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의 교단일기] 오늘은 체육대회 "땀 흘리며 뛰노는 즐거움 가르쳐볼까"
[최창진의 교단일기] 오늘은 체육대회 "땀 흘리며 뛰노는 즐거움 가르쳐볼까"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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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번째 이야기...공부 안 하는 체육대회? "천만의 말씀!"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와~~ 공부 안한다!! 아싸!!!”

그렇다. 오늘은 공부(?) 안하는 체육대회 날이다.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은 하기 싫은 공부를 안 한다고 참 좋아한다. 가뜩이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체육인데, 오늘은 4교시 내내 체육만 한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한 것이다.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도 행복한 건 비밀이다.

올해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운동회가 아닌 학년별 운동회를 한다. 이름도 귀여운 ‘5학년 미니 올림픽’이다. 학년별로 종목도 정하고 진행방식도 알아서 진행한다. 훌륭한 5학년 선생님들과 모여 체육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으로 종목을 정한다.

체육대회를 맞아 최창진 교사가 '창진타임'을 진행중이다.(사진=최창진 교사)
체육대회를 맞아 최창진 교사가 '창진타임'을 진행중이다.(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선생님에게 시간을 드릴게요! 창진 타~임! 어떠세요?”

“황금 마이크 사주시는 건가요?^^ 저는 좋습니다~ 즐거운 시간 만들겠습니다!”

이리하여 모든 종목이 정해졌다. 줄넘기 위아래, 몸으로 하는 가위바위보, 실내화 컬링, 인간 농구, 지네발 릴레이, 반 대항 피구 대회, 반 대항 이어달리기 경주 그리고 창진 타임.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다. 평소에도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하지만, 나는 대규모 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신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헌신하자’라는 평소 신념처럼 열심히 진행한다.

“자~ 선생님이 ‘창진’ 하면 여러분이 ‘타임’ 하는 거에요~ 자 갑니다~! 내가 ‘창진~’이라고 외치자 아이들이 ‘타임~’이라고 호응한다.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점수로 경쟁을 만든다. 반별 단합과 집중력에는 점수만큼 좋은 게 없다. 가장 빠르게 자세를 바르게 앉고 준비하면 50점을 준다고 하니 아이들의 움직임이 번개급이다. 1반부터 차례로 점수를 주다가 4반은 마이너스를 준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나를 째려본다. 조금 멀리서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귀엽다.

준비체조를 하고 몸 풀기로 ‘몸으로 하는 가위바위보’를 진행한다. 단체 가위바위보 게임의 일종으로 교사인 나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끝까지 살아남는 학생이 많은 반에게 점수를 준다. 다른 반 선생님들을 무대에 차례로 모셔서 ‘선생님을 이겨라’라는 코너 속에 작은 코너도 운영한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며 가위바위보를 이겼을 땐 환호가, 졌을 땐 탄식이 들린다.

줄넘기로 위아래게임을 하며 반별 협동심을 확인한다. 두 명의 줄돌이가 위로 움직이면 아이들은 앉고, 줄돌이가 아래로 움직이면 아이들은 뛰면서 피해야 한다. 가장 빠르게 줄에 걸리지 않고 돌아오면 이기는 게임이다.

피하지 못해서 줄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아이들을 살펴야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안전하게 경기를 즐겼다. 이 게임은 나만 잘 피했다고 우리 팀이 이길 수 없다. 단체로 협동해서 함께 힘을 모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을 좋아한다.

즐겁게 ‘창진 타임’을 마무리하고 옆 반 선생님들께 마이크를 넘긴다. 오늘 미니 올림픽은 돌아가면서 MC를 보기로 했다. 선생님들 부담도 덜고, 학생들은 우리 담임 선생님이 등장하니까 좋다.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진행하니 미니 올림픽이 더욱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실내화를 던져 정해진 구역에 누가 더 많이 넣는지 확인하는 실내화 컬링, 머리 위 바구니에 누가 더 많은 공을 받는지 확인하는 인간 농구. 아이들은 점점 경기에 집중하고 분위기는 고조된다.

지네발 릴레이 게임을 하는 아이들 옆에서 힘찬 구호를 넣어주는 모습, "하나 두울~!!"(사진=최창진 교사)
지네발 릴레이 게임을 하는 아이들 옆에서 힘찬 구호를 넣어주는 모습, "하나 두울~!!"(사진=최창진 교사)

“아 제발!! 진짜 정신 차리자 얘들아!!! 우리도 앞으로 빨리 가자~”

지네발 릴레이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6개의 구멍에 6명의 발을 넣고 함께 달리는 지네발 릴레이를 시작하자마자 불협화음이 생긴다. 당연하다. 나는 앞으로 가는데, 옆 사람은 뒤로 가기도 한다.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데, 너는 왼쪽으로 간다.

아이들은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나는 피식 웃겼다. 정신 차리고 아이들에게 큰 구호를 외치며 함께 하자고 했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처음보다는 합이 맞아서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평소 협동놀이를 즐기는 우리 반이지만 처음 해보는 지네발 릴레이는 무척 어려웠다. 정말 지네처럼 기어갔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우리 반에 갈등상황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닥칠 때 그때의 경험을 소환시킬 것이다. 그때처럼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자고.

미니 올림픽이 끝났다. 다른 종목도 안전하게 끝났다. 하지만 진짜 미니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간식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피자가 언제 오냐고 계속 물었다. 점심시간에는 자세히 말하지 않고 6교시 끝날 즈음에 피자가 온다고 했다. 점심 먹기 전에 언제 온다고 자꾸 말하면 아이들이 피자 생각에 점심을 거의 안 먹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미니 올림픽을 하며 느낀 점을 말했다. 입 속으로는 피자가 한 가득 들어가고, 입 밖으로는 추억이 한 가득 나왔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지만 서로 느끼고 배운 건 달랐다. 다른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우리는 또 배운다.

“속상했어요. 반 대항 피구 3경기 모두 졌어요.”

“저는 반 대항 이어달리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역전에서 결국엔 2등을 했잖아요!”

“선생님! 그런데 아까 왜 창진 타임에서 우리 반만 점수 마이너스 주셨어요? 우리 반이 싫으세요?”

“아니~ 당연히 좋아하지~ 그것도 제일! 그런데 생각해봐라~ 선생님이 무대 위에 올라가서 우리 반만 좋다고 점수를 남발하면 다른 반이 어떻게 보겠니? 선생님만의 사랑 표현 방식이라고 이해해주라~ 응?”

아이들은 오늘 공부를 안 해서 좋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오늘 가장 큰 공부를 했다. 서로 땀 흘리며 즐겁게 뛰노는 것이 가장 큰 배움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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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19-09-29 19:55:42
왁자지껄 하하호호 웃는 아이들 소리 저도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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