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수사는 절차에 따라"...“내 본능대로 수사"
교육부 스쿨미투 매뉴얼 전형적 먼지털기

(사진=sbs 캡처)

[에듀인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장관 수사에 대해 지난 25일 처음으로 공개발언을 했다. 딱 한마디였다.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이다.                                                                          

이 말을 심리학 용어인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에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내 본능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절차기억은 특정 행동이나 감정적 반응을 학습함으로써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동적으로 학습된 반응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좋은 습관을 강화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본능적으로 나쁜 습관을 버리기 힘들게 만들어 융통성과 창의력을 증발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절차기억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집단은 단연코 검찰이라고 할 수 있다.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견제 받지도 않은 권력이지만, 유일하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게 어쩌면 창의적인 학습기억이나 좋은 신념기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특수부를 중심으로 40여명의 검사를 소집해 조국 수사부를 구성, 조국 일가와 주변을 먼지 털이개로 털 듯 샅샅이 털고 있다고 알려졌다. 

비유하면 평민이 신호등 노란불에 통과했다가 적발되어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끊게 되었는데 검찰이 전국의 CCTV를 전수 조사해 지난 수년간의 교통위반 여부를 샅샅이 캐내고, SNS 등에 피의 사실을 수시로 흘려서 지인 등이 알도록 망신을 주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여당 등은 이에 대해 국가내란 수괴를 수사하는 규모보다 크고 먼지떨기‧별건, 신상털기를 통해 유죄를 이끌어내고 그 성과를 검찰개혁의 좌초로 귀결시키려는 검찰청의 음모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국 가정의 입시부정 의혹과 사모펀드에 투입되었다는 10억원 정도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규모로서 적절성을 지녔는가에 대한 답변은 윤 총장이 ‘절차대로’라고 이미 답했다. 

검찰이 여야의 정쟁을 검찰의 절차와 규정이라는 카테고리로 잡아채어 상품화시킨 것은 절묘한 선택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갈 것이라는 지향점도 없다. 다만 칼끝이 정면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을 겨누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찍이 대통령이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면 폭정이 저질러진다. 우리는 독재정권 때 그런 끔찍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었지만 검찰총장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면 국가반란이 된다. 지금의 상황이 둘 중 무엇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윤석열의 수사기법은 ‘먼지 털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기법이 일찍이 교육계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사진=sbs 캡처)

교육부의 스쿨미투 매뉴얼은 ‘윤석열식 먼지 털이’보다 한 수 위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실명이든 익명이든 교사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하면 학교장은 즉시 교육청에 보고하고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 시킨다.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수업을 못들어 가게 한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익명을 전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것저것 의혹을 싹쓸이하여 모은 후 범죄 여부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부쳐서 판단하게 한다.

여기에서 피해혐의가 나오면 교사는 곧바로 직위 해제되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당사자를 경찰에 고발한다.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수년간의 과정에서 어떤 교사들은 제대로 피의자 방어권을 행사하지도 못한 채 자살하거나 패가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교사들이 먼지떨이 조사와 수사로 시달리는 동안 SNS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의 고발을 나팔 불었던 언론들은 죄의 유무와 재판 결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패가망신하고, 누구는 유죄를 받는 동안 세상은 별일이 없고, 교육부장관과 교육감들은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학교현장에서 스쿨미투 조사를 경험했던 교사와 학생들은, 작금의 윤석열 검찰 특수부의 수사가 전혀 낯설지 않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판단하기 전부터 공포와 환멸이 밀려온다. 

한국사회는 지난날 국가반란의 아픔을 겪었다. 이승만 정권에서 총을 가진 경찰이 국민에게 반란을 일으켜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학생들에게 총질을 했다. 그 결과 4.19혁명이 일어났다.

전두환과 노태우 장군은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했고 두 대통령은 영원한 역적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노태우 정권 때부터 역대 대통령들은 검찰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폭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폭정에 익숙한 국민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 대신 수사와 기소를 무기로 검찰이 난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본다. 검찰의 난이라고 지적한다. 

조국 장관의 일가에게 죄가 있다면 그 유무가 재판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검찰의 난을 바라보는 국민의 멍든 가슴을 풀어 줄 수사는 누가해야 하나? 난을 일으킨 검찰은 누가 기소해야 하나? 국민은 말이 없어도 그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교육 현장이라고 해서 난을 피해갈 방도는 없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보수우익 교수들의 집단 성명과 수천 명에 이르는 진보 측 교수단의 검찰개혁 촉구 선언, 다시 불붙은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촛불시위는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분열과 대립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곧 중고생의 집단의견이 어떻게든 무슨 방향이든 아이들 방식으로 표출될 것이다. 아이들이 다시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교사들은 시국선언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 내란’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기 전에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난을 진압하든 대통령 권력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든 결단해야 한다. 늘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