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걸 대구교육청 대입지원관/ 에듀인 리포터

학생부 비교과와 자소서 축소·폐지..."100% 교과 전형 변질 우려"
학교교육 정상화, 학생중심 맞춤형 교육, 학생참여 확대 등 교육적 가치 인정해야
"성취평가제 따른 내신 절대평가, 수능 등급제 개선 절대평가 강력 지지"

윤종걸 대구교육청 대입지원관(법학박사)/ 에듀인 리포터
윤종걸 대구교육청 대입지원관(법학박사)

[에듀인뉴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사를 통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지금의 대학입시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가 정의롭다 말할 수 있을까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투명성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될까요?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의 개선안으로 비교과(수상실적, 자율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부분과 자기소개서의 축소·폐지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부작용과 폐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대의와 긍정적 측면의 교육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학생부 비교과와 자소서의 일방적 축소·폐지는 옳지 않습니다.

대입제도를 논의함에 있어 제일 우선해야 할 사항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의 학교 교육 정상화와 학생중심 맞춤형 교육, 학생참여 확대의 교육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이런 긍정적 교육 개혁의 성과를 침해하지 않을 대입전형인지 아닌지의 여부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부의 비교과 부분과 자소서를 폐지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니고 교과성적 100% 전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부의 비교과 부분이 대부분 축소·폐지 된 교과성적 100% 전형은 과연 공정하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반하지 않는 대입전형일까요?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목별 석차등급을 활용하여 각 대학이 정한 기준에 따라 해당 교과목의 범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학생부 교과목 석차등급은 전국 각 고교별로 해당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만의 상대적 경쟁을 통한 결과 값입니다.

해당 고교의 교과목별 수강생 100명 중 4등 안에 들어가면 1등급이고, 11등 안에 들어가면 2등급인 방식입니다. 점수로 줄을 세워 상대적인 위치(등수) 값이 자신의 등급이 되는 것인데 각 고교별 학생들 수준이 다르고, 해당 교과목을 선택해 듣는 학생들 구성이 다르며, 또 각 교과목별 난이도가 다른데 그 결과는 숫자로 보여 지는 석차등급 값만 같으면 동일하게 평가됩니다.

성취평가제에 따른 학생부 교과목 절대평가 방식의 개선이 있다면 모를까 현행 상대평가제 하에서는 불공정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판례가 밝히고 있는 평등의 원칙을 살펴보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고 그럴 경우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합니다.

학생부 교과전형의 교과목 석차등급은 모집단이 균질하지 않은데 각각 나온 상대평가의 결과 값을 동일하게 평가 해주는 점에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 됩니다. 이런 결과는 결국 공정함의 정도를 넘어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 아닐는지요?

또 학생부 교과성적 100% 전형은 과정보다 최종적인 점수, 석차 등급의 결과 값만을 중시해 평가에 반영하다보니 과도한 상대적 경쟁을 초래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여 점수의 유불리만을 계산해 점수 잘 받고 자신에 유리한 방법, 즉 요령이 진정한 실력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부작용이 가능한 전형입니다.

그래서 그 교과목별 성적의 숫자 값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까지 살펴 평가에 반영하는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보여 지는 석차등급 숫자 값만 보고 편하게 더하기, 곱하기, 나누기해서 수치화하면 편하고 빠를 것을 복잡하고 힘들게 학생부도 읽어보고 자소서를 살피며 학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각 교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좀 더 자세히 사실중심으로 서술해야 하는 이유와 관심 있는 분야의 학업 관련 깊이 있는 탐구활동이 독서와 자율 동아리 활동 등으로 확장되면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성적에 따른 숫자 값 이상의 가치를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 서술내용과 자기소개서를 통해 살펴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인데 종합전형이 갖고 있는 이런 장점을 없애 도로 교과전형으로 만들자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학생과 학부형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대입전형은 없을지 모릅니다. 각자에 유리한 방법과 상황이 모두 다르고 대학입학은 한국 사회에서 쉽게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많은 전문가의 말씀처럼 우리나라의 서열화 된 대학구조가 개선되고 학벌이 아닌 실력 우선의 사회가 되는 것만이 더 정의롭고 미래지향적인 대입제도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기본 전제 조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앞서 대한민국의 대학입시와 교육에서 더 이상 학생부 내신이나 수능으로 줄을 세워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은 지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가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이나 효율성만을 고집하고 공정성이라는 착각을 더해 우리 교육의 시계를 수 십 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어리석음을 멈춰야 합니다.

‘고용상 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지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더 보완해야 하겠지만 ‘거점국립대 연합체계’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의 근본적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성취평가제에 따른 학생부 내신 성적의 절대평가와 수능 역시 등급제 절대평가 개선을 강력히 건의합니다.

내신이나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을 뽑는 경쟁 대신에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을 대학이 제대로 선발하도록 세부 학과별 모집 대신에 계열별 학생 선발로 전환하면 더 좋겠습니다.

대학입시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 불리한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에 앞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적 취지에 부응하는 대입전형 방법을 어떻게 개선하고 보완해 운영하면 좋을지를 중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