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각계에서 반발이 쏟아지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측과 대법원 등의 반발이나 부정적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 로스쿨협의회·학생 집단반발…서울대 로스쿨생 집단자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인 한국법조인협회는 "사시존치 세력의 정치적 모략에 넘어간 것"이라며 "법무부에 경솔한 입장 표명의 철회를 요구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역시 "'믿음의 법치'를 강조하던 법무부가 로스쿨 진학자와 로스쿨 진학자 가족들의 신뢰를 무시하고 '떼법'을 용인했다"며 비난에 나섰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도 "사시 폐지를 정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며 8년이 넘는 기간 지켜온 신뢰의 원칙에 반하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의견"이라며 법무부를 비판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이날 긴급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학생 전원이 자퇴서를 작성해 학교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등에 전달하기로 의결했다. 서울대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학교 로스쿨 학생들의 집단자퇴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일방적 추진 안돼"...불편한 심기 드러내
법조 3륜 중 하나인 대법원도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추진 방안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그동안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존중한다"면서도 "국회가 로스쿨 시행 이후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오후 "사법시험 존치 등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시폐지 유예가 필요하다는 판단의 근거에 관해 (법무부로부터)사전에 설명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사시 폐지 유예는 법관 선발과 사법연수원 운영 등 대법원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사전 조율이 없던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적절한 기회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법무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것임을 예고했다. 법무부가 의원입법을 통해 사시 폐지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 국회 통과할까…야당 설득이 관건
법무부는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가 폐지되는 만큼 조속한 제도 시행을 위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을 수정하는 의원 입법을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시존치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6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당과는 이미 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가운데 야당 법사위원들의 설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무부의 유예안에 대해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며 "잘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