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이야기...학부모 공개수업 에피소드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삼국시대 문화재 큐레이터 활동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삼국시대 문화재 큐레이터 활동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이 재밌으셔서 오늘 꼭 오신데요~”

학부모 공개수업 신청서를 걷었다. 10부다. 우리 반 학생이 20명이니 절반이 오신다. 놀랐다. 저학년은 관심이 많아서 엄청 많이 오시는 경향이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 반 BAND ‘문기초 20195420 긍정반!’에 일주일에 한 번 교실 이야기를 전한다. 글도 쓰고,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 한다. 부모님들은 학급 소식을 보며 자녀의 학교생활이 더 궁금해졌을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니까 말이다.

“부장님~ 오늘 수업 흐름 어떻게 진행하세요?”

오늘 학부모 공개수업은 공동수업안으로 진행된다. 과목도, 단원도, 학습목표도 같다. 물론 실제 운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학급의 분위기와 성향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방법을 쏙쏙 내 것으로 만든다^^ 나도 이야기를 한다. 역시 대화를 하다 보니 내 생각이 정리된다. 매번 귀찮게 여쭤보는데도 모든 걸 나눠주시는 송혜진 선생님이 참 고맙다.

교실로 돌아와 수업 준비 마무리를 한다. 복유선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수업 PPT로 큰 얼개를 만들고, 진승지 선생님이 제작하신 학습자료와 활동지로 준비를 끝낸다. 어벤져스 부럽지 않은 같은 학년 선생님 덕분에 항상 든든하다.

“선생님!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수업하신다고 했으니까, 책상 위도 청소하지 마세요!!”

헉... 큰일이다. 학부모 공개수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청소다. 아이들에게 평소 너무 더러운 모습을 보여줘 민망했다. 너희들도 책상과 사물함 청소를 했으니, 나도 해야겠다고 말하며 후다닥 청소를 시작한다.

수업 공개 10분 전, 쉬는 시간 아이들은 평소와 똑같다. 교실 뒤편에서 햄버거(차곡 차곡 몸을 겹치며 쌓는 놀이)를 하고 있고, 교실 가운데 무대에서는 서로 치고 박고 노는 중이다. ‘나만 긴장한건가.’ 괜히 머쓱하다. 시선은 복도에 고정하고 우리 반 학부모님들 만나면 반갑게 미소 지으려 준비한다.

수업 공개 3분 전,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수업 준비를 부탁한다. 복도에는 몇 분의 학부모님들이 등록부에 서명하고 계신다. 우리 반 교실을 보고 계시지만 먼저 들어 오시기 부담스러우신가 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입장하시는 학부모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바쁘신 와중에도 우리 반 교실을 방문해주신 부모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우리는 오늘 학부모 공개수업이라고 특별히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수업을 진행한답니다.”

거짓이다. 아이들과 3일 동안 준비하며 멋진 수업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더 집중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두 손 모아 마음속으로 강력하게 기도했다.

내 자녀가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할까? 내 자녀가 적극적으로 발표를 잘 할까? 내 자녀가 다른 친구들과 소통을 잘하며 잘 지낼까?

아이들이 삼국시대 문화재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이 삼국시대 문화재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오늘 학부모님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자녀의 학습 태도가 아닐까? 그래서 교사의 수업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학생들의 활동시간을 늘렸다. 또 모둠별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 개별 발표 시간을 확보해서 자녀의 모습을 최대한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아이들은 미리 정한 삼국시대 문화재 큐레이터가 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정성껏 소개하고, 경청했다. 부모님들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기시며 매우 흥미로워하셨다.

“자 이렇게 모든 수업이 끝났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고 마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때요?”

“선생님~ 우리 부모님은 안 오셨는데 누구한테 인사해요?”

아차! 싶었다. 그래도 와주신 학부모님에게 대표로 인사한다고 얼버무렸다. 참석하신 학부모님도 있지만 참석하지 못하신 학부모님도 있는데 그걸 생각 못 했다.

수업이 끝나고 자녀관찰기록지를 살펴본다. 다행히 나의 좋은 면을 봐주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자녀에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고 적어주셨다. 역시 표현을 해야 한다. 진심 어린 칭찬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기분 좋은 법이다.

긴장이 풀리니 머리가 띵하다. 추석부터 시작된 목감기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고, 학교를 옮기고 나서 첫 학부모 공개수업이라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수업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급식으로 나온 찹쌀탕수육을 하나 집어 입어 넣었다. 역시 먹어야 힘을 낸다!

“선생님! 5교시 뭐에요? 그냥 5교시도 역사 배우면 안 될까요?”

왜냐고 물으니 오늘 역사 수업이 참 재밌었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반성이 되었다.

“한결같으시네요. 지금처럼만 부탁드립니다.”

문득 학부모님의 작성해주신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같이 부족한 교사를 이렇게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데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