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생각 않는 '보건'교육...조례 개정은 '난항'
10년 넘은 보건교과서..."2009년과 2019년 대한민국 완전 달라
보건교육 정상화 위해 갈기갈기 찢긴 업무 통합관리 기구 필요
약자, 소수 대변 의정 활동 하고파..."특수교육 등 안 보이는 곳 보듬을 것"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에는 성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보건교육을 담당할 장학사가 한 명도 없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되물었다. 서울시교육청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채 의원은 기자에게 물음을 던졌을까.

“교육청의 의지를 보려면 조직도를 확인하면 된다. 400여개 학교를 관할하는 강원도교육청에도 2명의 보건교육 담당 장학사가 있다. 1300여개 학교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은 오히려 티오(T.O)를 타 부서에 넘기고 있었다.”

채 의원이 말하는 지점은 보건교육에 관한 교육청의 의지였다. 건강, 질병, 약물, 흡연, 음주, 성(性), 사고 등을 가르치는 보건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대하는 자세가 아쉽다는 것이다.

“보건교과서는 10년이 넘도록 수정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성(性)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상황인데, 교과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9년 인정한 초등 보건교과서를 한 번도 수정하지 않았다. 교과서를 입수해 참고자료를 살펴보니 2008년 자료가 가장 최근 자료였다.

지난 10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교육 강화가 있었고, 각종 성(性) 관련 사건으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이 새로 등장해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지만, 10년간 수정 없는 교과서로는 이러한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

“갈기갈기 찢겨 여러 곳으로 나누어진 보건교육을 통합 관리할 센터나 전담 부서의 설치가 필요하다. 보건교육을 정상화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서울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를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온전한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을 만나 서울시교육청 보건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채유미 서울시의원과의 일문일답.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보건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건교육전담부서 설치와 보건교육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보건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건교육전담부서 설치와 보건교육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난달 28일, 학교 보건교육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좌장으로 나섰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기존에 받은 성교육이 비현실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아 지양해야 한다는 관점의 논문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성교육 관련 문제는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보건교육포럼과 보건교사회에서 찾아와 현 보건교육과 성교육에 문제가 있으니 강화하는 조례안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때 학교보건교육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실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나는 좌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토론회를 꾸린다면 이후 조례제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과 잘못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 및 보건교육을 제대로 알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보건교육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학생들이 지력 향상에만 치중하게 되는 현실에서 신체·정신·사회적으로 건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스쿨미투 등이 터지면서 학생들의 성교육, 성인지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약물중독, 흡연 등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습관들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당위성도 증가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보건교육이 더 내실 있게 실행되어야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조직체계에는 이를 추진할 조직이 없더라. 서울시교육청에 보건교육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보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교육을 책임지고 진행할 부서와 보건교육지원센터 등 관계 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판단에 해당 내용을 포함한 조례를 계획했다.

그러나 부서 설치나 센터 설립 등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요소가 있다는 시의회 전문위원실 답변을 들어 조례에 담기 어려웠다. 대신 교육감과 교육청의 동의를 먼저 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낫겠다는 판단에 잠시 보류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건교육이 강화되길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부서 설치나 센터 설립 등이 빠지면 의미 없다. 교육청과 협의하고 있으나 원만히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보건교과에는 보건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한 내용도 함께 있는 것으로 안다. 학교에서 이런 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교육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하고 강화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보건교과에서 다루는 내용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명감 있는 보건교사들은 스스로 부교재를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교과서 수정만 하면 간단한 것을 교육 격차도 발생시키고 시간도 뺏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부에서 안전 교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보건 교과서를 수정해 안전 부분을 좀 더 강화하면 대체가 가능한 일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보건교사의 역할은 질병과 현상에 대한 보건 케어에 국한한 것이 아닌 더 적극적인 예방으로 가야 한다. 안전교육은 예방이 중요하다. 보건 교육을 강화해 일상생활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능동적으로 지킬 수 있기에 꼭 필요하다.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초등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2009년 1월 인정 승인 후 지금까지 내용에 수정 및 개정이 없는 서울시교육감 인정 승인 초등 5, 6학년 보건교과서. 교육감 인정 교과서는 어느 교육감이 승인하든 전국에서 교사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초등에서 사용하는 보건교과서는 10년간 수정이 없었다. 2010년과 2019년의 사회 모습과 인식은 분명 다르다. 특히 성(性)과 관련한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들의 성인식 수준은 굉장히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있다. 스쿨미투 관련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인식 부분에서 특히 도드라짐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의 성감수성과 성인지 능력이 학생들의 수준과 현격한 차이로 최근 발발한 스쿨미투가 그것을 입증한다.

교사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또는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다는 발언이 성희롱적 발언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전에는 학생들도 지나치던 일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교사와 아이들의 성인식 수준을 맞추기 위한 보건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10년 넘게 수정이 되지 않은 보건교과서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보건교육 나아가 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보건교과서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성인지 교육을 민주시민교육과 성평등 팀에서 진행하고 있다. 보건교육의 내용이 갈기갈기 찢겨 있는 이 상황은 보건교육의 중요성을 위축시킨다. 보건교육이라는 큰 틀 내에서 통합 관리하면 될 것을 이곳저곳 분산 시켜 놓는 비정상적인 행정 양태를 보여 아쉽다.

▲지난 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보건 교과서 수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바로 수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교육부와 줄다리기를 하다 시도교육감의 권한이라는 교육부 통보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회에서 관련 질의를 한 적이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인정도서들도 굉장히 많다. 이분들도 다 수정·개정해달라고 하면 교육청에 부담이 많다”는 답변을 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위해 수정과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런 부담은 교육청이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책을 추구할 때 학생들이 빠져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면 교과서 수정에 이렇게 미온적일 수 없다. 교육감의 의지 부족도 한몫했다고 본다.

▲서울시교육청에 보건담당 장학사가 없다는 말이 들린다. 서울시교육청이 보건교육을 홀대하는 것 아닌가.

원래 보건담당 티오가 2명 있다. 현재 1명은 공석이고 나머지 1명은 성평등팀으로 차출돼 나갔다. 1명은 공모를 해서 뽑았는데 2차 면접에서 떨어져 다른 티오로 채워졌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보건교육을 담당하는 장학사가 없는 것이다.

서울시 전체에 보건교사가 있고 보건교육이 시행 중인데도 담당하는 장학사는 '0명'이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다른 교육청을 찾아보니 강원도의 경우 400개 정도 학교에 2명의 장학사가 있다.

교과서도 수정 안 해주고 보건교육을 담당할 장학사도 없는 것이 서울 교육의 현실이다.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없어 보건교육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담부서와 보건교육지원센터의 설치가 절실하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과대학급이 많다. 보건교사 2인 배치 요구가 높은데 경기·인천과는 달리 단 1곳도 2인 배치가 안 되어 있다. 현재 15명의 교사를 뽑아 놓고 발령 내지 않기도 했다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나.

교원총량제, 공무원총량제 등이 이유일 수 있다. 서울은 특히 전국에서 가장 과대학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1개교에 전일제 1명, 60여개교에 시간제교사 1명이 추가 배치되어 있다. 과대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순위에서 밀려나 보건교사 1인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고 보건수업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

현재는 법률적인 문제로 교사 2인 배치가 어렵다면 시간제 보조강사들을 전면 배치하는 차선책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교육청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본다.

▲서울시교육청이 보건 교육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제안한다면.

보건교육을 책임지고 담당할 수 있도록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기에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보건교육 활성화를 위해 하루빨리 조직을 만들기 바란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남다른 상징성이 있다. 시의원을 하며 교육위원회를 맡았는데, 서울 교육을 들여다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그 변화가 피부에 와 닿는다. 이전에 동사무소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엄청 친절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교육상임위원회에 들어와 보니 굉장히, 아직 유연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육청에 근무하는 분들도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음을 느꼈다. 질의할 때에도 답변에 아이들이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받았다.

아이들이 없으면 교육청, 교원, 교육공무원 모두 필요 없는 분들이다. 어떤 정책을 펴거나 사업을 할 때 아이들이 부재하다는 생각이다. 교육부 차원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다.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를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사진=지성배 기자)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를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사진=지성배 기자)

▲교육위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를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하고자 한다. 돌봄전담사, 영양사, 보건교사 등을 만나고 있다. 특수교육 쪽도 많이 애정이 가고 관심이 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고 모두 기초학력 부진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지원이 발 빠르게 이뤄져 중도탈락자 비율이 적지만, 중학교 가면 대거 학교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발생한다. 안타깝다.

부모라면 모두 사교육 시켜주고 싶지만 다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에서 학원 못 가는 아이들 책임져야 하는데 오히려 수포자, 영포자 만들어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대안교육 등 위탁 교육기관을 지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아이들이 나가기 전에 학교에서 온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