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지난 2017년 3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를 방문, 교육공약을 발표했다.(사진=문재인 대선캠프)
지난 2017년 3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를 방문, 교육공약을 발표했다.(사진=문재인 대선캠프)

[에듀인뉴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문구가 교육부 누리집에서 확인된다. 교육부만 아니라 많은 교육기관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정 먼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문제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투자는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오직 인재 양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도모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주장하며 교육 재정과 교원 수 감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교원수급체계를 개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기재부 2차관도 ‘2019~2023년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학생 수 감소와 상관없이 고정비율로 지속 지원되는 교육 재정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교육재정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만이 “학령인구가 준다고 교육투자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통계청 학령인구 추이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령인구는 2013년, 중학생 학령인구는 2017년, 고등학생 학령인구는 2020년부터 일정 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가 일정한 정체기에 접어들어 있기에 교원수급정책에서 학령인구 변인보다는 그동안 외면해 온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 혁신 등 교육여건 개선을 중심으로 교원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적기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기획재정부 관리들의 현실 인식은 대단히 안이하다. 안이하다 못해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른 분야 예산을 삭감하더라도 교육 분야만큼은 효율성 논리를 넘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안목을 지니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재부 관료들에겐 그런 탁견이 통하질 않는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의미는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미래 인적 자원을 사전에 확보하고 그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붓는 일이다. 얼마 전에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에서 진행한 토론회에 참석한 초등학교 교사의 호소가 귀에 쟁쟁하다.

“초등학교는 학생별로 개별화된 지도를 하려고 애쓴다. 선생님들이 공동연구나 수업 발표 등에서도 개별화를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온다. 특히 저학년 선생님들은 한 명, 한 명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이때 ‘자발성’과 ‘내재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시흥 공단지구에는 다문화 학생이 전교생의 70% 이상인 학교도 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의사소통이 안 된다. 거의 방치된 상태다.

입학 전 시기에 가정 내 학습 조력이 필요한데 부모님들이 처한 상황은 힘들다. 대부분 맞벌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안 온다. 전화를 해보면 자고 있다. 1대1의 학습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초등학교만 그런가. 그렇지 않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상황과 여건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 개인별 지도가 가능한 여건인가. 그렇지 못하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위한 수업 혁신과 교육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 바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정책이다.

학교 혁신을 위해서는 학생 개인별로 개별화된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회적 문제라며 주목했던 기초학력 미달 문제도 그렇다. 기초학력 미달로 판정된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규모의 학급당 학생 수로는 교사 1인의 개별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동시에 수업 혁신을 이루어내야 하는 현실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정부에게 주어진 국가적 사명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학급당 학생 수를 더 줄이지 않겠다는 건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학급 수를 기준으로 법정 교원 확보율은 김대중 정부에서 84%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82%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70%대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2013년 교원 정원산정 기준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바꾸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교원의 법정 정원 관련 조항은 사실상 삭제되었다. 교원 정원산정 기준이 학생 수로 전환되면서 교원수급에 문제가 양산됐다.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교육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이 언급한 교육의 공정성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무한 경쟁 사회가 될 것이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인재’를 길러내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향후 5년간 6만6000여명의 교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매년 7400억씩 5년간 3조7200억(교원 24호봉 기준)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간 사교육비 20조원을 쏟아붓는 대한민국에서 공교육 혁신과 미래를 위한 투자 비용으로 연간 7400억을 투자하는 것이 과하다고 판단하거나 재원 마련에 인색한 정부라면 미래를 포기한 것이다.

교육의 불공정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