볼 때면 부대가 떠나갈 정도로 “충성”이란 구호로 인사를 했고 청소 시간이면 대걸레를 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나름 열심히 했다. 군기가 바짝 든 나이 많은 후임이 안쓰러웠던지 선임들은 가끔씩 “노인네, 좀 쉬면서 해도 됩니다”라며 격려를 해주었고 그럴 때면 겸언 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솔직히 나이어린 병사들에게 봉변이라도 당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늘 뇌리를 스쳤기에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짓궂은 병사들 중에는 “형은 몸은 김정구인데 마음은 박남정입니다”라며 놀려대기도 했지만 화장실에서 만날 때면 “말을 편히 해도 됩니다”라며 배려를 해주었다.

마음이 좀 흐트러지거나 군기가 빠질만할 것 같으면 내무반이나 화장실에 걸려 있는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뽀얀 피부에 탱탱한 얼굴을 한 병사들과는 내 모습이 좀 다른 것을 느끼면서 나이 어린 병사들 앞에서 실수하지 말고 매사에 모범을 보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난 해 큰 아들도 입대를 해서 거의 매주 면회를 가고 있다. 나와 비슷하게 아들도 교사 생활을 하다가 입대했기에 다른 병사들보다는 나이가 많다.

옛날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나이 값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데 그럴 때면 “아빠, 옛날과는 많이 달라요. 너무 걱정 마셔요”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사진=픽사베이)

평소에 남을 잘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들이기에 큰 걱정을 안했지만 그래도 군대인지라 혹시 작은 실수라도 하지 말라는 노파심에서 면회를 갈 때면 지금도 나이 값을 하라고 충고한다. 이제는 하도 들어서인지 그냥 주문처럼 흘러 보낸다.

지난 번 지하철을 탔는데 못 볼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이 지긋한 분이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요구했고 젊은이는 어쩔 수 없이 양보는 했지만 어르신이 내린 후 ‘나이 가 무슨 계급장인가?’라며 혼자 중얼거리는 게 아닌가!

젊은이의 태도가 못마땅하면서도 어르신의 태도 또한 그리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몰론 살아 온 사회 문화적 환경이 다르기에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조금만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간격은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

나이 값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군 생활을 교훈삼아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이에 합당한 말과 행동을 하며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