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너머 여행] 동상과 광장의 나라 러시아...그 곳에서 '자유'와 '평등'을 보다
[교실 너머 여행] 동상과 광장의 나라 러시아...그 곳에서 '자유'와 '평등'을 보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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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교사의 러시아 여행기②

러시아 "자유지수 낮지만 실물 경제 자유로워"
"시민 정치적 표현 자유, 자유지수 높이는 관건"

[에듀인뉴스] 러시아는 넓은 나라다. 기차를 타고 달리려면 6박 7일은 달려야 하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차가 무려 11시간이 나기도 한다. 땅덩이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자작나무가 많고 끝없는 지평선이 있고, 구름도 많다. 그리고 내가 만난 러시아에는 동상과 광장이 많았다.

눈에 띄는 광장과 동상, 아치와 돔. 그것은 러시아를 구성하는 중요하고도 상징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횡단열차의 출발 지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사 안의 조형물부터 넘치는 동상과 조형물의 나라임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떠나기 전 교과서에서 만난 러시아는 여러모로 자유지수가 낮은 나라였다. 실제 체감하는 자유도도 낮을 것인지가 실은 나의 관건이었다.

교과서에 기재된 러시아의 자유지수.(자료=조윤희 교사)
교과서에 기재된 러시아의 자유지수.(자료=조윤희 교사)

교과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교과서에서는 프리덤 하우스에서 발췌한 ‘세계 자유지수’만을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의 자유지수가 부자유스러운 나라라고.

그러나 실제 러시아에 가서 체감하는 자유는 그다지 험악하지도 않았고, 불편함을 느낄 정도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역사 속에서 자유가 억압되었고 계급으로 짓눌려 왔으리란 추정은 가능했다.

그러한 단면은 러시아 곳곳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던 동상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의 동상과 광장은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였다는 확실한 흔적 같은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레닌과 노동자들의 혁명을 상징하는 동상들이 세워져 있어서 아직도 그들의 정치를 지탱하는 이념적 지주는 여전히 공산주의임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광활한 대륙을 누볐던 수많은 왕을 비롯, 작가와 예술가와 군인과 정치가들의 동상도 곳곳에 있지만 말이다.

관공서나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이면 예외 없이 붙어 있는 공산당의 상징인 낫과 망치 표식. 자유롭게 러시아 길거리를 활보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도 붉은 바탕의 낫과 망치를 보는 순간이 되면 주춤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러시아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왼쪽부터)블라디보스토크의 레닌 동상과 울란우데의 레닌 두상 동상
(왼쪽부터)블라디보스토크의 레닌 동상과 울란우데의 레닌 두상 동상.(사진=조윤희 교사)

동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본 레닌의 동상을 시작으로 러시아를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가는 곳마다 동상과 마주쳐야 했다. 자유로운 내 나라에서 간혹 마주치는 것은 주로 조각상이지 동상은 아니었기에 블라디보스토크의 동상을 보면서 러시아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르쿠츠크의 거대한 레닌 두상, 니즈니노브 고라드에서 본 동상, 노보시비리스크에서 본 동상 그리고 러시아 감독이 찍은 북한배경 다큐인 ‘태양아래’에서 본 평양 시내의 동상이 그랬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볼셰비키 혁명의 선봉장이었던 레닌이 아직도 러시아의 곳곳에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할 지경이었다. 모스크바에만 80~100여개의 레닌 동상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제는 자유롭게 거래를 하고 자본주의 요소가 숙성되어 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저 ‘혁명꾼’을 지지한단 말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가는 곳마다 보이는 동상은 현실이었다.

노동자와 농민의 지도자로 우직하게 낮은 계급 사람들의 설움을 끌어안았다고 여기는 레닌에 대한 향수였는지 몰라도 단독으로 서 있는 동상이 아닌 군상(群像)으로 만나는 동상에서는 그들의 ‘민낯’이 보였다. 지나치게 예민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도 없었다.

노보시비리스크의 레닌 광장 동상. 평등 서열을 정확히 보여주는 동상의 옆모습이다.(사진=조윤희 교사)
노보시비리스크의 레닌 광장 동상. 평등 서열을 정확히 보여주는 동상의 옆모습이다.(사진=조윤희 교사)

언제나 레닌의 좌대는 높다. 손을 치켜든 레닌은 앞을 향해 나가자고 독려하고, 뒤를 따르는 민중들은 언제나 망치와 낫을 들고 힘겹게 그 ‘뒤’를 따른다. 언제나 ‘낮은’ 곳에서!

‘동지들’보다 위에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지도자.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어디에 있는가. 10개의 도시에 그 어디에도 레닌이 없는 곳은 없었다. 언제나 ‘앞’에 그리고 ‘위’에! 나란히 함께 가는 동상을 보지 못한 필자는 그들이 외치는 평등은 선별적이고 말뿐이며, ‘평등한 세상’을 노래하지만 실천 없는 허상임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평등에도 서열은 있었다.

특히 노보시비리스크의 레닌 군상들이 그들의 평등 서열을 가장 잘 보여 주었다. 정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스치듯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면이 아닌 측면에서 봐야만 보이는 서열이다. 레닌 동지(?)를 앞세우고 그 뒤로는 당원 혹은 노동자 그리고 그다음 순서로 여성과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공산주의가 본래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겉은 번드르르하고 수려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시베리아의 도시’라는 뜻의 노보시비르스크(Hовосбирск)에 별반 새로움은 보이지 않았다.

‘계급 없는 사회’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은 이름도 레닌인 그 광장에 동상마저도 서열에 맞춰 줄을 세워 놓았을 뿐이었다. 새로움보다는 교조적 공산주의자들의 낡고 오래 묵은 전통이 버티고 있는 광장을 보았다. 러시아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

밀턴프리드만은 말한다. “결과의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는 나라일수록 결국 자유도 달성할 수 없다”고. 자유지수를 보고 간 탓이어서 그랬는지 유독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지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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