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이야기...아몬드 초콜릿으로 살아있는 교실 만들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몬드 초콜릿으로 급변한 교실의 발표 분위기.(사진=최창진 교사)
아몬드 초콜릿으로 급변한 교실의 발표 분위기.(사진=최창진 교사)

“사탕을 살까? 젤리를 살까? 아~ 고민되네, 비타민도 좋겠다!”

매일 출근 도장 찍는 학교 옆 편의점. 목 보호용 및 다이어트용으로 2리터짜리 물 한 병을 손에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추석 연휴 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깜짝 간식 선물을 사려고 두리번거렸다. 계산대 앞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아몬드 초콜릿 3봉지를 구입했다.

교실에 들어가 아몬드 초콜릿을 책상 위에 둔다. 아이들은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본다. 모르는 척하면서 다 안다. ‘아~ 오늘 간식 먹는구나!’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럼 나는 ‘나 혼자 다 먹을 건데?’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한다. 후훗.

역사를 배우는 사회 시간. ‘인물역사 랩 배틀’과 ‘고백신 피구’로 삼국시대를 재밌게 배웠다. 하지만 삼국의 문화유산을 배우면서 알아야 할 문화재가 많아지고 내용이 다소 딱딱해지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게다가 다음 주 계획 된 학부모 공개수업으로 걱정도 되었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마법의 봉지(?) 들었다.

“평소에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여러분을 위해 깜짝 간식을 준비했어요. 바로 ‘아몬드 초콜릿’입니다.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두뇌 계발에 좋고, 초콜릿은 집중력 향상에 좋죠? 이번 시간에 5번 칭찬을 받으면 쉬는 시간에 하나씩 줄게요!”

아몬드 초콜릿에 초집중하는 아이들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아몬드 초콜릿에 초집중하는 아이들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의 눈빛과 교실의 공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두 귀를 쫑긋 세워 나에게 주파수를 맞춘다. 강렬한 눈빛을 나에게 보낸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공책에 표시하고 손가락을 접으며 센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웃기지만 참는다. 정말 아몬드 초콜릿 하나 때문에 교실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가?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간단히 복습해볼까요, 어디 발표해 볼 사람?”

“저요! 저요! 저요!”

“오늘 배울 내용을 읽어볼까?”

우렁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마치 한 사람이 읽는 것처럼 모두 똑같이 읽는다!

“선생님 질문에 대해 대답해 볼 사람?”

“저요! 저요! 저요!”

“어려운 학생들은 힌트가 교과서에 있어요”

‘촤르륵!!!!’ 정적이 흐르는 교실, 교과서 넘기는 소리만 가득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우리 반 아이들의 수업 집중력이 이 정도 훌륭했단 말인가? 내가 정말 피 토하며 열심히 수업하며 질문해도 아이들은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오답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방금 설명했는데 처음 듣는 듯 나를 쳐다본단 말인가?

나는 평소에 외적 보상을 하지 않는다. 점수를 위해, 스티커를 위해, 간식을 위해 공부를 하는 걸 반대하기 때문이다. 나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공부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사탕(외적보상) 대신에 칭찬과 격려 같은 내적 보상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아몬드 초콜릿에 졌다.

아이들이 덩치는 크고 말하는 것도 어른스럽지만 결국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었다.

평소에 손을 열심히 드는 친구들은 몸까지 들고, 조용하던 친구들도 수줍게 손을 든다.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을 보자고 하면 모두 일제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아이들에게 그 상황을 재연해서 보여주니 모두 까르르 웃는다. 자신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니, 본인들이 생각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쉬는 시간, 칭찬 5개를 획득한 아이들이 줄을 선다. 조그만 손바닥에 커다란 아몬드 초콜릿을 하나씩 올려준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과 처음 듣는 괴성(?)을 발사한다.

“지금 먹어도 되나요?”

허락을 받고 입속에 풍덩~ 분명 밖에서도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지만, 수업 시간에 칭찬을 받으며 먹는 간식은 차원이 다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칭찬 5개를 받지 못한 학생도 두 손바닥을 펴고 나를 보며 웃는다. 마음은 그냥 주고 싶지만 약속은 약속! 눈 딱 감고 다음 시간에 열심히 도전해서 획득하라고 격려한다.

“이번 시간에 2개 받았구나. 다음 시간에 3개만 받으면 성공이다. 발표 우선권을 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서 도전해봐!”

이미 먹어 본 아이들은 더 먹으려고 노력하고, 못 먹어본 아이들은 꼭 먹어보고 싶어서 노력한다. 그런데도 부끄러워 도전을 못 하는 학생은 이름을 콕 찝어 불러주며 기회를 많이 준다.

틀린 대답도 자신 있게, 교과서를 보며 읽어도 자연스럽게,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해답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멋지다. 강력한 칭찬을 남발(?)한다. 아이들은 차곡차곡 칭찬을 모은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반 모두가 노력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이다.

공부는 즐거운 것이다. 공부는 달콤한 것이다. 안 된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한 번의 노력이 쌓여서 작은 성공감이 생긴다. 꾸준히 모인 성공감은 성취감으로,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칭찬받고 간식까지 먹어서 그런지 아이들 표정이 밝다. 한 명씩 하교 인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라고 인사를 건넨다. 물론 ‘4일 동안 열심히 놀면 오늘 배운 내용을 다 까먹으니까 복습해야 해!!!’라는 말은 꾹 참았다.^^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각자 소원을 빌고 흐뭇하게 달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상상한다. 커다란 보름달을 보며 학교에서 먹었던 아몬드 초콜릿을 떠올린 아이들도 있을까? 종종 아이들에게 깜짝 간식을 준비해야겠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