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에듀인뉴스]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파리정치대학 서점에 진열된 책.(사진=옥승철)
파리정치대학 서점에 진열된 책.(사진=옥승철)

파리정치대학 서점에서 나타나는 프랑스의 정치 인재상

파리정치대학에 다닌 지 2주일이 다 되어 간다. 학교 수업 중 불어 수업이 있어 교재를 사러 학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에 갔는데 서점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이런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마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떠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파리정치대학은 프랑스의 정치와 관료를 육성하기 위한 최상위 교육기관이며 그랑제꼴이라 불린다.

그랑제꼴이란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교육기관으로 정치, 공학, 건축, 법 등 각 분야 최고의 엘리트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보통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며 이러한 그랑제꼴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입과는 다른 단계를 거쳐야 한다.

프랑스 학생 중 4%만이 그랑제꼴에 입학 할 수 있다. 파리정치대학(SciencePo)은 정치학의 그랑제꼴로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외교관 등 주요 인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이다. 한때는 프랑스 관료와 정치인의 90%를 배출했다. 요즘 가장 유명한 청년 정치인인 마크롱 대통령 또한 이곳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잘 살펴보면 파리정치대학 그리고 더 나아가 프랑스가 육성하고자 하는 리더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정치대학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도서 목록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미국 민주제도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막스의 자본론 ▲전쟁론 ▲사회이동과 그것의 적 ▲마키아벨리 군주론 ▲다시생각하기(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방법)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플라톤의 국가론 ▲포퓰리즘 ▲일반철학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정치 ▲다윈의 종의기원 ▲종교 ▲손자병법(The Art of War)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경제의 역사 ▲세계사 ▲종교의 역사 ▲스피노자의 에티카(Ethics) ▲유토피아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책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대부분 책들이 철학이거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철학 수능 시험인 바칼로레아의 나라답게 철학을 매우 중시하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옥스퍼드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할 때 철학수업을 ‘Foundation’이라고 불렀는데 가장 먼저 공부해야하는 과목이었다.

나는 처음 철학 배움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지만 철학을 공부하면서 철학의 중요성을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다. 철학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것들의 뼈대를 스스로 세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하나의 사회 현상을 철학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나만의 이념과 철학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무엇보다도 정치와 사회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막스의 자본론 또한 철학으로 불리 운다. 아담스미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막스 또한 철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들은 경제 및 사회현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 및 탐구의 결과물인 것이다.

파리정치대학에서 추천하는 도서는 경제, 사회, 국가, 민주주의, 윤리, 정치, 세계사, 전쟁의 전략 등에 관한 고전중의 고전이며 가장 중요한 책들이다. 학문의 뿌리 같은 책이다.

특히 정치 분야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며 철학적 소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몇 가지 책은 현재 프랑스의 사회문제 중 어떠한 이슈가 중요한지 알려주는데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관한 책’(What is Populism?)과 빈부격차와 사회적 유동성을 다루고 있는 ‘사회적 이동성과 그것의 적’(Social Mobility and its Enemies)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국가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회주의 정책은 프랑스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그래서 중도 보수의 마크롱 대통령이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시장 정책을 펼치면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사회주의 복지 이념은 받아들이되 무분별한 재정을 낭비하는 공공부문을 손보고 있다.

빈부격차는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되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특이한 점은 식민지의 비극에 대한 내용이 담긴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란 책이다. 예전 프랑스의 제국시대의 반성을 나타내는 책이기도 하다. 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삶에 대해 사유하고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철학과도 같은 책이다.

이렇게 파리정치대학에서는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돌아보면서 자신을 수양하고 윤리, 경제, 정치, 사회 등 모든 부분에서 철학적 기본과 방향성을 잘 잡아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한 가지 방향의 획일적 인재를 기르지 않고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자신의 신념과 이념을 만들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도이다.

우리나라도 대학 추천 도서를 보면 고전은 별로 없고 최근 유행하는 책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것도 좋지만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만드는 철학적 고전들이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